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화합 위한 발언 VS 정치 테러와 음해

서울 대치동 강남교회 김성광 목사의 발언 파문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발언 파문은 김 목사가 지난해 12월 7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성공21 서울협의회 송년구국기도회’에 참석해 설교한 내용이 문제가 되면서부터였다.

김 목사는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면 여러분이 잡아먹어라. 새벽에 울어야 닭이지, 대낮에도 울면 어떻게 하느냐”며 박근혜 의원을 닭에 비유해 말했다.

이어서 그는 “‘BBK’는 저쪽(민주당)에서 나올 이야기인데 박근혜 씨가 매일 사퇴(이명박 후보)하라는 이야기를 했다”면서 “개가 도둑놈이 올 때 짖어야지 아무한테나 짖어대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여러분이 잡아먹어라”고 말한 뒤 “박근혜 씨가 시집을 가봤나. 회사를 해봤나. 반대만 한다”고 박근혜 의원을 비판했다.

이 발언 소식이 알려지자 박 의원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친박연대와 박 의원 지지자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박사모’의 정광용 회장은 “불특정 다수의 기독교인에게 공개적으로 발하는 암살 교사 지령인지, 정치적·논리적으로 대응할 방법을 찾지 못한 ‘MB’ 지지층의 발악적 단말마(斷末魔)인지 구분할 수 없다”며 “저질이라는 단어로는 도저히 부족한 저런 목사를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친박연대’ 전지명 대변인은 “구국기도회가 아니라 망국기도회에서나 할 수 있는 망언”이라며 “정치 목사 김성광의 헛소리는 단순한 폭언이 아니라 정치 테러이며 음해이다. 이 테러에 대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발할 것을 검토하겠다”는 논평을 냈다.

이와 함께 김 목사의 발언에 문제가 없다며, 이 문제를 보도하고 있는 언론과 박 의원, 그 지지자들을 비난하는 이들도 있다.

조선일보 강철환 기자는 한 신문사 기고를 통해 “박 의원 지지자들이 교회 앞까지 찾아와 욕설을 퍼붓고 검찰에 고발하고, 김 목사 반대 구국기도회를 하겠다고 하는데 박 의원은 그들을 말리고 있지 않고 있다”며 “적어도 한 나라를 통치할 큰 뜻을 품은 정치인이라면 그 정도 비판쯤은 웃고 넘어갈 아량이 필요하고 아랫사람이 설쳐도 말리는 것이 큰 정치인”이라고 박 의원을 비판했다.

양영태 인터넷타임즈 발행인은 모 인터넷 매체에서 “김 목사의 설교 내용의 핵심은 지난 2년간 박근혜 의원의 정치행적에 대해 성직자로서 그간에 느껴왔던 솔직한 심정을 표현한 것”이라며 “10년 동안 애국목사로서 국가정체성 회복과 북한 주민들의 인권회복을 위해 투쟁해 온 김성광 목사가 지난 ‘성공21’ 초청 강연에서 행한 박 의원 관련 설교는 한마디로 집권당이 분열해서는 결코 안 되며 오직 화합해야만 국가의 미래가 밝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음을 다시 한 번 깊이 음미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보도하고 있는 언론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 목사는 지난 12월 23일 당회 예배 설교를 통해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박 의원 지지자들의 사과 요구에 대해 “사과하라 하는데 나는 사과보다 감을 더 좋아한다”며 “욕하고 핍박해도 절대로 거기에 동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 지지자들은 지난 12월 27일 강남교회 앞에서 집회를 갖고 김 목사의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거센 항의를 가졌다.

박 의원 지지자 모임인 ‘호박가족(전국대표 임산)’은 김성광 목사에게 “지금까지 목사님의 망언에 대해 최대한 인내하고 이성으로써 다스려온 이러한 저희의 기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담할 수는 없으나 예수님의 진정한 목자라면 지금껏 자제해왔던 저희가 최악의 사태까지 가지 않도록 예수님의 은총으로 회개하실 것이라 아직도 믿어본다”고 두 번째 편지를 보냈다.

또 다른 지지자 모임인 ‘박사모’ 정광용 회장은 1월 12일 전화 통화에서 “현재는 세종시 문제로 경황이 없지만 반드시 김성광 목사 사건은 결말을 지을 것”이라는 단호한 의지를 나타냈다.

한편,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와 국민일보가 2007년 2월 15일 발표한 교회의 정치 편향에 대한 일반 개신교인들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목회자가 설교에서 정치적인 언급을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 57.3%였으며, 찬성을 밝힌 입장은 19.4%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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