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21주년 개산대재를 앞둔 서울 봉은사가 종루 전통문화체험관 건립과 관련 내부 마찰로 내홍에 휩싸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종루 전통문화체험관 건립 건으로 내부 마찰 촉발

일부 신도 “본질 왜곡하고 있다”
주지 연임반대 서명운동… “신도회 자율성 보장 때까지 시위 계속”

원학스님 “법적 책임 묻겠다”
‘반대 신도 제명’ ‘신도 조직 해체’… 명예훼손 등 민·형사 고소 경고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강남 대형사찰 봉은사 주지(사찰관리인) 원학스님의 연임을 놓고 일부 신도회가 강하게 반발하며 시끄러운 가운데, 봉은사 측이 야간법회 신도조직을 해체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원학스님의 사퇴를 요구하는 신도들의 모임인 ‘봉은사신도회바로세우기운동본부(봉은사운동본부)’는 이번 조치를 신도회 탄압 행위로 규정하고, 최근 봉은사 일주문 앞에서 규탄 집회를 가졌다. 봉은사는 조계종단(총무원)이 직접 운영하는 ‘직영사찰’로, 자승 총무원장이 사찰 주지와 신도회 총재를 맡고 있으며, 원학스님은 봉은사 사찰관리인으로 있다.

봉은사운동본부는 “신도들을 무시하고 신도조직을 해체한 원학 관리인은 봉은사를 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교 재가단체들도 뜻을 같이하며 연임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진실을 알립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신도들에게 배포했다. 봉은사운동본부는 입장문을 통해 “원학스님과 남판우 신도회장은 주지 반대 서명운동에 대해 변명할 마땅한 명분도 없이 봉은사운동본부를 중창불사 반대자로 몰아가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며 “우리는 중창불사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적극적으로 찬성하며 돕고자 한다”고 밝혔다.

◆일부 신도, 원학스님 ‘연임저지’ 끝까지 간다

봉은사운동본부는 원학스님이 봉은사 중창불사의 인허가를 마치 자신의 노고로 이룬 성과인양 선전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들은 중창불사에 대해 “2012년부터 (전) 주지 진화스님과 신도들의 원력으로 이루게 된 것”이라면서 “당시 봉은사와 무관했던 원학스님이 40년 숙원사업을 어떻게 개인만의 노력으로 해결했다고 주장하는지 도저히 알 길이 없다”고 꼬집었다.

또 이들은 임기(12월) 만료를 앞둔 원학스님이 아무런 명분 없이 신도회 조직을 해체해 갈등을 키우고 있다며, 연임 저지와 신도회 자율성이 보장되는 날까지 시위를 멈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불교계에 따르면 봉은사 사태는 지난해 사찰 내 종루 전통문화체험관 건립과 관련해 내부에서 마찰이 빚어지며 촉발됐다. 봉은사는 종루 공간을 외국인 관광객과 신도들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 조성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시행했다. 당시 6봉은(봉은사 신도조직, 야간봉은) 내 연등장이었던 최모씨와 일부 신도회원들이 반대 운동에 나서며 파문이 일었다.

봉은사는 지난 1월 신도회를 거쳐 최씨를 제명했다. 이에 최씨는 봉은사 신도회를 상대로 서울지방법원에 ‘봉은사 연등 및 신도지위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고 1인 시위 등 본격적으로 반대운동에 나섰다. 봉은사 측은 6월 최씨를 업무방해와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해 법적분쟁으로 커졌다. 9월 최씨외 3명을 추가 제명하고, 5명을 근신 처분을 내린 봉은사는 시위가 계속되자, 30일 법회동참거부 등의 이유로 6봉은 해체를 선언했다.

◆원학 “일부 신도 사안 왜곡… 法책임 물을 것”

봉은사 측은 일부 신도들의 징계(제명)와 조직 해체 사유가 명확해 신도회를 거쳐 회칙과 절차에 따라 결의된 사항인 만큼 반대 신도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주지 원학스님은 종단 기관지인 불교신문을 통해 “몇몇 신도들이 정상적인 신행활동을 하는 신도들에게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문자를 보내고 있다. 또 거리로 나가 허위 사실을 담은 유인물을 배포해 사세를 추락시키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합당한 절차에 따라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혀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원학스님은 봉은사운동본부 측이 주장하는 내용과 반대집회 행위에 대해 “40년만의 이루어가는 중창불사의 발목을 잡는 일”이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이어 “검찰 조사를 받는 일부 신도의 일탈 행위에 재야단체까지 합세하면서 사안이 왜곡되고 확대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봉은사는 지난달 23일 봉은사 대중스님·신도회·종무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몇몇 신도들이 신도회 운영과 주지 스님의 개인 신상과 관련해 사실이 아닌 내용을 유인물로 배포하고 시위하는 등 그 소란과 불협화음이 사중을 넘어섰다”며 “봉은사는 물론 한국불교의 명예가 훼손되고 있어 사부대중은 당혹스러움 속에서 진실규명을 하지 않을 수 없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어 “수차례 시위 중단을 요구했다. 중창불사 추진이 몇몇 신도들의 도를 넘는 훼방으로 좌절되거나 중단될 수 없다. 그렇게 돼서도 안 된다”며 “제명 처분된 최씨외 3명에 대해선 어떠한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민·형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가단체, 자승스님에 정상화 조치 촉구

봉은사 내부 갈등이 확산되며 급기야 신도회 일부 조직이 해체되는 사태로까지 번지자, 불교계 주요 재가단체인 참여불교재가연대와 바른불교재가모임은 공동성명을 내고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향해 “봉은사에 대한 즉각적인 정상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이달 초 성명을 통해 “봉은사 사찰관리인 원학스님이 일방적으로 임명한 신도회 임원들이 신도회 발대식 당일인 올해 1월 17일에 1차 운영위원회를 열어 연등장을 제명하고 연등조직을 해체했다”며 “이어 9월 9일에는 전·현직 봉은장 3명을 제명하고 5명의 신도를 징계했다. 급기야 9월 30일에는 봉은사 야간법회 신도조직인 달마, 선재, 유마 봉은을 전부 해체했다”고 비판했다.

신도조직의 해체 시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야간법회 신도들이 원학스님이 요청한 토론회를 받아들였다. 대화에 의한 해결이 기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어난 일(신도회 해체 결의)로 가히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두 단체는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향해 “마땅히 해결해야 할, 서야 할 자리가 없어진 신도들의 어려움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원학스님에 대한 사찰관리인 임명시절과 같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행위를 반복한다면 그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될 것”이라고 책임과 결단을 요구했다.

서현스님 재심판결, 용주사, 마곡사, 동국대 사태와 일부 언론이 제기한 개인비리 의혹 등으로 난처한 처지에 놓인 자승 총무원장이 법적 분쟁으로까지 비화된 봉은사 사태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어떠한 해법을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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