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시민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테크노밸리 사고 현장이다. 13일 현재 안전 펜스와 화분이 설치됐지만 반대쪽은 여전히 사람들이 오르기에 용이하다(왼쪽). 사고 현장 바로 옆에 있는 환기구도 ‘접근금지’라는 푯말 외에는 조치된 부분이 없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규정 어긴 허술한 대처
펜스 높이, 불과 허리까지
경고문만 게재된 경우도 多

[천지일보=이혜림·김민아 기자] #. 지난 13일 경기 안양시의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던 초등학생 A(10)군이 3층 높이 환기구에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친구와 함께 놀던 A군은 환기구 위쪽 도로 사이 7m 정도 되는 비탈면을 내려오다가 중심을 잃고 떨어져 변을 당했다. 놀이터와 붙어 있는 환기구에는 펜스 등 안전시설은커녕 ‘올라가지 말라’는 푯말 하나가 전부였다.

‘성남 판교 환기구 사고’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났다. 하지만 이름뿐인 국토교통부의 지침과 안일한 시민들의 안전의식으로 환기구 사고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시민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광장 사고 환기구 주변은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였다. 사고 이후 경기도는 해당 빌딩과 주변 건물까지 점검해 환풍구에 안전펜스를 설치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 지난 13일 찾은 사고 현장은 현재 철제로 된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고, 상부에도 지붕을 설치해 내부 진입을 완전히 차단한 상태였다.

그러나 환기구에 붙어 있는 구조물이 어른 허리 높이 정도여서 접근하기 쉬웠다. 사고 현장 바로 옆 환기구는 더욱 심각했다. 보도에서 60°가량 경사진 비탈면 바로 아래 지면에 있는 이 환풍구는 접근금지 경고문만 게재돼 있을 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같은 지역의 다른 건물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었지만 펜스와 펜스 사이 간격이 넓고 낮아 내부진입이 가능했다. 안전펜스 간격이 촘촘하더라도 높이가 160㎝인 성인 가슴팍 정도여서 마음만 먹으면 넘어갈 수 있었다.

시민들은 불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했다. 판교테크노밸리 내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양명자(50, 여)씨는 “사고 환기구 주변으로는 경고문구, 안전펜스 등 시설 정비가 이뤄진 편이지만 시내 곳곳에 아직 위험한 환풍기가 많이 있다”며 “큰 사고가 발생해도 바쁜 일상에 잊히고 있다. ‘나는 아니겠지’라는 안전불감증은 여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10월 도내 지하철과 건물 등에 설치된 환풍구 1만 3186개 중 305개의 불량 환기구를 발견했다. 그러나 지난 8월 말까지 85개(27.9%)에 대한 안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