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은 6.25 전쟁이 남긴 민족 최대의 비극이다. 이산가족 상봉이 1년 8개월 만에 재개를 앞두고 있지만, 대다수 이산가족에겐 꿈에 불과한 이야기다. 1년에 한두 번씩 진행되는 이산가족 상봉 속도는 남아 있는 이산가족 규모에 비해 더디기만 하다. 수십만 명에 이르는 이산가족 문제는 통일이 되지 않고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운 처지다. 올해 추석을 앞두고 북녘 땅의 피붙이를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는 이산가족의 안타까운 심정을 들어봤다.

▲ 김창숙(80) 할아버지ⓒ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평안남도가 고향인 김창숙(80) 할아버지는 6.25전쟁 무렵 아버지의 손을 잡고 남한으로 왔다. 어머니와 남동생, 여동생을 북에 둔 채 떠나야만 했다.

“60년이나 지났는데 내 동생들 살아있을까.” 김 할아버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 가족과 떨어져 살 줄 상상도 못 했다. 그땐 어렸지만 지금은 너무 나이가 들어버렸다. 너무 많이 지나버린 시간. 남은 건 가족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뿐이었다.

“어머니는 돌아가셨겠지? 내 동생들은 살아있을까.” 할아버지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60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살아생전에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할아버지는 동생들의 생사만이라도 확인하고 싶어 했다.

“가족들을 만나면 ‘감개무량’ 그 자체겠지. 만나면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김 할아버지는 목이 메어왔다. 가족들의 얼굴을 떠오르니 미안한 마음이 커졌다.

그는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남한과 북한의 의사소통이 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아무리 (이산가족 상봉을) 하려고 해도, 북한에서 마음을 열어야 해.”

김 할아버지는 자주 성사되지 않는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북한과 조율을 잘해야 해. 우린 이제 만날 기회가 많이 없잖아. 우리 마음을 정부가 알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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