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과 행복한 일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김복중(좌)·조순희(우) 씨 부부. ⓒ천지일보(뉴스천지)

‘독립입양·장기위탁에도 지원 절실’

국내 출산율이 현저히 낮아지고 있는 요즘 보건복지가족부에서는 낙태금지운동, 인구 감소 해결 등을 필두로 2010년 한 해 열심히 뛸 기세다. 이러한 때 타의 모범이 되고, 세상을 향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것 같은 부부가 있어 만나봤다.

제1회 입양의 날 기념행사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뿐만 아니라, 제26회 가톨릭 대상(사랑부문)을 수상한 김복중(요셉, 58)·조순희(데레사, 57) 부부가 그 주인공이다.

집에 들어서니, 한눈에도 세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아이들이 있었다. 그 중 큰아들(요한, 30)과 둘째 아들(요한 보스코, 29)은 배 아파 낳은 자식이고, 나머지 아이들(6명)은 가슴으로 낳은 자식들이다.

로사(17), 아가페(24), 쌍둥이 선욱(베드로, 12)과 선민(바오로,12) 그리고 막내 쌍둥이인 아름(야고보, 6)과 다운(요한,6). 순간이었지만 서로 간에 아끼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들 부부는 인터뷰 내내 아이들 얘기뿐이었다. 그들의 감사함도, 새해 소망도 사회에 바라는 점도 모두 아이들에 관한 것뿐이었다.

아이들이 기악연주를 통해 봉사활동을 할 때가 가장 뿌듯하다고 말하는 부부에게서 지난 가톨릭 대상 수상식 때 아이들이 첼로·바이올린·피아노 등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세상 전부를 가진 것처럼 행복해 하는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조순희 씨는 처음 남편과 두 아들에게 입양 얘기를 꺼냈을 때 흔쾌히 승낙하며, 매우 기쁘게 받아들였다고 입을 열었다.

입양 초기에는 혹시라도 내 자식보다 덜 사랑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그런 우려도 잠시. 마음으로 낳은 아이들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부부는 사춘기를 제외하고, 혹시라도 친부모가 찾아온다면 내 소유는 아니니 애들을 위해 돌려보내자고 다짐하기도 했단다.

또한 우스갯소리로 “우리는 늙었으니 나중에 커서 젊은 부모 만나라”고 말하기도 한다며, 아이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다정한 모습을 내비치기도 했다.

조씨 부부는 이렇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아이들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다. 그렇게 아이들의 생활비, 음악 레슨비, 교육비를 위해 절약하면서 살아왔지만 저축은 엄두도 낼 수 없었고, 현재 통장의 잔고는 5~6년 전의 잔금 그대로다.

남편 김씨가 전문직에 종사해 그동안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초등학교 입학도 못시킨 막내 쌍둥이들을 보면 은근히 걱정도 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런 걱정마저도 쌍둥이가 무럭무럭 자라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어느새 행복함에 묻혀버린다.

부부는 “하느님께서 부족한 부분은 채워주시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는다.

그러나 아이들을 입양해 키우면서 안타까운 일들도 많이 겪는다고 전했다. 조씨는 “우리나라가 사회복지제도가 잘됐다고 하지만 직접 겪어보니 아직은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입양은 크게 기관입양과 독립입양으로 나눠진다. 기관입양은 부모가 친권을 포기하고 국가에서 인가받은 기관에 아동을 양도하여 기관에서 입양을 담당하는 경우이다.

반면, 독립입양은 입양기관을 통하지 않고 친부모 가족이나 친구, 이웃에 직접 아동을 입양시키거나, 다른 사람을 통해 혹은 제삼자의 소개로 입양시키는 경우다.

조순희 씨는 “흔히들 기관입양이 주를 이룬다고 생각하지만 미혼모나 병원을 통해 곧바로 가정으로 들어오는 독립입양도 생각보다 많다”고 전했다.

자녀들 중 몇 명이 그런 절차로 들어왔다는 그는 “실제 경험한 바로는 기관을 통한 입양은 서류상의 절차가 약간 복잡하며, 입양을 기다리는 기간이 길다는 불편함으로 인해 아이들이 고아원으로 보내지는 경우가 있다”며 “이러한 이유 등으로 독립입양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입시전형에 농어촌특례가 있고 유공자특례가 있다”며 “아이들을 위해 독립입양과 기관입양도 대학교 특례를 시행해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평범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 위탁의 경우는 아이들이 세대주로 돼 있어서 아이들을 위해 마땅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예를 들어 예기치 못한 수술을 받을 때 법적 대리인이 없어 위탁센터에 연락하는 시간상의 번거로움, 외국 나가는데 있어서의 절차가 복잡함은 물론이고, 아이들을 위한 통장 만들기 또한 어렵고, 등본·초본 때는 것 또한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법적인 부분에 있어서의 가족 구성원이 이뤄지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입양 통계가 제대로 되지 않아 독립입양에 관한 제도가 소홀하다며, 아이들이 어디에서 왔고 누구에게로 갔는지 알 수 있는 제도화가 마련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즉 체계화가 되기 위해서는 공개적으로 정확한 통계를 낼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주위에 아는 분이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었는데 파양하기에는 입양된 아이에게 상처가 될까봐 혼자서 어렵게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조치나 제도가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한 기관을 통해서 아동을 입양한 가정은 만 13세 미만의 아동에 대해 입양아동 양육수당으로 1인당 월 10만 원을 받는다.

이러한 제도에 대해 조씨는 “탁상공론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오히려 아이들은 중학교 이후에 들어가는 돈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그는 언론이 입양과 관련된 문제들에 관심을 가져줄 때 보다 더 나은 복지사회를 만들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또한 소외된 자들이 세상에 서기가 참 힘들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힘들지만 밝게 살아가려 애쓰는 이들 부부의 2010년 새해 소망은 올해 고3인 로사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는 것과 아이들이 사회에서 아름답고 평범하게 자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어떠한 부모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 “있는 그대로 진심으로 받아주고 (아이들에게) 노력하는 부모로 받아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들 부부가 세상에 사랑을 전하는 방법이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부부는 영등포교도소, 서울교도소에서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는 이의 권유로 시작했지만 그들의 소외된 환경이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는 간절한 마음으로 다니게 됐다고 한다.

부부는 12년 동안 급식 봉사 및 청주교도소 봉사활동도 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그들 부부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생명을 살린 미혼모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입양을 통해 얻은 것이 충분히 많다. 생명의 소중함, 아이들에 대한 소중함, 생명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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