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으로 이자조차 못 갚는 비금융 상장사 34.9%
조선·운수 등 대부분 업종서 증가… “구조조정 시급”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가계부채와 함께 한국 경제의 위협요소로 꼽히는 이른바 ‘좀비기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적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런 좀비기업이 어느 순간 우리 경제를 뒤흔들 시한폭탄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4일 LG경제연구원이 최근 628개 비금융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부채상환능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좀비기업은 2010년 24.7%에서 올해 1분기 34.9%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좀비기업이란 일반적으로 재무건전성을 진단하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 미만인 곳을 말한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원금은커녕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올해 6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으로 1 미만에 머문 기업이 급증했다. 한국은행은 이를 ‘한계기업’으로 정의해 분석했다.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 중 한계기업은 2009년 2698개(12.8%)에서 작년 말 3295개(15.2%)로 증가했다.

특히 대기업 중에서 한계기업 비중이 2009년 9.3%에서 지난해 14.8%로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시기 중소기업의 한계기업 비중(15.3%)에 근접한 수치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다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업황이 나빠져 어려움을 겪는 업종에서 한계기업이 속출하고 있어 문제가 크다. 조선업에서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6.1%에서 지난해 18.2%로 5년 사이에 12.1%포인트 늘어났고, 운수업 한계기업은 같은 기간 13.3%에서 22.2%로 비중이 커졌다.

조선 외에 건설(2009년 11.9%→2014년 13.9%), 철강(2009년 5.9%→2014년 12.8%), 섬유(2009년 9.8%→2014년 13.4%), 전자(2009년 11.5%→2014년 13.2%) 등 대부분 업종에서도 한계기업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좀비기업들에 대한 신용 공여가 늘어난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로 업황이 더 나빠지면 금융권의 부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사에서 신용평가를 엄격하게 하는 등 기업의 위험성을 철저히 파악하고 회생가능성이 없는 곳은 서둘러 강력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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