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특위 위원장(앞)을 비롯한 국회 교문위 야당위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반대 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해 영풍문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野, 예산심의 연계 시사… 서명운동 등 총력 투쟁
與 “민생에 집중해야”… 야당 반박하며 여론몰이
국회 대정부질문서도 정면충돌… ‘역사 전쟁’ 지속

[천지일보=정인선 기자]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공식 발표함에 따라 이를 둘러싼 여야 간 대립 국면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특히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념 대결, 지지층 결집과 맞물려 여야의 공방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또 여야 간 대립이 극에 달하면서 정기국회 파행 운영의 불씨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기국회 파행 위기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정국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국정감사 이후 본격적인 예산·법안 심의에 착수한 정기국회는 파행과 공전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3일 국정화 관련 예산과 법안을 처리할 수 없다며 사실상 정기국회 예산 및 법안 처리 문제와 연계시켰다. 일단은 교과서 국정 전환과 관련된 사안에만 한정했지만, 전체 예산·법안 심의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정치연합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역사왜곡, 친일·쿠데타 세력을 부활시키려는 반민주공화적 음모를 경계하며 관련 예산과 법안을 철저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교과서 집필을 맡을) 국사편찬위원회 조직 예산을 원점에서 재설정하겠다. 국정화 관련 예산은 협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대표를 비롯해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교과서를 구실 삼아 산적한 민생 현안을 외면한다면 겨울 추위보다 매서운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며 “올바른 교과서는 국사편찬위원회에 맡기고 국회는 민생을 살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 이날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여야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새정치연합 백재현 의원은 “역사왜곡을 했다고 국제적으로 비난받는 아베정권 조차도 역사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전환하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일본 아베정권의 역사왜곡을 우리가 비난할 수 있겠냐”며 “‘국민통합을 위한 올바른 교과서’라는 용어로 둔갑시킨다고 우리 국민이 속을 것 같냐”고 꼬집었다.

백 의원은 “그런데도 무리수를 두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려는 이유는 무엇이냐”며 “총선에서 친일·보수세력의 결집을 염두에 둔 것 아닌가. 솔직해져야 한다”고 추궁했다. 이에 황교안 국무총리는 “유신을 찬양하는 교과서가 나올 수 없고 그렇게 만들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그런 시도가 있다면 제가 막겠다”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은 국정화에 반대하는 야당을 향해 “북한을 찬양하고 대한민국을 격하하는 교과서를 그대로 가르치라는 것인가. 편향적 이념이 가득한, 사실조차 왜곡하는 교과서를 우리 아이들에게 계속 배우라고 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태흠 의원은 대안학교의 교과과정 문제점을 거론한 뒤 “학생들이 좌편향된 교과서에 의해 왜곡된 역사관, 부정의 역사관을 갖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가세했다.

◆野 총력 저지 vs 與 여론몰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총력 저지 투쟁을 선언한 새정치연합은 13일 청와대 앞 집회를 열고 서명운동을 하는 등 이틀째 거리투쟁을 이어갔다. 국정화를 저지할 실질적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행정예고 기간인 20일 동안 반대여론 확산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이날 오전 청와대 앞에 집결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서한문을 전달했다. 이들은 서한문에서 “아버지 명예회복을 위한 것이든 총선 여당승리를 위한 것이든 가장 나쁜 행위”라며 “껍데기를 포장해도 유신독재의 회귀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등은 이날 오후 여의도역에서 국정화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하며 “친일독재 교과서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날 광화문에서 진행한 릴레이 1인시위도 계속하기로 했으며, 이날부터 전국에 ‘좋은 대통령은 역사를 바꾸고, 나쁜 대통령은 역사책을 바꾼다’는 현수막을 걸었다.

새정치연합은 시민단체와 연계를 강화하고 직접 집회를 여는 방법도 검토하는 등 투쟁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장외투쟁을 전개하는 등 국정교과서 저지에 강도를 높이자 이에 반대 논리를 제시하며 국정화의 필요성을 부각하는 등 맞불을 놓았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교과서 문제와 다른 경제활성화 문제는 전혀 별개인데 야당이 발목을 잡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이건 국민 여론이 풀어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국민이 어디를 선택할 것인가...”라고 야당의 태도를 비판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야당과 좌파 역사 학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국정교과서를 발행하는 나라는 터키, 그리스, 아이슬란드 3곳이므로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면서 “그러나 이는 대한민국이 공산주의 국가와 대치하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임을 무시하는 논리”라고 반박했다.

황진하 사무총장은 “올바른 역사교과서는 일각의 우려처럼 친일 미화, 독재 옹호의 교과서를 만드는 게 아니다”라며 “피와 땀으로 경제대국을 만든 자랑스러운 역사를 외면하고, 반(反)헌법적 내용으로 점철한 왜곡된 역사를 미래세대에 주입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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