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전통인술세계화운동본부 이규정 총재 인터뷰

민중의술과 제도권 한의학 간의 갈등은 ‘故장진영 씨의 봄날 논쟁’으로 응집돼 2009년 연말을 뜨겁게 달궜다. 구당 김남수 옹의 침뜸치료가 장 씨의 봄날을 빼앗아 갔다는 요지의 글을 모 한의원 원장이 언론매체에 게재해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앞서 구당을 취재하며 책을 낸 바 있는 현직기자가 그 글 내용의 명예훼손 여부를 지적하며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같은 매체에 게재했기 때문이다.

제도권 안팎의 한의학 공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제도권 밖의 의술이 때로는 ‘돌팔이’ ‘사이비’라는 말로 폄하돼도 제도권 병원에서 고치지 못했던 환자의 병을 고쳐낸 사례가 수없이 많다는 것이다. 때론 불법시술로 낙인찍혀 벌금을 물고 심지어 감옥에 가는 일이 있어도 환자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그러한 가운데 민족전통인술 보급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민중의술이 꽃필 수 있도록 발 벗고 나선 한 사람을 만났다. 바로 이규정 전 국회의원(11, 15대)이다. 다음은 이 전 의원과 일문일답.


▲ 민족전통인술세계화운동본부 이규정 총재. ⓒ천지일보(뉴스천지)

전통의학으로 난치병 치료 사례 많아
세계는 대체의술로 인정 가르치는데…
종주국인 우리는 애써 외면 안타까워

◆이규정 총재님은 평생 정치인으로 살아오셨는데 민족전통인술세계화운동본부 대표가 된 특별한 계기가 있습니까.

“특별한 계기는 없습니다. 실제 의원일 때는 이 같은 일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는데 다만 뒤늦게 이 운동을 펼치는 분들을 알게 됐고 대화를 통해 많은 부분을 공감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대표 자리를 요청했을 때 흔쾌히 승낙했고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운동을 해보니까 어떻습니까.

“법과 제도를 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보람을 느낍니다. 먼저 우리 민족 개개인은 기막힌 손재주를 타고난 민족입니다. 기능올림픽 15연패가 이를 증명하지요. 또 삼천리금수강산과 우리의 고토 동북아시아 만주일대가 따지고 보면 ‘인류 구원의 텃밭’입니다. 좋은 계절, 좋은 기후, 좋은 물과 공기, 탁월한 약성을 가진 나무, 풀들이 넘쳐나는데 이러한 것이 홍익인간의 건국이념을 실현시킬 토대가 되지 않겠습니까. 머리 좋고 손재주가 탁월한 우리민족이 침뜸·마사지 등 전통인술로 세계인의 건강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직접 치료효과를 경험해보셨는지요.

“당연하죠. 국민의 70~80%가 체험했을 것입니다. 대학시절 교통사고로 목발을 짚고 다닌 적이 있습니다. 그때 병원을 오래 다녀도 낫지 않고 고생만 하다가 우연히 침을 맞게 됐는데 그날로 목발을 버리고 걸어 나온 적이 있습니다. 또 신장에 염증이 생겨 요통이 심했는데 침 2대로 낫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방에서 제도권 밖의 의술에는 갸우뚱해 합니다.

“밥 짓는 것만큼이나 쉬운 것이 뜸입니다. 약간의 노력과 정성으로 배우고 익히면 됩니다. 그런데 왜 의료선택권을 강요하고 특정집단에게 독점이란 특혜를 주고 있는 겁니까. 밥을 짓는데 대학을 나와야만 합니까. 가정과·식품영양학과를 나오지 않아도 밥을 짓듯 뜸 정도는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되는 것이죠. 굳이 필요하다면 미국이나 독일, 일본처럼 제도적으로 가르치고 자격시험제도를 부활하든지요. 의료사고의 99%가 현대의학, 제도권 한의사들이 저지른 일이지 민족전통인술가의 의료사고는 1%도 미치지 않습니다.”

◆제도권 의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서양의학이 인류보건에 이바지한 공을 과소평가하진 않습니다. 또 제도권 한의학을 배타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대체의학으로 확산되고 있는 세계적 흐름에 더 이상 역행하지는 말자는 것이죠. 민족마다 전통 토착의술은 그 민족의 역사요 혼이며 문화입니다. 민중의술은 정서·체질·습성·기후·풍토 등 우리민족 문화에 알맞게 발달돼온 5천년의 자연의술이라는 말입니다. 5천년의 임상결과를 가진 과학적이고 부작용이 거의 없는 의술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것을 너무 평가절하해 살고 있습니다. 또 아무리 좋으면 뭐합니까. 돈 없는 사람은 병원에 못 가는걸. 적은 치료비로 빠른 효과를 볼 수 있고 자기들이 못 고쳐내는 것을 우리가 고쳐낸다는데 왜 야단인지모르겠습니다. 위정자들 역시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 민중의술전국연합회는 지나내 한민족의료주권선언대회를 열어 전통의술을 합법화해 의료주권을 회복하자고 주장했다.

