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통일은 눈앞에 다가오는 느낌이다. 남북통일의 가장 큰 키를 쥐고 있는 중국의 태도변화에 이어 워싱턴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제의가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으니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통일에 대한 미국의 지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평화통일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한-미 간 고위급 전략협의를 강화”키로 했다. 북경에 이어 워싱턴도 한반도 통일에 호흡을 맞추고 나섰다. 이를 위해 우선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미국의 지지 입장은 한반도 정세가 북한의 도발 가능성 국면에서 다시 대화 국면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유동적인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등 전략적 도발 가능성을 시사해온 북한이 구체적인 도발 움직임을 보이콧 한 가운데 남북 8.25 합의에 따른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20∼26일 코앞으로 다가왔다.

특히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공동성명에서 원칙에 입각한 정책에 따른 DMZ 내 지뢰도발 사태 해결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는 박 대통령의 대북 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DMZ 도발로 인한 군사적 긴장 상태가 고조된 것을 해결하기 위해 어렵게 도출된 남북 8.28 합의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지난 9월 1일 8.25 합의와 관련, “이번 합의를 잘 지켜나간다면 분단 70년간 계속된 긴장의 악순환을 끊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협력의 길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8.25 합의 이행을 통해 통일 구상을 진전시키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런 점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첫 단추인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이런 분위기가 8.25 합의에 따른 남북 당국회담으로 이어질 경우 이 과정에서 미국도 우리와 긴밀한 협의 속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지원을 할 가능성이 있다.

한-미 정상은 이와 함께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핵·미사일 등 전략적 도발에 대한 대응뿐 아니라 재래식 도발 등에 대해서도 긴밀히 공조해 단호히 대응한다는 점을 정상회담에서 재확인했다. 공동성명에서도 “북한의 모든 형태의 도발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동맹을 현대화하고 긴밀한 공조를 증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힌 한미 정상의 이런 입장은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고 대화의 길로 나오도록 하는 압박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나아가 박 대통령이 통일을 북한·북핵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인식 속에서 통일 외교 드라이브를 거는 가운데 한미 양국이 통일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전략 협의를 고위급 차원에서 진행키로 한 것도 의미가 있다.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는 한반도 주변 4국을 포함해 국제사회의 지지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한 노력을 미국과 진행키로 했다는 점에서다. 특히 통일 문제와 관련해 지난달 2∼4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박 대통령은 당시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중국과 같이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가 된 것”이라면서 “가능한 조속한 시일 내에 한반도 평화통일을 어떻게 이루어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 다양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과의 다양한 논의를 시작키로 하면서 통일 문제와 관련, 한중 간 이른바 4대 전략대화 채널이 활발하게 가동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미국과도 고위급 협의를 강화키로 하면서 박 대통령의 통일 외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통일 문제는 북한이 민감해 하는 이슈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통일 외교 드라이브에 대해 북한이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또 일각에는 통일의 최대 장애물인 북핵·미사일 문제 등에서 진전이 없고 남북 간 이에 대한 의견 교환 등이 없는 상태에서 통일의 당위성만을 강조하는 형식의 통일 외교는 선후 관계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다. 이로써 한반도의 평화통일에 관한 박근혜 독트린은 어느 정도 윤곽을 완성하게 됐다. 이제 박근혜 통일독트린은 평양만 설득하면 되는 단계만 남겨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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