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지금 대한민국 화두는 ‘통일’이다. 박 대통령도 ‘통일은 대박’이라고 정의했으며 중국 시진핑 주석을 만나고 난 후에는 통일논의를 시작한다고 언명했다. 이 역사적 언명은 지금 우리 국민들에게 큰 희망으로 와 닿는다. 북한의 핵 위협과 무력 충돌위기까지 이르렀던 긴장국면을 초월, 통일논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할 수 있었던 동기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바로 세계 10위권의 경제성장을 이룬 대한민국, 그 자신감에서 피력된 것이라 생각한다.

고대 역사에서 삼국이 정립해 치열하게 싸우다 통일을 이룬 것은 1400여년 전 일이다. 통일신라는 300여년간 평화를 유지하다 당나라의 국운이 다하고 나라가 여러 나라로 쪼개지면서 다시 후삼국으로 갈라졌다. 고려 태조 왕건은 후삼국을 통합해 다시 민족의 분할을 막았다.

후삼국 시기에도 우리 민족의 염원과 화두는 전쟁 종식과 통일이었다. 충남 공주 계룡산 정상에는 ‘남매탑’이라고 불리는 2기의 고려 초기 망탑(望塔)이 있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두 석탑의 하나는 백제 양식이고 다른 하나는 신라 양식이라는 점이다. 계룡산 정상에 왜 다른 모양의 석탑을 조영했을까.

남매탑에 얽힌 전설도 백제 왕자와 상주 땅 신라 처녀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백제 왕자에게 은혜를 입은 호랑이가 상주에 가서 아름다운 여자를 업어와 장가들게 했다는 설화다. 백제 총각과 신라 처녀의 결합은 바로 동서화합을 암시하는 것이다. 석탑을 만들었던 시대 공주 사람과 상주 사람들이 함께 탑을 조영했을지도 모른다. 석탑의 공역에 참석한 사람들은 다시는 전쟁을 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염원을 기원하지 않았을까.

고려통일 이후 근세까지 우리 민족은 1000년을 헤어지지 않고 살았다. 그러나 일제에 의해 강점된 민족의 운명은 2차 세계대전의 종식과 더불어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미·소 양 대국이 주도하는 동서냉전의 첨예한 각축장으로 변모했던 것이다. 65년 전 북한의 침공으로 한반도는 미증유의 비극을 치러야 했다. 전쟁은 역사상 가장 처참했으며 그 상흔은 지금도 치유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는 동-서 이데올로기의 마지막 잔영으로 남아있다. 중국은 죽의 장막을 걷고 자본주의로 개방됐으며 미국의 최대 적으로 간주됐던 소련연방이 해체됐다. 지구상에 남아있는 공산주의 국가는 이제 북한이 유일하다. 그러나 북한은 체제 수호를 위해 연일 한반도를 위협하고 있다. 또다시 미사일을 발사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어 주변국은 물론 강대국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금요일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에서 열린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 9.18 종교대통합 만국회의 1주년 기념식에는 서구의 많은 국가 정상들과 국제법학자는 물론 92개국 종교·청년·여성 지도자 등 회원 5만 7000여명이 참가, 세계평화를 염원하는 감동적인 한마당이었다. 외국의 전·현직 정상들은 한결같이 진지했으며 열정적으로 전쟁 종식 국제법 제정을 호소했다.

이날 세계여성을 대표한 IWPG 김남희 대표는 “한반도 분단은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동서냉전의 산물이며 우리 민족 스스로 이를 걷어내야 한다”고 호소,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퍼포먼스에는 신바람 나는 오고무, 아름다운 궁정 화관무가 등장했으며 아리랑도 울려 퍼졌다. 아리랑은 한민족을 하나로 묶는 아리아여서 더 가슴에 와 닿았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은 종식돼야 하며 한반도에선 결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의 헌신적인 노력과 감동이 많은 국민들의 가슴속에 살아 숨 쉬는 날을 기대해 본다. 후 삼국시대 사람들이 전쟁종식을 염원하는 남매탑을 쌓았듯이 이제는 남북이 평화를 선언하고 한데 어울려 화해의 탑을 공들여 쌓아나갔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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