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는 르네상스 미술의 전성기를 이끈 3대 거장 중 하나인 라파엘로 산치오의 성화작품을 지면에 연재한 바 있다.

미술사에 끼친 영향력에 비해 라파엘로의 작품은 다빈치나 미켈란젤로에 비해 덜 알려진 게 사실. 이에 본지는 정성길 계명대 동산의료원 명예박물관장으로부터 라파엘로 성화 80여점을 입수해 독자들에게 라파엘로의 작품세계와 일대기를 느껴볼 수 있도록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는 역사상 최초의 라파엘로 연재다.

2차 세계전쟁 등으로 그의 작품은 대부분이 소실됐거나 현재 소장 위치를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의 작품들이 1세기 혹은 2세기 전 선교용으로 제작한 유리원판 필름에 담긴 덕분에 오늘날 대중 앞에 선보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라파엘로 작품은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천문학적인 액수로 판매될 정도로 가치는 상당하다. 이번 연재를 통해 이미 공개된 적이 있거나 또는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그의 작품들이 공개된다. 37세의 나이로 요절한 비운의 천재화가 라파엘로. 그의 안타까운 생애를 위로하는 동시에 작품세계를 느껴보길 바란다.

 

▲ Raphael. Study for entombment. Florence Uffizzi. 라파엘. 예수 입관 작품 위한 습작. 플로렌스 우피치(미술관) (사진제공: 정성길 명예관장)ⓒ천지일보(뉴스천지)
 

 

▲ Burial of Christ. 그리스도 매장.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이탈리아 보르게세 미술관 소장(제작 당시). (사진제공: 정성길 명예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Ryerson Library. 시카고 미술관. 라이언스 도서관. 성녀 마르게리트. (사진제공: 정성길 명예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 Raphael. Following. St. Margaret. Paris. Louvre. 라파엘. 성녀 마르게리트. 추종자들. 파리 루브르 소장(제작 당시). (사진제공: 정성길 명예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같은 그림, 다른 느낌’… 대작 그리기 전 연습의 흔적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이번 호에서는 4개의 그림을 공개한다. 엄밀히 따지자면 2개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라파엘로의 대표적 작품으로도 꼽히는 ‘예수 입관(혹은 그리스도 매장,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그리스도)’의 완성본과 습작이며, 또 하나는 성녀 마르게리트 작품으로 채색을 입힌 유리원판과 입히지 않은 유리원판 필름이다.

먼저 예수 입관 완성본은 세간에 너무나도 잘 알려진 작품이다. 십자가상에서 죽어 온몸이 축 늘어진 예수의 모습이 사진을 보는 것처럼 사실감이 아주 뛰어난 그림이다.

습작을 보면 밑그림이 완성본과 거의 흡사하다. 그리고 원고지처럼 가로와 세로에 줄이 많이 그어져 있다. 이는 등장인물마다 구도를 맞추기 위한 연습인 것으로 보인다.

라파엘로가 대강 구도를 잡고 등장인물을 그려나간 것이 아니라 정밀하고 세밀한 연습 과정에 의해 실전으로 옮긴 것임을 추측할 수 있다. 등장인물마다 동작과 간격이 원본과 별 차이가 없다. 습작을 통해 라파엘로의 치밀한 모습을 다시 한 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등장인물의 모습을 맞바꾼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완성본에서는 다리 쪽에서 들고 있는 사람이 젊은 사람인데, 습작에서는 수염이 덥수룩한 나이 든 사람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반대로 예수의 머리 근처에서 두 여인 사이에 있는 남성이 완성본에서는 수염이 덥수룩한 남성인데 반해 습작에서는 그 위치에 있는 남성이 젊은 사람으로 등장한다.

등장인물의 역할을 맞바꾼 거다. 아마도 연습 때와 달리 실전에서는 생각이 바뀌었는지 두 인물을 바꿔 배치했다. 이게 바로 여태껏 알려지지 않은 이 그림의 비화가 아니었을까.

성녀 마르게리트 작품은 채색이 들어가지 않은 그림으로 앞서 공개한 적이 있으나 이번에는 채색이 입힌 작품과 비교해 볼 수 있게 함께 소개한다.

원작보다 마르게리트가 금발머리에 더 당찬 모습으로 용의 날개를 밟고 걸어 나오는 듯하며, 용의 얼굴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구도는 좌우가 바뀌었다. 이게 바로 흑백 필름에 채색을 입혀 제작하는 신비한 기법인 유리원판 필름의 묘미다.

1세기 전 신비함 담긴 ‘컬러 유리원판 필름’
원본에 흡사하도록 붓으로 채색, 샌드위치형 제작

1세기 전 합성수지(플라스틱)로 제작된 흑백필름이 나오기 전까지는 유리원판 필름을 사용했다. 유리원판 필름은 인화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대중적 인기를 얻었으나 선교사업 목적으로 슬라이드 방식으로 제작된 필름은 소수의 특수한 부류만 이용했다. 슬라이드 방식은 영상 교육용으로 사용하던 필름이다.

특히 신비감을 갖게 하는 것이 컬러 유리원판 필름이다. 당시 필름은 감광도가 매우 낮은 건판으로 0.2㎜ 유리판에 감광재료를 바른 후 젤라틴 막을 입혀 촬영하면 실상과 반대인 네거티브(음화)로 찍혀지고 이것을 다시 실상과 같은 포지티브(양화)로 반전시킨 후 그 위에 원색에 가까운 칠을 해 컬러 유리 원판으로 만든 것이다.

쉽게 말하면 현품을 찍어 나온 유리로 된 흑백필름에 붓으로 색을 칠한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 유리를 덧씌워 ‘샌드위치형’으로 만든 것이다. 이같이 만들어진 슬라이드 유리원판 필름은 환등기를 통해 영상자료로 사용됐다.

이 컬러 유리원판 필름에는 특히 고흐, 피카소 등의 명화 작품 뿐 아니라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렘브란트 거장들의 성화 작품이 들어가 있다. 현품과 흡사하게 제작돼 있어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 환등기와 여러 성화작품이 담긴 유리원판 필름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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