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은 6일(현지시간) 세계주교대의원회의인 ‘주교 시노드’ 총회에 참석한 주교들에게 이곳은 의회가 아니므로 절충하려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시노드는 지난 4일 시작돼 25일까지 3주간 열린다. 교황이 이날 오전에 열린 회의에 참석해 오픈 연설을 듣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 뉴시스)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4차 정기총회 개막
동성애·이혼·결혼 문제 어떻게 풀까 관심 집중
교황 “시노드, 다양한 의제 폭넓게 논의해달라”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 정기총회가 로마 바티칸에서 개막됐다. 전 세계 지역별 교구를 대표하는 추기경, 주교 등 대의원 30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12억 가톨릭 신도들과 세계인의 이목이 바티칸 교황청으로 집중되고 있다.

이번 주교 시노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위와 가톨릭교회의 방향을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핫 이슈는 동성애와 이혼, 결혼 문제다. 최근까지 교황은 동성애나 이혼 등에 대해 관대하고 진보적인 견해를 내비치며, 가톨릭 내 일부 보수 진영의 반발을 사왔다.

이를 의식한 듯 교황은 시노드에 참석한 주교들에게 동성애자와 이혼한 신자의 영성체 참여 문제로만 논의를 제한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교황이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분쟁, 갈등으로 발생하는 심각한 인권문제와 여성, 아동의 폭력, 세대 간 신앙 전달 등 다양한 의제를 폭넓게 논의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이탈리아 언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14차 주교 시노드 총회 회의에서 “결혼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과 원칙은 지난해 시노드 총회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며 “마치 이혼하거나 재혼한 사람의 영성체 참여만이 유일한 문제인 것처럼 받아들여 시노드 회의에서 논의될 주제를 축소해서는 안 된다”고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교황 “다양한 의제 논의 솔직한 발언” 당부

롬바르디 대변인은 “교황은 이번 특별 시노드 총회가 지난해 시노드 총회의 연속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그런 측면에서 이런 요청을 하게 됐다”며 “시노드 총회에서 다뤄야 할 다른 논의 주제로 세대 간 신앙의 전달, 난민 문제, 가정폭력, 전쟁, 빈곤, 중혼 등을 예로 들었다”고 바티칸 라디오는 전했다. 이어 시노드 총회는 ‘교회와 현대 세계에서 가정의 소명과 사명’을 주제로 열리고 있다.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뉴스통신사인 안사에 따르면 교황이 시노드에 참석한 주교들에게 솔직한 발언을 당부하기도 했다. 교황은 “시노드는 절충안과 협상 등을 통해 합의해야 하는 의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강한 영혼과 교회·가정의 선을 최우선 목표로 놓고 주교들이 평등한 가운데 진지하게 논의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과감하게 교리와 목회자적 열정과 지혜, 정직함을 갖고 신의 인도에 따라 복음의 원칙을 채택해 달라”고 요구했다.

교황은 지난 4일 바티칸의 성 바실리카 성당에서 열린 시노드 개회미사에서 “동성결혼은 허용할 수 없지만, 교회는 동성애자에게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며 동성애 논쟁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교황의 이 같은 발언은 전날 폴란드 출신 크리스토프 올라프 카람사(43) 신부가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하며 촉발시킨 동성애 논쟁에 대한 응답으로 풀이된다.

◆깊은 대화·토론 공개… 투명한 시노드 지향

4일 시작으로 25일 3주간 열리는 시노드는 이전과 달리 진행된다. 교황청에 따르면 새 방식은 많은 대화와 토론을 위해 논의 내용이 더욱 투명하게 드러난다. 각 대의원 주교들의 발언은 개별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지만 언론과의 인터뷰를 허용해 의사를 피력할 수 있다. 또한 매일 토론 내용을 종합해 브리핑하는 시간을 갖는다.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총장 로렌초 발디세리 추기경은 “이번 시노드가 기본적으로 3개의 미니 시노드들로 구성된다”고 말했다.

3부로 나뉘어 열리는 시노드는 매주 초에 주어진 주제에 대한 공개 토의가 마련되며, 이어 13개 소그룹 토의로 진행된다. 이 과정이 (3가지 주제로) 세 차례 반복된다. 소그룹 토의 내용은 매주 서면으로 작성돼 제출, 공개된다.

3주간의 전체 시노드 일정이 마치면 투표권을 지닌 대의원 주교들은 토론 내용을 종합 정리한 최종 보고서를 투표에 부치는 데, 교황청은 이 문서를 공개한다.

◆전 세계 대표하는 주교 모임 시노드란

시노드(synod)는 가톨릭교회 주요 인사들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모여 토론하고 결정하는 회의의 명칭이다. 라틴어로 시노두스(synodus)라고도 한다. 이는 ‘함께’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syn’과 ‘길, 여정’을 뜻하는 ‘hodos’가 합쳐진 말이다. 어원으로 풀이하면 ‘함께하는 여정’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시노드는 교구 시노드와 주교 시노드로 나눌 수 있다. ‘교구 시노드’는 교구의 최고 통치권자인 교구장 주교가 교구 공동체 차원에서 교구 내의 사제와 수도자, 일반 신자 등 교구 구성원들의 대표자(교구 대의원)들을 소집해서 하는 회의다. 반면 ‘주교 시노드’는 교황이 세계 주교 대표자들을 소집해 여는 회의로서, 교황의 자문기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

시노드에서 채택된 ‘건의안’은 교구장 등 시노드 의장에게 제출되며 의장은 이를 검토해 ‘최종문헌’을 작성해 반포한다. 이 최종문헌을 구체화시킨 ‘지침서’는 새 시노드가 열릴 때까지 가톨릭교회에서 최고 권위를 갖는 규범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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