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로로 내몰리는 전동보장구… “안전교육 절실” 자료사진. ⓒ천지일보(뉴스천지)

높은 턱, 적치물 등 보도 통행 어려워
3년간 5회 이상 사고 경험 12% 달해
사용설명서 외 안전교육 전무한 상황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 거동이 불편한 김모(80)씨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지난 8월 서울 종로구 창신동 당고개 공원을 지나다 앉아 있는 송모(83, 여)씨와 부딪혔다. 바닥에 앉아 있던 송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탓이다. 송씨는 광대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6주 진단을 받고 한 달여간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김씨는 피해자의 치료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주변에 빚을 얻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장애인과 노인 등 전동보장구 이용자가 늘고 있지만, 보행 환경이 열악하고 체계적인 안전교육이 미비해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도로를 질주하는 전동휠체어도 부지기수다.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전동보장구 지원 정책에 따라 전동식휠체어 및 의료용스쿠터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보조금이 지급된 전동보장구는 2011년 5760대, 2012년 6573대, 2013년 8965대, 2014년 9387대에 달한다. 정부보조금을 받지 않고 전동보장구를 이용하는 숫자를 감안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수가 공급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전동보장구의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인프라 구축 및 안전 교육은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전동휠체어 사용자 이모(34)씨는 “인도로 다니면 폭이 좁고 노면이 울퉁불퉁해 힘들다”며 “사람이 많은 곳을 지나갈 때는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가는 사람의 발을 밟고 지나가거나 한동안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전동보장구는 의료기기로, 도로교통법상 보행자로 분류된다. 그러나 최고속도 15㎞/h에 평균 100㎏이 넘는 전동휠체어와 보행자 사이에 사고가 발생하면 심각한 부상과 물건 파손의 위험이 발생한다.

2013년 장애인 이동보조기 안전사고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3년 이내 안전사고를 경험한 경우는 3회 32.9%, 2회 31.8%, 5회 이상 11.8%에 이른다. 사고의 원인으로는 물리적 환경(48.2%), 조작부주의(24.7%), 기기결함(18.2%) 등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동보장구 이용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도로로 나서기도 한다. 이씨는 “턱이 높아 인도로 진입할 수 없거나 인도에 나와 있는 상품 등으로 보행이 어려운 경우에는 도로로 다닐 수밖에 없다”며 “보도에서 사람을 치면 업무상과실치상으로 처벌을 받거나 치료비를 물어줘야 하기 때문에 위험해도 상대적으로 편리한 도로를 이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는 “길 가장자리로 최대한 붙어 다녀도 버스 같은 큰 차들이 지나가거나 뒤에서 크게 경적을 울리면 식은땀이 흐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안전한 이동권 확보를 위해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시설 개보수가 필요하지만, 재원 확보 등 어려움이 많으므로 안전교육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경수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교육홍보부 교수는 “현실적으로 전동보장구의 보도 통행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도로로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들의 안전에는 누구도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아 제도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인프라가 구축되기 전까지는 도로에서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안전교육이 절실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중증장애인이 전동보장구를 구입하게 되면 사용설명서 외에는 교육이 전무한 상황이다. 전동보장구의 사용방법 및 관리방법, 안전수칙, 사고 대응방법, 도로교통 안전법규, 사고사례 교육 등 전반적이고 다양한 교육이 필요하다”며 “안전교육을 이수한 경우에만 전동보장구를 구입할 수 있게 하는 등의 구체적인 법적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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