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템페스트’를 바탕으로 한일관계 그린 희비극
양국 대표 배우와 스태프 대거 참여

[천지일보=홍수정 기자]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조선희) 남산예술센터가 한일 공동프로젝트 연극 ‘태풍기담(颱風奇譚)’을 오는 24일부터 11월 8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무대에 올린다. 극작가 겸 연출가 성기웅(제12언어연극스튜디오 대표)과 동아연극상 최초 외국인 수상자로 선정돼 화제를 모은 일본 연출가 타다 준노스케(多田淳之介, 극단 도쿄데쓰락 대표)가 협업한 신작이다.

2008년 아시아 연출가워크숍을 계기로 ‘로미오와 줄리엣’과 ‘가모메(かもめ)’ 등 다수의 작품에서 호흡을 맞춰 온 두 연출가가 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극작가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작품 ‘템페스트’에 도전한 것. ‘템페스트’는 전쟁 관계에 있던 밀라노와 나폴리 두 지역을 배경으로, 복수를 통한 화해와 용서의 과정을 그려낸 셰익스피어의 걸작이다.

서양의 고전을 각색해 아시아 근대화의 개막을 그린 희비극 ‘태풍기담’은 원작의 배경을 1920년대 동아시아 지역으로 옮겨,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불행한 역사를 갈등 밖에서 자란 젊은 세대의 시선으로 새롭게 바라봤다. 성기웅 연출가는 전문 영역인 이중 언어 상황, 즉 조선어(한국어)와 내지어(일본어)가 함께 쓰이던 식민지 시기의 현실을 극의 재료로 활용해 제국의 언어가 갖는 힘과 권력에 대해 탐구하고자 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원주민의 언어, 바람의 말(소리와 몸짓)까지 활용해 눈길을 끈다. 연출가 타다 준노스케는 다양한 언어가 무대 위에서 얽히는 상황을 위트 있게 풀어내며, 그의 강점인 음향 활용 능력을 십분 발휘한다.

‘태풍기담’은 그 줄거리를 그대로 가져오되 인물의 역할과 관계를 새로 구성했다. 한일 양국 배우들이 노련한 연기로 원작의 묵직한 힘을 살려낸다. 원작에서의 주인공 프로스페로와 안토니오 역은 정동환, 박상종이 맡았다. 이번 작품의 주연을 고심하던 타다 준노스케는 산울림 소극장 개관 30주년 기념 공연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두 배우를 보고 캐스팅을 결심했다. 이 외에도 일본 영화와 TV 드라마 유명 배우 오다 유타카, 나가이 히데키 등이 함께 출연한다.

이번 연극은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해 한국의 남산예술센터,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그리고 일본의 후지미시민문화회관이 공동 제작했다. 남산예술센터가 시도하는 국제교류 프로젝트의 첫 사례로, 양국을 대표하는 공공극장이 함께 참여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공연은 한국 초연 후 일본에서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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