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정순 기자] 1970년대에 만들어진 냉전시대의 산물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가 40여 년 만에 시민들에게 공개‧개방된다.

서울시는 여의도 버스환승센터 건립 공사가 진행 중이던 2005년 옛 중소기업전시장 앞 도로(현재 환승센터~서울국제금융센터 빌딩 사이) 7~8m 아래에서 의문의 지하벙커를 발견했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오른편에 VIP가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20여 평(약 66㎡)의 공간이 드러난다. 그 안에는 화장실은 물론 쇼파와 샤워장도 갖추고 있었다. 왼편에 이보다 훨씬 넓은 180여 평(약 595㎡)의 공간에는 기계실과 화장실, 그리고 철문으로 굳게 닫힌 2개의 출입문이 더 있었다.

1970년대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것 외에 정확히 누가, 언제, 왜 만들었는지 소관부처와 관련 자료도 전혀 기록에 남아있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는 지난 3월부터 현장조사, 정밀점검, 안전조치를 거쳐 1일 오전 10시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를 언론에 처음으로 개방하고 벙커의 역사와 앞으로의 활용계획 등을 밝히는 기자설명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시는 지난 3월 현장조사를 실시했을 당시 지하공간 전체가 30㎝ 가량 침수된 것을 확인하고 7월 구조물 안전 확인을 위한 정밀점검을 실시한 결과 경미한 보수보강이 필요하나 전반적인 시설물 안전에는 지장이 없는 C등급 상태라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천장과 벽면 등 면보수, 배수펌프와 환기시설 설치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취하고 천장 텍스, 화장실 칸막이 등의 석면 740㎡를 완전히 철거해 현재는 관람하기에 안전한 상태다.

시민들을 대상으로는 오는 10일부터 다음 달 1일 중 토·일요일 8일 간 선착순 사전예약제를 통해 벙커 내부를 직접 볼 수 있는 ‘벙커 시민 체험’을 실시한다.

현재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는 여의도 버스환승센터 2번 승강장에 있는 출입구 1곳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다. 약 793㎡에 달하는 내부는 시민에게 전부 공개된다.

2개 방 중 작은 방(약 66㎡)에는 여의도와 비밀벙커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전시물이 설치되고 2005년 발견당시 있었던 소파도 비슷하게 복원돼 시민들이 직접 앉아보고 분위기를 체험해볼 수 있다. 발견 당시 나온 열쇠박스를 복원해 전시하고 벙커의 두께를 가늠해볼 수 있는 50㎝ 코어조각도 볼 수 있다.

큰 방(약 595㎡)에는 발견 당시와 올 초 서울시의 안전조치 이후를 사진으로 비교해볼 수 있고 폐쇄된 나머지 2개 출입문 등 벙커 내부 시설들도 모두 볼 수 있다.

시는 벙커와 관련한 자료와 소관부처에 대한 기록이 전무한 만큼 홈페이지(http://safe.seoul.go.kr) 등을 통해 시민들의 제보와 아이디어를 충분히 수렴해서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를 어떻게 활용할지 계획을 수립한 뒤 2016년 10월 초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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