◆단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할 것 같은데요.

“그렇죠. 먼저는 잘못된 의료교육제도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초등 5학년부터나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 보건교육을 정규과정으로 넣어 전통인술을 접목시켜 가르치는 겁니다. 탁월한 의료자질을 가지고 태어난 민족이니 응급처치법이나 침뜸, 따주기, 기공 등 간단한 것만 알고 있어도 자신의 몸은 물론 굶지 않고 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국에 나가 잔디 깎으며, 접시를 닦으며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현행의료법 개정 운동도 펼칠 예정이신가요.

“그럼요. 해야죠. 한평생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봉사하신 장병두(104세), 김남수(96세) 옹을 인간문화재로 추대하지는 못할망정 무면허진료라는 이름으로 범법자를 만들고 활동 못하게 족쇄를 채우게하는 법이니까요. 정말 훌륭한 민중의술인 가운데 정부정책 때문에 보따리 싸서 외국으로 간 진짜 알맹이들이 많습니다. 김남수 옹도 ”내가 이 나라를 떠나야겠다”는 말을 종종하셨는데 실제로 미국에 가 계시지 않습니까. 지난해 9월엔 보건복지가족부가 접골사·침사·구사·안마사 자격시험 규정 폐지안을 입법예고해 전국 1백만 전통인술인과 국민들의 거센 저항을 받기도 했지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전통의학은 현대의학이 포기한 만성 난치 질병도 고쳐내는 수많은 사례와 비방이 있습니다. 진정 국민의 건강을 염려한다면 정부가 특정 의료집단의 앞잡이 노릇을 할 게 아니라 동·서의학과 전통민중의술이 통합의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죠. 세계보건기구 WHO에서도 질병의 70% 이상은 민족의 토착의술로 치료될 수 있으니 민족의술을 1차 의료수단으로 활용하라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실정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반면, 외국에서 오히려 동방의 신비한 의학·침·뜸·부항 등을 대체의학으로 규정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종주국인 우리가 꿈에 깨지 못하고 있는 사이 외국인에 의해서 한민족의 전통의학이 세계화 되고 있는 추세가 된거죠.”

◆전통인술의 세계화를 위해 당사자들의 결집력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침뜸뿐만 아니라 벌, 산삼, 무속인까지 모두 포함해서 이들이 단결만 한다면 정권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을텐데 단합이 잘 안되는 게 문제입니다. 푸대접받는다고 말만 할 게 아니라 결집된 힘을 가지고 투쟁해서 고쳐나가야지요. 의사 한의사가 10만밖에 더 됩니까. 민중의술하는 분들은 100만이 넘는데요. 그래서 ‘민중의술하는 분들이여 일어나라! 깨어나라! 단합하라!’고 선동하는 일을 제가 하고 있는 겁니다. ‘자기는 최고인데 저 사람은 아니야’하는 생각들은 버리고 연합해야지요. ”

◆순탄치만은 않은 길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올 한 해 계획은 무엇입니까.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잘못된 의료교육제도 개선과 민중의술인들의 의식개혁운동을 동시에 해나가면서 약선(일명 약초)새마을 운동을 전개해나갈 겁니다. 우리네 선조들과 같이 경치 좋고 양지바른 산촌에서 각종 약초를 자연에서 채취하고 재배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드는 것이죠. 유기농 채소농사도 지으면서요.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도 온고지신의 마음으로 약선 마을에 오면 신선처럼 살 수 있을겁니다.”

이 총재는 인터뷰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마치는 순간까지 서양문화에 침식당해 우리문화를 잃어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해외에서 대체의학으로 각광받고 있는 의학은 우리에겐 ‘우리의학’이요, 서양의학이 대체의학이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근본이 없는 마냥 의료주권을 상실한 채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총재는 2009년 8월 15일 한민족의료주권 선언서를 발표하며 “의료주권 회복 없이는 진정한 8.15광복이라 할 수 없다”며 “영토회복과 더불어 민족전통문화의 회복이 이뤄져야 비로소 진정한 ‘광복’이라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