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아우성이다. 정부가 올해를 ‘골든타임’으로 설정하고 ‘경제 살리기’에 나서봤지만 손에 잡히는 것이 별로 없다. 오히려 상황은 더 절망적이다. 오랜 내수경기 침체로 골목상권은 거의 질식 상태에 있다. 전체 ‘위험가구’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33.8%로 나타났다. 전체가구보다 10.2% 포인트 높다는 통계이다. 최근의 자영업자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지표라 하겠다.

어디 그뿐인가. ‘미친 전셋값’은 서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궁핍하게 만들고 있다. 전셋값 상승 속도가 워낙 가파르다 보니 매매가와의 격차(전세가율)도 70%를 넘어섰다. 월급 받아 월세를 내야 하는 세입자들의 삶은 거의 절망적이다. 그런데도 당분간 뾰족한 대책이 없다. 전세물량 자체가 부족하다보니 집 없는 서민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IMF는 지난 6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의 전망치보다 0.4%포인트 낮춘 2.7%로 수정했다. 이는 정부의 기대치 3.1%보다 0.4%포인트가 낮다. 저성장 기조가 이대로 굳어지는 것은 아닌지 잘 살펴볼 일이다. 터무니없는 경제전망치로 오류와 허구로 가득 찬 경제정책을 내놓던 과거의 관료주의적 행태는 이제 금물이다. 그만큼 국가경제의 한계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경제 살리기’에 정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인식은 옳다. 특히 지난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올해를 ‘골든타임’으로 설정했던 ‘선택과 집중’의 국정운영 방식도 적절하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앞서 거론했던 내용을 비롯해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우울하다 못해 위기감마저 느끼게 한다. 그런데 더 걱정되는 것은 내년 총선과 후년에 대선이 있다는 점이다. 자칫 경제회생을 위한 절박한 기회가 굵직한 정치일정에 휩쓸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럴수록 정부와 정치권의 협력과 진중한 자세가 더 없이 요청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경제회생의 길이 바쁜데도 정부가 앞장서 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한마디로 총선용 이념투쟁에 나서겠다는 발상이 아니라면 골든타임을 무색케 하는 자충수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이 어느 땐데 근현대사를 놓고 정부가 판을 주도하겠다는 것인가. 온 나라를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눠서 한바탕 이념투쟁, 정치투쟁을 하자는 것인가. 게다가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의 ‘매카시즘적 발언’은 불난 데 부채질을 하는 꼴이다. 경제회생을 향한 마지막 호소 대신 정부가 앞장서 국론을 분열시키고 또 소모적인 이념투쟁으로 국정운영의 프레임을 바꾸는 그 속내가 참으로 궁금하다. 전략인지 아니면 본질인지를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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