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만난 시골의 情 월곡2동 ‘삼태기 건강마을’

▲ 삼태기 건강마을 주민협의체 회원들과 주민들이 “삼태기 건강마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깨끗하고 인심 좋아 찾고 싶은 곳
건강친화 환경조성·아카데미 등
주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고독·우울·자살 없는 마을 목표
‘건강하고·아름답고·활력 있고’
쓰리고(3GO) 외치며 사는 마을

서울 도심에서도 시골마을의 인심과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있어 화제다. 뿐만 아니다. 이곳에 가면 건강에 대한 경각심 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산책로로 올라가는 큰길가나 골목 어디쯤에서 마주치게 되는 ‘건강정보 안내판’과 ‘칼로리 정보 안내판’은 느슨해진 몸과 마음을 다시금 팽팽하게 잡아당겨주는 역할을 한다.

▲ 마을에 설치된 ‘건강정보 안내판’ ⓒ천지일보(뉴스천지)

“에이~ 그런 마을이 어디 있어?”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마을’이 성북구 월곡2동에 존재한다. 이름도 정감 가는 ‘삼태기 건강마을’.

가을 햇살이 유난히도 따사로워 여름이 다시 온 게 아닌가 싶던 지난 21일 삼태기 건강마을을 찾았다. 천장산에서 내려다 본 마을 모양이 삼태기를 닮았다고 해 오래전부터 ‘삼태기마을’로 불리던 곳이다. 여기서 삼태기란 거름이나 재·곡식·흙을 퍼 담아 나르거나 뿌리는 데 사용하는 농기구를 말한다. 삼태기가 무엇인가를 담는 용도로도 사용되기 때문인가. 삼태기를 닮았다는 삼태기 건강마을에 들어서면 뭔지 모를 안도감과 포근함이 느껴진다.

지하철 6호선 상월곡역에서 가까운 이곳은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부터 깨끗하다. 주민 구성원 대부분이 노년층이기에 마을 청소나 정비가 쉽지 않을 법한데도 제법 정리가 잘 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마을주민협의체가 있어 웬만한 일들은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협력하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도 주민 개개인이 마을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우선시 된다는 게 더 큰 이유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주민 대부분이 30년 가까이 삼태기 마을에 정을 붙이고 살고 있으니 ‘마을 사랑’이 상당한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50년 이상을 살고 계신 어르신도 있다고 하니 마을이 마치 몸의 일부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모든 주민들이 마을 토박이라든가 몇 십년을 지내온 것은 아니다. 마을에 들어온 지 몇 해 안 된 이들도 있지만 한결같이 ‘정(情)’이 있어 살기 좋은 마을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오래된 마을인 만큼 아직 손을 봐야 할 집들도 몇 채 있고, 마을의 특성상 재건축 지역에서 제외돼 낙후된 면면도 없진 않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환경들은 삼태기 건강마을을 살기 좋은 곳으로 꼽는 주요 요소가 된다.

▲ 삼태기 건강마을 주민들이 북부지방산림청 서울국유림관리소 내 산책로에 설치된 흔들다리를 건너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3代가 함께하는 건강공동체
삼태기 건강마을은 3대를 이어 살아가는 집이 많다고 한다. 그만큼 살기 좋다는 말일 것이다. 3대가 한 마을에 대를 이어 살아온 만큼 노인 인구 또한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다. 서로가 오래오래 얼굴을 맞대고 살다보니 저절로 인심 좋고 정이 넘치는 마을이 됐을 터다.

삼태기 건강마을은 이런 마을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보다 살기 좋고 건강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서울시 건강친화 마을 만들기 사업(3개년 계획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은 비록 사업 기간이 끝나 서울시로부터 받는 여러 혜택은 받지 못하고 있지만 사업을 추진하던 그 기세를 몰아 주민 스스로가 ‘건강마을’을 유지하고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눈여겨볼만하다.

또한 걷기 동아리를 비롯해 각종 건강유도시설 사업과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마을의 화합과 친목을 위한 삼태기 축제(마을축제) 등을 개최하고 있다.

삼태기 건강마을 주민협의체 정진국 위원장은 “삼태기 건강마을은 노인의 비율이 높은 만큼 예방적 차원에서의 건강증진을 핵심과제로 삼고 있다”며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통해 결과적으로 3세대가 모두 건강하고 활력이 넘치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건강친화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민협의체의 황춘영 활동가 또한 “어르신들의 인구 비율이 높은 만큼 2007년 천장산 입구에 ‘어르신 건강마당(공원)’을 조성해 간단한 운동 및 산책을 하실 수 있도록 했다”며 “공원 입구에 설치된 지지대(어르신들이 몸을 지탱할 수 있도록 쳐놓은 줄)도 지압봉으로 만들었다. 우리나라 최초로 어르신들을 위해 조성된 운동기구들이 예스러우면서도 정감이 가 어르신들이 많이 좋아하신다”고 설명했다. 덧붙이자면 ‘어르신 건강마당’은 특이하게도 성북구 보건소에서 관리한다. 공원의 관리 및 유지가 어르신들의 건강을 위한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천장산 입구에 ‘어르신 건강마당(공원)’을 조성해 간단한 운동 및 산책을 하실 수 있도록 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마을 곳곳서 나를 부르는 곳
삼태기 건강마을 바로 옆에는 북부지방 산림청 서울국유림관리소가 있어 울창한 나무숲을 볼 수 있다. 일반에 완전 개방되지는 않았지만 ‘유아숲체험’ 프로그램 등으로 일부가 개방되면서 휴식의 공간을 제공한다. 굳이 숲으로 들어가지 않더라도 존재 자체만으로 여타의 지역과는 다른 풋풋하고 신선한 공기를 선사한다.

마을 사람들뿐 아니라 건넛마을에서도 즐겨 찾는 곳이 있으니 ‘성북정보도서관’이다. 다양한 정보는 물론 부모와 자녀가 함께 도서관을 이용하기에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때때로 자가용을 끌고 온 사람들로 주차장 부족이 생길 정도로 인기가 좋은 곳 중 하나다. 이외에도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그린 벽화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골목이나 길가에서 종종 마주치는 건강 쉼터도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 작은 여유를 가져다 준다. 길을 걷다 만나게 되는 ‘건강정보 안내판’과 ‘칼로리 정보 안내판’은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제공해 잠시나마 운동을 유도하게 만든다.

삶에서 늘 마주치는 공간마다 휴식을 제공하고, 건강을 생각하게 하니 어찌 ‘삼태기 건강마을’이 마을공동체를 구상하고 있는 지역에 소문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생활 속 도시농업 활성화와 골목길 건강친화 환경조성, 삼태기 마을 건강기초조사, 주민협의체 아카데미 등을 운영하며 주민 화합과 소통을 도모하고 있으니 어찌 소문내고 싶지 않겠는가.

“고독, 우울, 자살이 없는 행복한 마을” “정이 흐르고, 활력이 넘치며, 쾌적한 건강 공동체”라는 ‘3無 3有’ 슬로건을 내걸고 건강한 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 한마음으로 “3GO(GO! GO! GO!)”를 외치며 앞으로 달려가고 있는 삼태기 건강 마을이 ‘더 건강하GO, 아름답GO, 활력있 GO’ 힘차게 달려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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