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출제위원 경력, 사적인 홍보에 사용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수능 출제 및 검토위원(D고등학교 홍보 전단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H대학교 000교수 프로필).’

비밀로 해야 할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및 검토 경력을 자신을 홍보하는 데 사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출제·검토위원들은 비밀보안 서약을 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또 이를 적발해도 처벌할 법적인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적발건수 2건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비밀준수 항목 위반’으로 적발된 사안은 2건으로 저조했다. 그러나 김 의원실이 자체 조사한 결과 위반 건은 10건 이상이었다.

수능 출제·검토위원들은 출제본부에 입소하기 전 서약서를 작성한다. 이 서약서엔 ‘출제·검토위원 참여사실 비밀 준수’ 항목이 포함돼 있다.

비밀 준수 항목은 ▲다음 연도 출제 위원단 구성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 ▲출제위원 명단, 합숙 장소, 출제 과정상의 비밀, 출제 방법 등 출제 관련 보안사항 등이 공개되면 국가고사 출제 업무 수행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점 ▲여러 사람이 노력해서 만들어낸 결과물임에도 이를 개인이 사적으로 소유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 ▲교육 과정이나 출제 경향은 계속해서 변화하는데 과거 경력을 홍보하면 현재 교육과정이나 출제경향과 혼동을 빚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만들어졌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선 교수, 학원 강사 등이 수능 출제본부에 참여한 사실 등을 자신의 경력을 홍보하는 데 일부 사용하고 있었다. 또 이를 제재하고 적발해야 할 평가원의 실적이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는 지적이다.

◆법적 실효성 없어

평가원 측은 위반사항을 적발해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어 실질적인 제재가 어렵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장기간 합숙, 문항 출제의 어려움 등으로 교수나 교사의 출제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교사와 교수 비율 제한, 특정학교 출신 비율 제한, 3회 이상 출제 제한 등 여러 제약 조건이 존재해 출제위원 위촉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본인들이 서약한 약속도 지키지 않는 출제·검토위원들이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수능시험의 문제를 출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평가원은 수능 출제·검토위원들이 참여사실에 대해 비밀을 준수할 수 있도록 법적근거를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능 출제가 밀폐된 공간에서, 개인이 아닌 공동으로 이뤄지는 점에서 과연 ‘출제·검토위원 참여사실 비밀 준수’가 실효성이 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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