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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이경숙 기자] 분주한 하루의 일상… 많게는 하루에도 수백통의 이메일과 수십통의 문자가 밀려 들어와 우리의 시각과 두뇌를 분주하게 한다.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빠른 시간 내에 습득해야 하고 필요 없는 정보들은 걸러내야 한다. 이뿐 아니다. 회의시간도 가리지 않고 수시로 울리는 휴대전화의 알림소리. 바로 각종 메신저 서비스를 통해 나에게 말 을 거는 신호다. 손가락은 휴대전화로 들어온 메시지를 확인하고 즉각 즉각 답장하는 데 쉴 틈이 없다. 회의시간 집중력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얼굴을 보고 대화할 수 있는 시간도 빼앗는다. 이는 바쁜 현대인들의 자화상이 돼 버렸다.

이제 좀 한숨 돌리고 여유를 가져 보자. 예쁜 편지지와 부드러운 필기도구를 준비하고, 마음을 나누고픈 이를 떠올리며 손으로 한자 한자 꾸욱 꾸욱 눌러 편지를 써 보는 것은 어떨까.

옛날 조선시대 단아했던 사대부 규수들은 안방에 앉아서 그저 다소곳이 수만 놓았던 것은 아니다. 한글이 보급되면서 자신의 마음을 소중히 담아 사랑하는 임에게 연서(戀書)를 보내기도 했다. 다름 아닌 마음을 글로써 전달한 것이다. 연서를 받아본 낭군님의 마음은 또 어떠할까.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을 담아두며 설렘으로 입가엔 한가득 미소를 머금지 않겠는가. 또한 떠나보낸 임을 무한히 그리워하며 애달픈 마음을 부치지 못할 편지글로 옮겨 적기도 했으니, 후대에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함께 슬퍼하기도 한다.

실제 420여년 동안 무덤 속에 잠들어 있다가 세상에 빛을 본 조선시대 어느 여인의 편지글이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기도 했다. 바로 ‘원이 엄마의 한글편지’로 유명한 글이다. 편지가 발견된 무덤의 주인은 고성이씨 (固城 李氏) 이응태(李應台, 1556~1586). 그는 뱃속에 아이를 둔 젊은 아내와 어린 아들을 남겨두고 서른 한 살의 나이로 요절했다. 무덤이 발굴될 당시 그의 유물들과 함께 이 씨의 부인이 쓴 한글편지가 발견됐다.

‘원이(아들 이름) 아버지에게’로 시작하는 편지 내용은 먼저 간 남편을 그리워하는 부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원이 엄마가 사별한 남편을 그리워하며 한글로 쓴 편지 (천지일보 DB)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와 어린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 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중략) 당신은 한갓 그곳에서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 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한 장의 편지에 담긴 애절한 마음은 비록 임이 저승에 있을지라도 닿았을 것이다.

이런 사연 깊은 편지글까지는 아니어도 사랑하는 마음을, 감사하는 마음을, 편지 글로 적어보자. 쓰는 이와 읽는 이가 함께 좀 더 마음이 따듯해지고, 조금 더 여유로워 질 것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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