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민아 기자]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병기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교육부는 9월 말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부터 한자병기를 도입할 방침이었지만 학부모 단체 등 반대 의견이 강해 최종 결정을 1년 뒤로 연기했다.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와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의 이야기를 통해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찬반 의견을 들어봤다.

인터뷰| 이계황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 공동대표

 
한자병기를 찬성하는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 이계황 공동대표는 논란이 되고 있는 한자병기 문제의 첫 단추는 ‘한자’가 아니라 ‘한자어’라고 강조한다. 이 대표는 전광진 성균관대 중문과 교수의 논문을 토대로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병기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1970년대 이후 한글전용 시대가 50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한자는 거의 자취를 감췄지만, 표준국어대사전의 어종별 분포를 보면 한자어가 57%를 차지하고 있는 등 한자어의 양적인 규모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질적인 면에서도 한자어는 여러 학문 분야에 걸쳐 두루 나타나면서 사고 및 논리 전개 과정을 담당하는 사고도구어의 역할을 하며, 고유어에 비해 분화적이고 전문적인 의미를 가지고 쓰이고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이 대표는 한자어 교육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초등 1~2학년 때는 읽기를 위한 학습이었다면 3학년부터는 학습을 위한 독서가 시작되고 새로운 단어에 노출되는 정도가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는 “한자병기는 그 낱말이 한자어라는 사실을 정확하고 사실적으로 인식시켜주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큰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한자와 한글은 상호보완적 관계라고 강조한다. 한글은 음을 표기하는 데 탁월한 기능이 있고 한자는 뜻을 나타내는 데 뛰어난 기능이 있으니 두 가지를 함께 쓰면 최선책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한글전용은 읽기를 잘하게 하지만 핵심어에 대한 파악이 어렵고 생각이 파고들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그러나 한자병기를 함으로써 낱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여지를 남기고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글전용의 한글이 순우리말을 가리키는 것으로 오인해 한자어를 쓰지 말고 순우리말만을 쓰자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양적으로 매우 적기 때문에 모든 단어를 순우리말로 적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학습량 부담과 사교육 조장이라는 부정적 견해에 대해서는 “현행 교과서에는 이미 한자어가 무수히 많이 쓰이고 있고 한자어 학습은 현재에도 반드시 해야 하는 어휘 학습이기 때문에 한자를 함께 적는다고 해서 한자어 학습 부담이 추가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교육에서 한자를 적기에 잘 지도하면 사교육비 절감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한자어에 대한 어휘 습득이 자기주도적 국어사전 활용학습으로 이뤄지면 사교육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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