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가 혐오감을 주거나 심한 냄새가 난다.’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고 늘 같은 옷을 입는다.’ ‘자포자기한다.’ ‘자신감이 부족해 매사에 활력이 없다.’

보건복지가족부가 금년 1월부터 적용하기 시작한 국민기초생활수급자 근로능력판정제도에 따른 활동능력평가 판단 기준에 나오는 질문사항 중 일부다.

한눈에 봐도 인권침해 요소가 눈에 띈다. 보건복지부는 질병·부상으로 생활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해 공무원의 면담 및 실태조사 등을 통해 근로능력을 판단, 수급비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이 과정에서 상대방이 인간적 모멸감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객관적인 판단 또한 불가능하게 보인다.

보건복지부가 새롭게 추가한 활동능력평가는 시·군·구청 공무원이 실시하는 것으로 10개 항목에 각각 0~4점이 배점되며, 질병·부상이 있는 수급대상자는 의학적 평가에 따라 25~35점을 받아야 ‘근로능력이 없는 자’로 판정된다.

서두에도 언급했지만 활동능력평가 기준으로 제시된 항목이 대부분 외적인 부분에 치중, 외모가 혐오감을 주거나 차림새가 더러울수록 수급비를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아무리 부정수급자 판별을 위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수급자의 인권을 무시하면서까지 평가항목을 만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1800여 명의 담당공무원이 18만 명의 수급대상자를 객관적으로 심사한다는 것도 이번 활동능력평가의 문제점 중 하나다. 또한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그 판단이 객관적이라고 보기에도 어려울 뿐더러, 담당 공무원의 자의적 판단으로 수급대상자의 근로능력 판정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식지계(姑息之計)라고 했던가. 당장의 편한 것만을 위해 뒷일은 생각하지도 않고, 상대방의 입장은 돌보지도 않은 채 일시적이며 임시변통적인 문항을 만들어낸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공무원의 태만한 자세에 대해 지적하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나라의 녹을 먹고 사는 이들이라면, 작은 것 하나라도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바라봐야 할 것이다. 널리 백성을 구제한다는 광제창생(廣濟蒼生)의 정신이 앞장선다면 국민을 위하는 일에 이번과 같은 잡음은 일지 않을 것임을 명심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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