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때 부검한 후, 무단 적출된 조선인의 생체표본을 장기보존 용액에 담아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보관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보존을 중지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이 제기됐다.

18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경기 남양주시에 소재한 봉선사의 혜문스님 등 5명은 “일제강점기 때 무단 적출돼 표본화된 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현재까지 보존된 것은 백백교 교주의 머리와 기생 ‘명월’의 생식기로 알려져 있다”며 “보존을 중지하고 폐기해 달라”고 국가를 상대로 ‘여성 생식기 표본 보관 중지’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혜문스님 등은 “인체 표본을 만들어 보관하는 것은 사회 공익 및 의학적 관점에서 타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이들 표본은 특별한 의료병리학적 필요보다는 남성적 시각이나 성적 호기심에 근거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임신과 출산의 신성한 역할을 지닌 여성의 생식기를 노리개로 비하하는 표본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헌법에 규정된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까 우려된다”며 “이 표본은 주인공이 된 여성의 입장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민족사적인 입장에서도 수난과 고통의 역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혜문스님 등은 “이에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식민지시기를 살아갔던 불행한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는 취지에서 ‘국과수 보관 여성 생식기 표본’을 매장 혹은 화장을 통해 적절히 조치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청원했다.

국과수는 이들이 소송에 앞서 제기한 질의에 대해 “일제강점기 때 경찰이 부검하고 국과수 창설 당시 넘겨받아 보관 중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기록이 없어 상세한 정보를 파악할 수 없다. 또한 역사적 의미 때문에 함부로 폐기할 수 없어 보관 중”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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