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르단 난민 캠프 상황을 떠올리고 있는 압둘 와합 기획국장. ⓒ천지일보(뉴스천지)

헬프시리아 기획국장

‘시리아 난민’ 인권침해 실태 알리는
韓 시리아인 유학생 1호 압둘 와합

‘목숨 건’ 시리아 난민 캠프 방문
여건 달라도 “비참한 건 매한가지”

레바논 차별 심각… 의료혜택 전무
“난민 캠프 어린이들, 교육 못받아”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중동 분쟁으로 발생한 난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국제적인 여론이 거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는 곳마다 난민에 대한 언급을 빠뜨리지 않고 있으며, 그동안 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최근에는 난민에 대한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다. 실제 난민들의 생활은 어떠할까.

▲ 시리아 난민 현황. (자료출처: 유엔난민기구) ⓒ천지일보(뉴스천지) 그래픽.

지난 8월 29일부터 9월 14일까지 요르단의 시리아 난민 캠프를 다녀온 헬프시리아 압둘 와합(31) 기획국장에게 생생한 현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여독이 풀리기도 전인 16일 와합을 동국대학교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한국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그는 국내 시리아 유학생 1호로 목숨을 걸고 각국 시리아 난민 캠프를 지원하고 국내에서는 이들의 처참한 실태를 알리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와합은 올 초 레바논 캠프를 방문한 데 이어 이번에는 요르단 난민 캠프를 방문했고, 현재는 터키 난민 캠프를 찾아가 난민들을 돕고 있다.

◆처참한 시리아 캠프… “매일 폭격”

그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진 시리아인 난민 캠프의 상황은 심각했다. 그는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터키 등 난민 캠프가 운영되는 시리아 인근 국가들을 모두 방문했고 지원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현재 시리아인 난민들은 약 120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리아에 750만명, 레바논 112만명, 요르단 63만명, 터키 194만명 등이 수용되고 있다. 이 외에도 유럽이나 각국으로 이동한 난민들도 부지기수다.

와합은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터키의 난민 캠프 중 가장 상황이 열악한 곳은 시리아라고 말했다. 내전 중이라 외부 지원이 잘 이뤄지지 않고 언제 폭격이 발생할 줄 몰라 불안에 떨며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캠프 바닥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난민 어린이들.(사진제공: 헬프시리아)

◆현지인과 차별 심한 레바논 캠프

그 다음으로 상황이 좋지 않는 곳은 레바논이다. 레바논에 운영되고 있는 난민 캠프는 레바논 당국의 손이 닿지 않는다. 민간에서 독과점으로 시리아난민들에게 돈을 받고 텐트를 임대하는 등 캠프가 운영되고 있었다. 와합은 특히 레바논에서는 시리아인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고 말했다. 레바논이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국가이다 보니 난민들은 브로커들의 먹이감 수준으로 전락했다.

와합은 레바논 캠프에서는 한 달 동안 UN 지원금을 단 19달러(한화 약 2만 2000원)만 받고 있다며 생계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의약품과 병원비가 비싸 의료혜택은 거의 받을 수 없고, 시리아인이라는 이유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여성들은 성추행에 시달리고 있다고 실태를 알렸다.

“레바논에서 시리아 여성이 택시를 타면 레바논인 택시 기사 중에는 요금 대신 몸으로 지불하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임신한 여성들은 병원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병원 앞 거리에서 출산하고 있다. 시리아인이라고 밝히기 전에는 현지 물가대로 돈을 받지만 시리아인이라고 밝히면 물가는 몇 배로 뛴다. 이게 레바논에서 살고 있는 시리아 난민의 현실이다.”

▲ 지붕이 천으로 된 컨테이너 박스들이 닭장처럼 가득한 요르단 난민 캠프. 사막 모래바람이 캠프를 덮치고 있다. (사진제공: 헬프시리아)


◆사막과도 같은 요르단 캠프

그나마 요르단은 정부가 나서서 캠프를 운영하고 있어 레바논 보다는 사정이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캠프가 운영되는 지역은 거의 사막에 가깝고 시리아인은 닭장과도 같은 천으로 된 컨테이너에 의지해 목숨을 연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에게 구호물자로 공급되는 물은 하루 단 30ℓ이다. 이 물로 세수, 목욕은 물론 세탁까지 해결해야 한다. 캠프 내에서 물건을 살 수 있는 가게는 단 두 군데 있었는데, 비자카드 형식으로 지원되는 지원금을 이 가게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다. 물건 값은 현지 물가의 2~3배에 달한다. 그는 또 수용된 난민의 50%에 가까운 어린이들은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었고, 그나마 운영되는 학교도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흡사 교도소를 방불케 한다고 강조했다.

