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가 활동을 마무리 하면서 인적 혁신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뽑아들었다. 핵심은 전직 대표들에게 ‘선당후사(先黨後私)’의 결단을 촉구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표 체제를 앞장서서 비판했던 조경태 의원에 대해서는 이름까지 콕 찍어서 ‘해당행위자’라고 낙인을 찍고 사실상의 퇴출을 요구했다. 우연의 일치일까. 같은 날 윤리심판원은 정청래 최고위원에 대해 사면을 결정했다. 이쯤 되면 혁신이란 게 어디로 가는 것인지 정말 종잡을 수가 없다. 끝내 친노의 완승으로 끝나는 것일까.

혁신위, 마지막 카드도 문재인의 것

혁신위가 기존의 제도개선에서 끝나지 않고 인적 혁신에 손을 댔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잘만 하면 인적 혁신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아주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이후에 대폭적인 물갈이로 이어져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번 인적 혁신안은 뭔가 핵심이 빠졌으며 문제의식과 방향도 틀렸다. 문재인 대표 측에서는 크게 박수를 치겠지만 비주류 측의 심기가 아주 불편하다면 이번에도 정파논리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혁신위의 마지막 인적 혁신 카드도 결국은 문재인의 것이었다.

사실 혁신위가 해야 할 인적 혁신의 본질은 ‘친노패권주의 청산’이었다. 여기서부터 계파주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그 후에 호남 패권세력과 86그룹의 기득권세력을 정리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었다. 그래야 인적 청산의 명분이 서고 국민에겐 작은 감동이라도 줄 수 있는 것이다. 야권에서 몰아쳐야 할 인적 혁신의 바람은 최소한 이 정도는 돼야 한다. 아무리 인재영입을 외쳐본들 이런 물갈이가 없으면 누가 들어가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조국 교수가 말했던 육참골단(肉斬骨斷)은 그래서 그 울림이 컸던 것이다.

그러나 혁신위는 외면했다. 친노패권주의란 말도 꺼내지 않았다. 오히려 전현직 대표들을 향해 선거전략까지 훈수하면서 친노패권세력의 실체를 묻어버린 셈이다. 그러면서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문재인 대표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선물했다. 혁신위는 이것을 ‘희생’이라고 했다. 정말 무지하거나 아니면 속 보이는 궤변에 다름 아니다. 문재인 대표에게는 보약을, 친노패권세력에게는 꿀사탕을 주면서 엉뚱하게도 ‘전직 대표들’이라는 세트로 묶어 김한길· 안철수 전 대표들에게는 독약을 준 셈이다. 비주류 선봉장 역할을 했던 조경태 의원에게는 사약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 혁신위는 이것을 혁신이라고 했다. 이로써 문재인 대표와 친노세력은 막강한 패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과연 이대로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있다고 보는 것일까. 모른다면 정말 한심한 일이고, 알고 했다면 참으로 나쁜 사람들이다. 인적 혁신, 끝나기 전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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