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수호이-24M 전투기가 레이저 유도 폭탄을 장착하고 시리아 흐메이밈 공군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30일부터 개시한 공습이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의 연계세력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몇몇 공습은 서방이 지원하는 반군단체에 대해 이뤄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사진출처: 뉴시스)

나토·미국·터키 즉각 반발 “극단적 사태로 갈 수 있어”
정부군 돕는 러시아, 서방연합군이 돕는 반군 공격 의혹
IS 격퇴 놓고 ‘동상이몽’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시리아 내 공습을 개시한 러시아가 타격 목표물을 두고 미국·영국·프랑스 등이 참가한 ‘IS 격퇴 국제연합군’과 갈등을 겪는 가운데 이번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터키 영공을 두 차례에 걸쳐 무단 침범함에 따라 미국 및 터키, 나토와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페리둔 시니르리올루 터키 외무장관은 러시아 전투기가 3일부터 이틀간 두 차례 터키 남부 하타이 지역 영공을 침범하자 이에 항의하기 위해 러시아 대사를 즉각 소환했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아흐메트 다부토을루 터키 총리는 자국 방송 하버터크TV와 인터뷰에서 “터키는 필요한 모든 조치를 동원해 우리 영공을 무단 침범하는 세력으로부터 국경을 지킬 것”이라면서 “새 한 마리도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국방부는 기상 악화로 자국 전투기가 잠시 터키 영공을 침범했음을 인정했다. 이고르 코나센코프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좋지 않은 날씨 상황 탓에 벌어진 일”이라면서 “음모론적인 시각에서 다른 의도를 찾을 필요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이 같은 해명에도 미국을 비롯한 나토회원국의 반발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유는 시리아 공습을 시작한 러시아가 극단주의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타깃이 아닌 반군을 공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미국 등과 심한 갈등을 이미 겪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지난달 30일 IS격퇴를 명분으로 자국 공군의 시리아 파견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뒤 공습을 시작했으나, IS를 겨냥한 것이 아닌 시리아 반군을 겨냥한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가 미국 중앙정보국, CIA가 은밀히 군사 지원을 해온 시리아 반군 단체 한 곳 이상을 폭격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과 존 케리 국무장관은 러시아가 IS가 아닌 반군을 공격했다며 비난했다.

현재 미군 주도의 영국·프랑스 등 서방세계는 시리아에서 반정부군을 지원하고 있어 정부군을 돕는 러시아군의 반대편에 서서 IS와 전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부군을 도와 IS 목표물만 공격하고 있다고 해명하며 미국 국방부의 말은 듣지 말라고 맞받아쳐 갈등이 심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터키 영공까지 무단 침범하자 이를 놓고 미국을 주축으로 한 서방세계와 러시아와의 냉전시대 극단적 대립이 되풀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사태를 두고 나토는 벨기에 브루셀에서 대사회의를 열어 “받아들일 수 없는 도발”이라며 “러시아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동맹국이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칠레를 방문 중인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만약 터키가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했다면 매우 우려할만한 사태가 일어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해 러시아를 상대로 미국 주도의 연합국이 무력 대결을 펼치는 극단적 사태로 갈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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