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지자체 자체 조사 결과는 ‘셀프 평가’ 일축
“시민단체 점검단 구성해야 공정한 평가”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지난 10월 9일 서울 노원역 부근의 한 환기구. 도로변 바닥에 설치된 환기구 한쪽엔 ‘추락 위험’ 스티커가, 다른 한쪽엔 ‘보행은 안전합니다’ 스티커가 나란히 부착돼 있었다. 이곳으로 안내한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는 “판교 환기구 사고 이후 환기구에 이처럼 스티커 한 장 붙여 놓은 게 전부”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생활 주변의 각종 안전문제와 관련해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그는 환기구 문제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판교 환기구 사고 이후 1년이 지났지만, 그간의 개선 조치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게 그의 평가다.

최 대표는 그동안 서울시 등 지자체가 내놓은 환기구 점검 결과에 대해 “셀프 평가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민간 환기구 말고도 공공시설 환기구에도 많은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그런데 셀프 검사를 하니까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 자기 스스로 문제가 많다고 할 이가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최 대표는 환기구 시설 평가기관의 부재를 문제로 꼽았다. 독립된 별도의 평가기관 없이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는 객관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조사 대상인 관공서는 점검 기관 참여를 배제하고 학계나 시민단체, 방제·소방 분야와 건축 관련 전문가들이 함께 점검단을 구성해서 환기구 안전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기구 점검은 시민 안전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시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게 최 대표의 생각이다.

최 대표는 환기구 이슈와 관련해 추락 위험만 부각되는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환기구에서 내뿜는 오염된 공기 자체가 호흡기 안전을 위협하고 있지만, 정작 이 문제는 간과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환기구 높이가 특히 어린이의 입과 맞아선 안 된다”면서 오염 공기가 쉽게 분산될 수 있는 높이인 5미터로 환기구 배출구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환기구 안전에 대한 정부 지침도 기존 시설에 대해선 권고사항으로 돼 있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 대표는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에선 안전을 필수로 보지 않는다”면서 “법으로 규정돼 있지 않는 한 움직이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환기구 시설 개선을 민간에 강제할 수 있는 입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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