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의해 강제로 사할린이라는 낯선 땅으로 끌려간 한인들. 그들은 해방 이후에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한국 정부의 무관심 속에 그들은 차가운 땅에 그렇게 버려진다. 1990년대 ‘영주귀국사업’이 시작되지만, 대상은 매우 제한적. 결국 이산가족 문제만 되풀이 된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지금, 여전히 한인들은 고통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재외동포에 대한 정부의 정책 의지는 미온적이다. 이에 연재기사를 통해 사할린 한인의 현 실태를 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 사할린 한인이 모여 사는 경기도 안산 고향마을. 사할린 한인이 비를 맞으며 쓸쓸히 걸어가고 있다. 뒤에는 사할린 한인의 슬픔을 나타내는 ‘기다림’이라는 제목의 비석이 서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역사 속에 묻혀버린 상처
청소년, 사할린 문제 몰라
사할린, 과거 아닌 진행형
대부분 고령… 증언 기회 少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얼어붙은 외딴섬 ‘사할린’. 일제시대에 이곳에 끌려간 한인들은 고향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1990년대 한일 적십자사가 추진한 ‘영주귀국사업’으로 대부분의 1세대는 고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고국 땅을 밟은 사람도, 사할린 땅에 남겨진 사람도 그 아픔은 여전히 치유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건 ‘역사적 상처’가 시간에 묻힌 채 잊히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할린한인 문제, 과거일로 기억

특히 역사를 알아야 할 청소년들이 사할린 한인 문제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12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KIN지구촌동포연대 등의 ‘사할린 국적 확인 소송의 의미와 향후 과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청소년들이 사할린 한인 문제를 알리는 첫 캠페인에서 제작한 피켓 내용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청소년들은 ‘사할린에 조선인들이 끌려갔다는 사실’에 생소함을 느끼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피켓 수의 약 30%는 사할린 섬 위치를, 25%는 사할린에 조선인들이 끌려가게 된 배경, 20%는 사할린희망캠페인에 대한 홍보 등이 담겨 있었다. 일본의 책임을 언급하며 사과 및 배상을 요구하는 내용(15%), 국내 영주귀국자들이 겪는 어려움(10%)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청소년들이 ‘어디에’ ‘왜’ 끌려갔는지를 설명하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는 것을 말한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사할린 한인 문제는 이미 지난 과거의 일로 기억되고 있었다. 또 과거 문제로 인해 파생된 현재의 문제에 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었다.

또 다른 사할린 한인 관련 논문을 발표한 우복남 충청남도 여성정책개발원 연구위원은 “사할린 한인 문제는 과거사가 아닌 현재 진행형”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큰 상처가 남는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젊은 세대가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문제 해결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도 사할린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사할린 한인 동포를 잘 몰랐다’고 답한 권규희(15, 서울시 노원구 하계동)양은 “국민이 꼭 알아야 할 내용은 교육과정을 통해 자세히 설명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동기(27, 남,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씨도 “정말 중요한 역사가 잊히고 있다”며 “더는 사할린 한인을 외면하지 말고 정부가 지원을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시대 증언할 ‘역사기념관’ 필요


사할린 한인들의 아픈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역사관에 대한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KIN지구촌동포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단체는 사할린 현지 한인 단체들(사할린주 한인협회, 사할린주 한인노인회 등), 한국단체들과 사할린 한인 역사문화센터 건립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역사문화센터가 설립되면 역사 전시 공간, 1세대들을 위한 의료 및 복지 시설, 도서관 등 복합관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최상구 KIN지구촌동포연대 운영위원은 “단순히 건물 하나를 짓는 게 아니다. 선대가 경험한 역사적 진실을 공유하고 공감한다는 것 안에 미래 세대의 앞길을 밝혀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배덕호 KIN지구촌동포연대 대표는 “책이나 언론을 통해서만 소식을 접하지 말고, 직접 현장을 찾고 사할린 한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며 “특히 방학을 이용해 교사들이 현장답사를 한 후 아이들에게 현 실태를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르신들이 고령이어서 증언을 들을 기회가 별로 없다. 이젠 정말 시간 싸움”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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