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은 6.25 전쟁이 남긴 민족 최대의 비극이다. 이산가족 상봉이 1년 8개월 만에 재개를 앞두고 있지만, 대다수 이산가족에겐 꿈에 불과한 이야기다. 1년에 한두 번씩 진행되는 이산가족 상봉 속도는 남아 있는 이산가족 규모에 비해 더디기만 하다. 수십만 명에 이르는 이산가족 문제는 통일이 되지 않고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운 처지다. 올해 추석을 앞두고 북녘 땅의 피붙이를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는 이산가족의 안타까운 심정을 들어봤다.

▲ 이병갑(88) 할아버지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못 물어본 말이 너무 많아. 꼭 한번 다시 만나고 싶어.”

이병갑(88) 할아버지는 지난 2009년 이산가족상봉으로 가족을 만났다. 이산가족 상봉 소식을 듣고 혹시나 하는 희망으로 경기도 용인시에서 한걸음에 대한적십자사를 방문했다. 이 할아버지는 “지난 이산가족 상봉으로 남동생과 조카를 만났지만 제대로 얘기도 못 하고 시계 하나 챙겨주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며 “살아생전 다시 만날 기회가 온다면 못 챙겨줬던 시계도 주고, 못다 한 이야기를 차근차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평안북도 용천군이 고향인 이 할아버지는 1948년 돈을 벌기 위해 시골집을 떠나 서울에 올라왔다. 이후 6.25전쟁이 터졌고 그 길로 60여년 동안 가족을 만날 수 없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짙어졌다. 이 할아버지는 “젊었을 때는 돈 벌어 처자식 먹여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뒤로 미뤄뒀지만, 나이가 드니 가족 생각이 간절해졌다”고 말했다.

지난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어머니의 기일을 알게 된 이 할아버지는 11월이 되면 가족을 모아 예배를 드리며 북에 있는 가족들의 안부를 빌고 있다. 이 할아버지는 남북 교류가 활성화돼 이산가족들의 만남 기회가 더욱 늘어나기를 기대했다.

“10년 안에 통일까지는 아니더라도 북한에 관광은 갈 수 있을 것 같아. 건강 관리를 잘해서 고향 땅을 꼭 밟아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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