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민아 기자] 고려대학교(총장 염재호)가 최근 ‘미래인재 육성기금’이라는 주제 아래 ‘개척하는 지성’을 양성하기 위한 장학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개편안은 2016학년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별도로 100억원의 장학기금을 마련한다.

◆장학제도 개편, 미래인재 양성에 가장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장학금이 ‘가장 필요한 학생에게’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것이 고려대 장학철학이다. 학생이 학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 경제적인 이유로 지장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대학의 책무다. 고려대는 ‘필요기반(Need-based)’장학금을 강화해 장학금을 통해 가장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키로 했다.

기존 국가장학금(Ⅰ유형)과 교내장학금으로 등록금의 100%를 면제받았던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학생들에게 특별 생활 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생활비가 매월 추가 지급된다.

이를 통해 등록금 마련을 위해 학업을 중단하거나, 등록금을 마련했더라도 생활비 때문에 학업에 집중하지 못했던 학생들이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그 외의 학생들도 본인 신청이 있을 시 소속 학과·대학의 장학위원회 심사를 통해 장학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성적이 우수한 소득분위 중간계층 학생들 또한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이번 개편에는 장학금이 결과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배움의 기회를 넓히고 장려하는 목적으로 쓰여야 한다는 고려대의 고민의 결과물이 반영돼 있다. 심화되는 취업난 등으로 이미 학점경쟁이 불붙은 시점에서 단순히 시험성적에 대한 보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기보다 학생들이 스스로 비전을 만들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나은 방향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고려대는 이를 위해 ‘프로그램기반(Program-based)’ 장학금도 대폭 확대키로 했다. 학생들을 위해 학교가 준비한 프로그램과, 학생들이 자기계발을 위해 스스로 설계한 프로그램들을 지원하는 장학금이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자신이 배우고 싶은 분야를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탐구할 수 있으며, 학교는 장학금을 통해 이러한 학생들을 최대한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장학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예로 고려대가 2013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차이나 글로벌리더십 프로그램’이 있다. 글로벌 중국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는 이 프로그램은 중국어, 중국문화, 기업체험 등을 집중적으로 하는 교육 프로젝트다. 교육과정은 국내에서 중국어 기본 과정을 거친 뒤 중국 현지에서 심화 과정을 수료하는 방식이다. 이 프로그램은 기부 장학금을 통해 참가 학생 전원에게 등록비, 수업료, 항공료, 기숙사비 등을 전액 지원하고 있다. 3년간 200명의 학생들이 5억여원의 지원으로 이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고려대는 라틴아메리카, 베네룩스 3국, 노르딕 국가들, 일본, 유럽 등 글로벌 리더십프로그램의 범위를 넓혀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고 IT, BT 등 분야별로도 장학 프로그램을 확대한다. 고려대생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이러한 기회들은 프로그램기반 장학금을 통해 탄탄하게 뒷받침 될 전망이다.

또한 학생들 스스로 정립한 비전을 펼치는 데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혜택을 늘려갈 예정이다. 학생들이 도전하고 싶거나 체험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기획·제안하면 장학위원회의의 심의를 거쳐 그 비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장학제도로 지원할 예정이다.

◆고려대의 교훈, 자유·정의·진리 장학금

고려대는 새로이 정비되는 장학제도에 교훈인 ‘자유·정의·진리’의 이름을 붙였다. 장학금은 크게 ▲자유장학금(자치와 자율) ▲정의장학금(필요기반) ▲진리장학금(프로그램 기반) 3종으로 분류된다. 자유장학금은 학생자치활동 장학금과 근로장학금 등이다. 정의장학금은 경제적 문제가 학업에 걸림돌 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장학금이다. 진리장학금은 학업, 연구 성취도를 높이는 장학금으로 학생들 스스로 비전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 장학금이다. 고려대 장학금 예산은 2015학년도 333억원에서 2016학년도 359억원으로 약 7% 증가해 자유장학금 35억, 정의장학금 200억, 진리장학금 100억, 이미 예정돼 있는 성적우수 장학금 24억원(2016학년도 한정)으로 배분될 예정이다.

고려대는 KU-PRIDE CLUB 캠페인, 프로그램 맞춤형 모금 등 전 방위적인 기금 모금을 통해 정의장학금과 진리장학금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실제로 고려대는 개교110주년을 맞아 올해 5월부터 1구좌 월 1만원 소액모금운동 KU PRIDE CLUB 캠페인을 벌여왔다. 현재까지 4000구좌가 모금됐고 모금액 5억원은 전액 정의장학금(need-based)에 투입해 어려운 경제적 상황 속에서 면학에 힘쓰는 학생들을 위해 쓰도록 할 예정이다.

고려대는 그간 장학금을 받아왔던 성적 우등생들에게는 명예를 선사하는 방식으로 격려할 예정이다. 해외 명문대 등에서는 일반화된 Dean’s List 방식이 유력하다. 부모님을 동반한 초청오찬 등도 고려하고 있다.

신지영 고려대 학생처장은 “미래인재 육성기금을 통해 이뤄지는 새 장학제도에 고려대의 교육이념과 철학을 담고자 했다. 학업을 하는 학생들에게 경제적 장애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번 개편의 기획의도다”며 “기계적 배분이 아닌 맞춤형 장학혜택을 통해 미래인재들에게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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