“일전에 요르단에 갔을 때에는 글을 쓸 줄 아는 아이가 그래도 꽤 됐었다. 그러나 이번에 방문했을 때 간단한 설문조사를 위해서 설문지를 돌렸는데, 글을 모르는 아이가 상당했다. 이 모습을 보고 있는데 가슴이 아프지 않을 시리아인이 있겠는가.”

하지만 그는 요르단 일반 국민들 중에는 시리아 난민을 불쌍히 여기고 구제하려는 사람이 많다며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다. 요르단 난민 캠프에는 각국 난민 캠프 중 유일하게 태권도 강습소가 있다. 그는 태권도 강습소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제대로 된 강습이 이뤄져 시리아 난민 아이들이 제대로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요르단 시리아 난민 캠프 내 학교. (사진제공: 헬프시리아)

◆희망 찾아 유럽으로 나서는 난민들

레바논이나 요르단보다 사정이 조금 더 나은 곳은 터키 난민 캠프이다. 터키 정부가 다른 곳의 지원을 받지 않고 100% 지원하고 있다.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와합은 터키 정부와 국민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거듭 강조했다.

그렇지만 터키에서 거주하고 있는 난민들의 생활도 만족스럽지는 않다. 지원이 있다고는 하지만 하루살이에 그치기 때문이다. 또 점점 터키 국민들은 자국의 혈세로 난민들을 돌보는 정부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이에 시리아 난민들은 더 나은 조건으로 난민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유럽으로 가기 위해 목숨 건 여정에 뛰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난민들 입장도 생각해줬으면…”

그는 한국과 우리 국민에게도 감사하다 말하면서도 시리아 난민이 난민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1994년 우리나라가 난민협약에 가입한 이래 올해 7월 31일까지 한국에 도착한 난민은 1만 2208명이다. 이 중 599명이 난민으로 인정받았고, 인도적 체류지위를 받은 난민들은 800여명에 달한다. 우리 정부가 보호하겠다고 나선 인원은 고작 5%에 불과하다. 국제적 난민인정률은 2013년 기준 32%로 우리나라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 중 시리아인으로 난민 인정을 받는 사람은 신청자 700여명 중 단 세 명이다.

“한국에 산적한 문제가 많아 시리아 난민 문제가 밀릴 수 있지만 난민의 입장도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다. 정말 먼 곳에서 어렵게 문화도 음식도 다른 한국까지 온 난민들이다. 물론 난민신청을 하는 사람이 다 난민이라고 보기엔 어렵지만 객관적인 심사를 통해 정말 난민으로 인정돼야 하는 사람은 난민으로 인정을 해줬으면 좋겠다.”

▲ 헬프시리아 압둘 와합 기획국장이 시리아 난민에 대한 참상을 알리는 일에 도움을 준 한국인들에 대해 이야기 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헬프시리아 압둘 와합 기획국장은

시리아 최고 대학 다마스쿠스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국내 제1호 시리아 유학생이 됐다. 와합은 동국대학교 법학대학원에서 한국법과 시리아법을 비교하는 공부를 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에는 자국의 참상을 국내에 알리는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며 각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난민 캠프의 시리아 난민들을 지원하고 있다.

시리아인으로 한국에 최초로 유학을 온 와합은 지난 2009년 말 한국 땅을 밟았다. 시리아에서 만난 한국인 유학생을 친구로 사귀면서 한국문화에 접한 그는 당초 계획했던 프랑스 유학을 취소하고 한국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시리아 내 유통되는 한국자동차와 가전제품 때문에 브랜드로만 아는 정도였다. 생소한 한국 문화와 음식에 적응하기까지 1년여 기간이 지났다. 그러나 이제는 다마스쿠스 시리아 신문에 한국문화를 알리는 유학생활 에세이를 기고하는 등 양국 문화교류에도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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