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의 독립기구인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가 시간적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 획정안을 마련해 국회로 송부해야 하는 법정시한이 13일로 바짝 다가왔기 때문이다. 지난 2일 획정위에서는 전체회의를 열고 지역구 의석수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려했지만 8시간에 걸친 마라톤회의에도 불구하고 결정나지 않았다. 현재 의석수(246석)대로 할지, 249석으로 정할지에 대해 일부 위원들의 의견이 분분해 의결하지 못했던 것이다.

선거구 간 인구 편차를 1:2로 줄인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르자면 지역구 수를 늘이지 않고서는 비례대표수를 줄이는 수밖에 없지만 이마저도 비례대표제도의 취지, 상징성으로 볼 때에 쉬운 문제는 아닌 것이다. 그런 입장이니 획정위에서 헌재 결정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의 ‘의원 300인’ 합의 범위 내에서 획정안을 마련하려면 농촌지역구가 감소되거나 현재 최대 4개군이 5개군 이상으로 변경 가능성이 높은데, 농촌지역구를 가진 현역 의원들의 반발도 만만치가 않으니 획정위 위원들의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농촌지역구 의원들이 농성하는 가운데 정개특위 여야 위원들은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선거구획정뿐만 아니라 그 밖의 정치개혁을 위한 사안들이 많으니 제대로 합의가 되지 않고 의견의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개특위 위원들은 획정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10월 13일을 넘기면 공직선거법상 획정위의 국회의원선거구 결정 안에 수정 요구할 수 없다며 난감을 표하지만 여야 합의는 여전히 어려운 상태다.

이제 획정위가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선거구 획정안을 결정하는 데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일주일이다. 아직까지 정개특위가 선거구 기준을 넘겨주지 않은 불성실을 보이는 상태에서 공직선거법상 처음으로 독립기구가 된 획정위에서는 결단해야 한다. 위원들이 지혜를 모으고 최선을 다해 농어촌 지역 대표성 문제가 잘 해결된 획정안을 마련해 13일까지는 국회에 제출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국회의원선거구 획정이 단 한 번도 법정기한이 지켜지지 않은 폐단의 정치에 경종을 울려야 하겠다.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정치를 위한 국민의 요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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