▲ 우리나라 자생 민족종교 ‘갱정유도’가 21일 지리산 노고단 정상 돌탑에서 중양절(음력 9월 9일)을 맞아 국태민안과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산신대제를 봉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목욕재계에 금욕·금식·절주… ‘사람의 성의’ 다하는 기원
21일 세계평화와 국태민안 위해 중양절 산신대제 봉행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천지의 신은 사람의 성의(誠意)가 아니면 움직이질 않습니다. 우리가 과연 천지를 움직이고 산신을 움직일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제사를 올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정성을 다하는 것입니다. 지성이면 감천 아니겠습니까.”

삼일 전부터 금욕 생활에 돌입했다. 음식도 절제하고 술은 일절 입에도 대질 않았다. 제관들은 사흘 동안 매일 목욕재계를 하고 제단에 올릴 음식들을 직접 준비했다. 또 아무리 고령이라 할지라도 과일이나 고기 등을 직접 손질했다. 제단에 올릴 음식들은 재계를 하지 않은 사람은 만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발 1500미터가 넘는 산꼭대기에서 제사를 올린다 할지라도 제관들이 직접 그 음식들을 옮겼다. 더 이상 차로 이동이 불가능한 지리산 노고단 정상부터 돌탑까지는 제관들이 직접 그 음식들을 지고 올라갔다.

탑을 쌓고 단을 설치해 제를 올렸던 신라 화랑들의 정신을 잇고자 정성을 다하는 이들이 있다. 우리나라 자생 민족종교 ‘갱정유도’다. 21일 지리산 노고단 정상 돌탑에서는 중양절(음력 9월 9일)을 맞아 갱정유도가 국태민안과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산신대제를 봉행했다.

▲ 한양원 도정이 이날 산신대제가 진행된 장소인 돌탑의 유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갓 또는 관을 쓴 제관들이 옥색 도포를 입고 하늘에 맞닿은 노고단 정상 돌탑 앞으로 모여들었다. 머리카락을 일곱 번 돌려 묶어 올려 상투를 트는 것은 북두칠성을 뜻하는 것으로 하늘로부터 기운을 받기 위함이다. 갓 또는 관은 검은색인데 이는 물을 뜻한다. 또 도포를 옥색으로 하는 것은 봄을 가리키는 것으로, 개정유도는 봄(春)이 동서양의 모든 학문과 종교가 화합과 상생을 이뤄 하나로 통합하는 때를 의미한다고 해석한다. 이처럼 갱정유도는 한반도에 평화로운 세계가 하루 속히 도래하기를 기원하며 한 해 일곱 번 천지신명과 산신에게 제사를 올리고 있다.

이번 중양절 산신대제가 열린 노고단 돌탑은 신라시대 화랑에 의해서 쌓아졌다고 전해진다. 당시 화랑들은 나라의 번영과 백성의 안녕을 위해 탑과 단을 설치하고 천지신명과 노고할머니께 기원제를 드렸다고 알려졌다. 이후 기초석 밖에 남아 있지 않았던 돌탑을 1961년 갱정유도 2대 교조 김갑조 계도선사가 교인들과 함께 재건했다.

이날 갱정유도 최고 지도자인 한양원 도정(민족종교협의회 회장)은 돌탑 재건 당시를 회상했다. 한 도정의 설명에 따르면 계도선사는 노고단 꼭대기에 수련당을 짓고 100일 동안 치성을 드린 후 각륜보감을 저술했다. 이후 전국 지부장 72인을 불러서 한 달 동안 책의 내용을 강학했다. 강학이 끝날 무렵 꿈을 꾸게 됐는데, 초대 교조인 영신당주와 노고할머니가 나와 ‘신라 화랑이 여기에 와서 기도하고 훈련하던 곳인데, 그 역사를 세월이 흘러서 모든 사람들이 모르고 있으니 계승을 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 꿈을 꾼 후 계도선사는 지부장 72인에게 각각 72개의 돌을 모으게 했고, 꼭대기에 올라가 보니 신라 화랑이 쌓은 것으로 보이는 돌탑의 기초석 세 개가 남아 있어 그 위에 돌탑을 올렸다. 그리고 꼭대기는 하늘과 땅, 사람을 뜻하는 세 개의 받침돌을 만들어서 그 위에 돌을 올림으로써 마무리를 지었다.

▲ 갱정유도 제관들이 해인경을 독경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날 갱정유도는 산신대제 축문을 통해 “하나님을 대신해 지리산 산신이 제단에 내려서 만백성에 인자한 사랑을 베풀어 달라”며 “모든 우주 공간에 사는 인간들은 이 산신의 공을 힘입어서 편안히 지내고 있어 그러한 공을 갚고자 하니, 앞으로 국태민안과 세계평화를 위해서 천지 산신까지라도 응해달라”라고 기원했다.

박성기 도무원장은 “우리나라가 분단된 지 70년이 됐으니 하루 속히 남북통일을 이뤄 세계평화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원하는 의미에서 이러한 산신대제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산신대제는 삼헌관의 헌잔 후 축문을 모셨고, 소의경전인 ‘해인경’을 독송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갱정유도는 매년 세 번의 대제와 네 번의 산신제를 봉행한다. 대제는 4월 초파일에 천제(天祭)를, 10월 초파일에는 지제(地祭)를 갱정유도 별당에서 올린다. 8월 16일에는 교조 영신당의 선화대제를 지낸다. 산신제는 음력 3월 3일 삼짇날 전남 광양 백운산에서 계도선사의 포도를 기념하며 제를 올리고, 5월 5일 단오에는 초대 교조 영신당이 수도한 순창 회문산에서 진행한다. 7월 7일 칠석에는 앞으로 계룡산의 시대가 열린다는 예언에 따라 충남 계룡산에서 산제를 지내며, 9월 9일 중양절에는 신라 화랑들의 정신을 기리며 지리산에서 산제를 올린다.

▲ 우리나라 자생 민족종교 ‘갱정유도’가 21일 지리산 노고단 정상 돌탑에서 중양절(음력 9월 9일)을 맞아 국태민안과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산신대제를 봉행했다. 갱정유도 본부 남원 서당의 한재오 훈장이 산신대제 기원 축문을 낭송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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