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을 묶어 은혜를 갚는다’는 뜻을 지닌 결초보은(結草報恩)은 죽어서도 잊지 않고 은혜를 갚는다는 의미이다. 지난 9일 전남 신안군 하의3도(하의도, 상태도, 하태도) 주민들이 농민운동기념관에서 농지탈환운동희생자 위령제를 갖고 이 행사에 찾아온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전달한 감사패는 국가기관에 대한 고마움이 민의(民意)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그 의미가 매우 크다. 특히 국민들이 국가기관이나 정부관리, 국회의원 등 공직자에 대한 불신과 원성이 큰 현실에서 이루어진 순수한 주민 자발적 행사여서 대한민국의 사회전반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황무지나 다름없던 땅을 섬마을 사람들이 피땀으로 일궈놓은 농지 전체를 1623년 조선 인조 때 소유권을 박탈당했다. 인조는 선조대왕의 딸 정명공주가 풍산홍씨 홍주원과 혼인함에 따라 하의3도의 땅 20결(약 8만여평)에 대한 세금인 결세(結稅)를 징수할 수 있도록 했고, 그 후 풍산 홍씨 후손들은 섬 전체 토지(140결)를 빼앗고 300여년간 수탈한 데서 비극은 시작됐다.

하의3도 주민들이 온갖 고난과 풍파를 거치면서 소유주가 풍산 홍씨 후손에서 일본으로, 미군정청으로 변경된 토지 탈환운동을 오랜 세월동안 전개해왔다. 마침내 결실을 맺어 1950년 2월 제헌국회에서 하의3도 농지 무상반환이 결의됐고, 1956년 귀속농지를 불하받는 형식으로 소유권 이전등기가 시작돼 1994년 누락 필지에 대한 특별조치를 끝으로 이 사건이 마무리됐다. 제헌국회의원들의 올바른 판단에 의해 본래 주인에게 되돌아간 것인데, 국회의 하의3도 농지 무상반환 결의가 있은 지 65년이 지난 이제야 신안의 하의도, 상태도, 하태도 주민들이 정의화 국회의장을 초치해 결초보은의 감사패를 전달하게 됐던 것이다.

‘빼앗긴 땅을 돌려준’ 국회에 감사를 표하지 못한 선조들을 대신해 감사 인사를 전하는 이 행사는 뜻이 깊고 순수하다. 또 국민이 진정으로 고마워하면서 정성껏 마련한 섬마을 행사장까지 멀다 않고 찾아간 정의화 국회의장의 민의를 받드는 모습도 아름답게 보인다. 그보다 더 큰 의미는 “국회는 국민의 억울한 일이 있으면 풀어주는 곳”이라는 말인즉, 요즘처럼 여야가 당리당략과 자기계파 이익에 매몰돼 있는 현실에서 정 의장의 말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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