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은 6.25 전쟁이 남긴 민족 최대의 비극이다. 이산가족 상봉이 1년 8개월 만에 재개를 앞두고 있지만, 대다수 이산가족에겐 꿈에 불과한 이야기다. 1년에 한두 번씩 진행되는 이산가족 상봉 속도는 남아 있는 이산가족 규모에 비해 더디기만 하다. 수십만 명에 이르는 이산가족 문제는 통일이 되지 않고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운 처지다. 올해 추석을 앞두고 북녘 땅의 피붙이를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는 이산가족의 안타까운 심정을 들어봤다.

▲ 지난 9일 오전 서울 중구 소파로 대한적십자사 남북 이산가족 생사확인 추진센터에서 열린 이산가족 상봉 1차 후보자 추첨에서 선정되지 못한 조갑순(82) 할머니가 눈물을 닦으며 센터를 나서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생존자 6만 6000명, 대부분 초고령자로 수년 내 사망
현재 상봉 속도로는 해결 불가능… 서신교환 등 대안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이산가족 상봉. 1년 8개월 만의 상봉 행사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지만, 기회를 얻지 못한 이산가족의 희망은 빛을 잃어가고 있다. 이산가족 신청자에 비해 상봉 숫자는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8월 31일 기준으로 전체 이산가족 등록자는 12만 9828명이다. 이 가운데 생존자는 6만 5907명, 사망자는 6만 3921명이다. 절반 가까이 사망한 셈이다.

문제는 남은 이도 대부분 고령이라는 점이다. 연령별로 보면 90세 이상이 7751명으로 11.8%, 80~89세가 2만 7880명으로 42.3%나 차지한다. 생존자의 반수 이상이 80세 이상의 초고령자다. 10년 내 이들의 상당수가 사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봉 진행 속도는 거북이 걸음이다. 통일부 ‘남북이산가족 상봉 추이’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 2000년 이후 가장 최근인 2014년 2월까지 당국 차원에선 총 19차례의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7차례의 화상 상봉이 열렸다. 이 과정에서 남북 총 4491가족 2만 2547명이 방문 혹은 화상으로 상봉했다. 방북 상봉은 3633가족, 1만 6180명 규모로 집계됐다. 생사와 주소 확인은 총 5만 5255명까지 이뤄졌다.

이런 상봉 규모로는 남은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산가족 미등록자까지 고려하면 대부분의 이산가족이 이별의 한을 풀지 못한 채 눈을 감아야 할 처지다.

상봉 포기자도 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곤 의원이 최근 통일부로부터 제출 받은 이산가족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으로 이산가족 등록자 중 이산가족 찾기를 취소한 사람은 1054명에 달했다. 건강 악화와 거동 불편 등의 이유로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이다. 남은 이산가족도 대부분 고령이어서 상봉 포기자는 해마다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나 생사확인, 서신교환, 화상 상봉 확대 등의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심구섭 남북이산가족협회 대표는 “매번 200명, 100명에 불과한 상봉 규모로는 6만 5000명의 남은 이산가족의 한을 풀 수 없다”며 “서신교환이나 생사 확인만이라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조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상봉을 했던 이산가족은 상실감이 크다. 서신교환이라도 원활하게 되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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