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시즌이 돌아왔다. 올해는 중국도 화교가 아닌 자국 국적자로 첫 수상자를 내면서 우리를 더욱 허탈하게 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 수상자 수는 21:0, 중국과는 1:0이라는 자조적인 표현도 나돈다. 노벨과학상 수상 여부가 과학 수준의 척도는 아니지만 여태껏 우리나라 수상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최근 정부출연기관에서 일하는 55세 책임연구원은 모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관료는 푸대접, 국민은 무관심한 것이 한국 과학자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단기 성과 압박과 행정업무에 시달리는 현실을 꼬집으며 이대로 가면 ‘국가위기’라고까지 했다. 그의 말은 왜 한국에서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못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과학자들이 제대로 연구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안 돼 있다는 주장은 사실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과거 군사정권은 국외로 나간 과학자들에게 국내에 들어와 연구개발에 힘써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당시 조국을 위해 헌신하리라 각오하고 귀국한 과학자 중 상당수는 당장의 성과만 요구하는 군사정권의 태도를 못 이기고 다시 연구하던 곳으로 떠났다. 세월이 꽤 흘렀지만 여전히 한국에서는 1년 내 성과를 못 내면 지원을 못 받았기에 쉬운 연구만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노벨상은 다이너마이트 발명가인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만들어져 1901년부터 시상되고 있다. 노벨과학상의 경우 인류에 대한 기여도와 독창성을 가장 중시해 원리나 이론을 처음 만든 사람에게 주어진다. 이런 독창적 성과를 위해선 과학자들이 충분히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면서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는 국가적 지원과 사회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 왜 노벨과학상을 받지 못하냐고 푸념하기 전에 과학인재들이 먹고 살 길이 막막해 약대나 의대로 재진학해야 할 만큼 과학자들을 푸대접하는 현실에 대한 자성과 실질적 대책 마련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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