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비밀’에서 미스터리한 비밀을 가진한 남자 철웅을 열연한 배우 손호준을 14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 루소랩에서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배우가 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리곤 웃었다. 손호준은 ‘작품’을 만나면 물 만난 고기처럼 재밌고 신나게 날아오른다. 그의 ‘비밀’은 새로운 손호준을 만들어냈다.

영화 ‘비밀’은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을 검거한 형사 ‘상원(성동일 분)’이 홀로 남겨진 살인자의 딸 ‘정현(김유정 분)’을 데려다 키운다. 그리고 10년 뒤 평온한 부녀 앞에 비밀을 쥔 의문의 남자 ‘철웅(손호준 분)’이 정현의 선생님으로 나타났다. 살인자의 딸과 그 아이를 키운 형사 그리고 모든 비밀을 움켜쥔 한 남자의 등장으로 10년 전 그날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는데.

손호준은 영화 ‘비밀’에서 연쇄살인범에게 약혼녀를 희생당한 철웅 역을 맡았다. 자신의 약혼녀인 유신을 죽인 살인범에게 복수하기 위하여 그의 친딸인 정현을 찾아가며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는 역할이다.

본지는 1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근 카페에서 손호준과 영화 ‘비밀’ 홍보 차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철웅 캐릭터는 10년간 죄책감의 무게와 자신이 용서받고 싶은 마음 때문에 복수를 하게 되죠. 그런데 이게 살인자 손에 죽은 유신을 사랑해선지 아니면 죄책감을 덜어내고 싶은 마음인지 저 스스로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후자 쪽에 가까워요. 복잡한 심경을 가지고 있지만 모두가 그런 철웅을 이해하면서 다시 한 번 ‘비밀’을 보게 되면 남다를 것 같아요.”

이번 영화는 박은경‧이동하 공동감독 연출작으로 장르영화적 색채가 강하다. 여기에 강력범죄에 희생당한 피해자의 남겨진 유가족을 소재로, 미스터리 드라마로 흘러간다.

영화에서 상원은 살인자의 딸 정현을 데려와 친자식처럼 키우며 아끼는 진한 부성애를 보여주지만 철웅은 유신을 죽인 살인자의 딸 정현에게 복수를 꿈꾼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복수의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 고뇌하며 힘겨워하는 처절한 심리묘사는 철웅 캐릭터의 관건인데 손호준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 영화 ‘비밀’ 스틸 컷. (사진제공: CGV아트하우스)
“철웅은 용서받고 싶어 하는 친구죠. 보통 사람은 작은 일에도 잘잘못을 따지고 책임을 회피하고 싶어 해요. 철웅도 마찬가지죠. 자신이 죽인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행동으로 인한 것이라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어요. 그렇기에 용서받고 싶은 마음이 크겠죠. 근데 사랑하는 유신은 이미 죽고 없어요. 그녀에게 용서받고 싶은데. 그래서 유신의 부모님을 계속 찾아가는 거죠.”

고향인 광주에서 고등학교 시절부터 극단에 들어가 연기를 배운 손호준. 서울로 상경해선 여러 작품에서 단역을 통해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배우고 넓혀나갔다. 이어 영화 ‘바람’과 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통해 대중에게 확실한 인상을 심어줬다. 이어 예능과 드라마, 영화에 종횡무진 해온 손호준. 그는 아직도 자신을 ‘배우가 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소개했다.

연극부터 시작해 여러 작품에서 단역, 조연을 통해 스스로 배우라고 생각하지만, ‘응답하라 1994’를 통해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후 많은 작품을 선보이진 못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에 대중이 인정하는 배우가 되기 위해 자신을 ‘배우가 되어 가는 과정’에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낮췄다.

‘비밀’에서 손호준은 그동안 활발하고 익살스러웠던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묵직하고 어두운 내면 연기를 펼친다. 특히 감정 폭이 커 섬세한 내면 연기가 필요한 순간마다 적절하게 소화해내 그동안의 손호준과는 다른 인상을 남긴다.

▲ 영화 ‘비밀’ 스틸 컷. (사진제공: CGV아트하우스)
“이순재 선생님께 직접 들은 이야기가 있어요. ‘나도 아직 연기가 뭔지 모른다’라는 말씀, 저한테는 더 잘하라는 의미로 들렸죠. 선생님에 비하면 저는 알에서 부화도 안 된 상태랄까(웃음). 그래서 ‘비밀’을 끝내고 ‘아~저기서 이렇게 해 볼걸’이라는 아쉬움도 남지만 그만큼 저한테도 많은 도움이 된 작품이고 무엇보다 관객분들이 영화 보신 후 술 한잔 기울이면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작품이라 분명 좋은 시간으로 남으실 거예요.”

작품을 촬영할 때도 촬영 후 관객과의 대화를 나눌 때도 자신과 다른 시각으로 작품을 해석하는 순간이 올 때도 손호준은 즐겁다고 한다. 그가 배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비밀’은 기대감이 크다. 영화가 제시하는 결말보다 작품을 공유하고 견해를 이야기하는 순간을 예술인으로서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 말미에 그가 ‘지금 배우가 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 것이 이해되는 순간이다.

한편 성동일 김유정 손호준 주연의 영화 ‘비밀’은 오는 15일 개봉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1분.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