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천지일보(뉴스천지)DB
금융노조 연이은 성명 “금융개혁 실패, 노동자 탓 말라”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은행 4시 영업종료’ 발언에 금융업계 민심이 들끓고 있다. 최 부총리의 발언이 전해지자마자 은행 관계자들의 불만들이 터져 나왔고 연달아 금융계 노조들의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악의적 책임 전가 그만두고 진짜 금융개혁 고민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최 부총리의 발언과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금융개혁을 정면 비판했다.

앞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한 최 부총리는 기자 간담회에서 “금융개혁이 기대에 많이 못 미친다”며 “노 측의 힘이 너무 강해 역동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오후 4시면 문을 닫는 금융회사가 어디 있냐”며 “다른 나라는 금융회사들이 워킹아워에 맞춰 일하고 있다. 일하는 시간을 늘리지 않아도 노사 간 합의에 따라 근무형태를 바꿔 시대 변화에 맞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금융노조는 “이는 지지부진한 금융개혁의 책임을 노동자 탓으로 돌린 것”이라며 “노동자와 사용자, 진보와 보수를 떠나 모두가 금융개혁의 1순위 과제로 꼽는 것은 ‘관치금융 근절’”이라고 꼬집었다.

금융노조는 “은행 문이 오후 4시에 닫혀도 그 안에서 일하는 금융노동자들은 그때부터 잔무정리, 비대면 영업활동 등의 업무로 인해 밤 10시, 11시가 되도록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며 “금융개혁을 가로막을 정도로 금융노동자의 힘이 강하다면 수많은 관치 낙하산 인사부터 저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노동자를 금융개혁의 걸림돌로 지목한 악의적인 왜곡은 진정한 금융개혁을 요구하는 금융노동자들의 정당한 비판과 감시의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독재적 발상”이라며 “그간 금융당국 관료들이 보인 관치금융 구태와 전혀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성과 없는 금융개혁의 원인은 원칙과 방향성 없는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노조는 “박근혜 정부가 4대 개혁과제 중 하나로 지난해 말부터 금융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추상적 구호만 난무할 뿐 알맹이가 없다”며 “정부가 한 것은 은행에 지시해 금융위원회의 금융개혁 홍보 배너를 전 영업점에 게시한 것뿐”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8월 6일 박 대통령이 세계경제포럼 평가를 인용해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가진 우리나라가 아프리카 국가들과 비슷한 80위권의 금융 경쟁력을 기록한 점을 지적하며 금융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한 부분도 지적했다. 노조는 “동일 기관에서 지난 9월 30일 발표한 평가에서 ‘정부 정책결정의 투명성’은 123위를 기록했고, 설문에 응답한 기업인들이 한국 영업환경의 가장 큰 문제로 ‘정책의 불안정성’과 ‘정부 관료의 비효율성’을 꼽은 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금융개혁이라는 거대 담론을 얘기하면서 고작 인터넷전문은행, 크라우드펀딩 등 소소한 각론에 집착하는 협소함이 ‘정책의 불안정성’을 야기하는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관은 치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정부 관료들의 그릇된 선민의식을 드러내지 않는 이상 한국 금융개혁은 절대 불가능하다”며 “그럼에도 금융비리 연루 의혹을 받는 조영제 금감원 전 부원장이 금융연수원장에 취임한 것처럼 현실에서는 오히려 관치금융·낙하산 인사가 역대 최악의 수준”이라고 정부를 비난했다.

아울러 “진정한 금융개혁을 위해서라면 관치금융을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약속과 실천부터 선행돼야 한다”며 “금융개혁의 진정한 핵심은 금융에서 소외된 서민·중소기업을 위해 금융 공공성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도 성명을 내고 “최 부총리가 본인의 무능력으로 발생한 문제를 다른 이들에게 전가하는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며 최 부총리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