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불산 하늘억새길. 산 전체를 수놓은 억새가 은빛 물결을 출렁이며 일대 장관을 이룬다. (사진제공: 울산시청)

가지산의 사계(四季)를 노래하다

울산 울주군 상북면 덕현리와 경남 밀양시 산내면·청도군 운문면에 걸쳐 있는 가지산. 바닷가에서 제일 높이 솟은 산이라는 의미가 담긴 이름이다. 예로부터 바닷가에서 제일 높이 솟은 산을 변산(邊山)의 의미인 가이산, 가시산이라고 불렀는데, 한자와 불교가 들어오면서 가지산(迦智山)으로 표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신라 흥덩왕 때에 전남 보림사에서 가지선사라는 중이 와서 석남사를 이 산기슭에 터 잡았다고 해 가지산으로 부른다는 설이 있으며, 까치산에서 유래한 지명이라는 설도 있다.

가지산의 사계는 울산 12경으로 지정됐다. 그도 그럴 것이 석남고개에서 정상까지 억새밭이 펼쳐지고 많은 기암괴석과 쌀바위 등이 등산객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영남의 알프스로 불리는 경남 북동부의 산악지대 중 최고봉으로 꼽히기에 가지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백두대간의 모습은 그야 말로 일품이요 명품이다.

태백산맥의 남쪽 여맥에 있는 가지산은 크게 세 방향으로 능선이 뻗어 있는데 그 가운데 문복산(文福山, 1013m)을 연결하는 북동 능선과 운문산(雲門山, 1188m)을 잇는 서쪽 능선은 경상남북도의 도계를 이루고 있다. 능동산(陵洞山, 982m)·천황산(天皇山, 1189m)으로 이어지는 남서 능선은 밀양시와 울산시의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남쪽 사면을 제외하면 대부분 완만한 경사를 이룬다.

특히 서쪽의 운문산과는 약 10㎞ 거리로 나란히 솟아 있어 멀리서 보면 하나의 산에 있는 쌍봉같이 보인다. 지질은 쥐라기에 관입한 화강암으로 되어 있어 곳곳에 기암괴석의 암봉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 영남의 알프스 간월재. 신불산과 간월산 사이를 넘어가는 간월재 일대에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사진제공: 울산시청)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가지산에는 수량이 풍부한 폭포와 아름다운 소(沼)가 많아 철마다 그 비경을 달리하며, 태곳적 화산 활동에 의해 생겨난 기암절벽들은 시공간의 벽을 넘어 과거와 현재, 미래를 떠올리게 한다. 뿐만 아니다. 760여 종에 이르는 식물과 우리나라 전체 조류 450여 종 가운데 100여 종의 새가 살고 있어 ‘자연이 만든 거대한 동·식물원’으로 불릴 정도다.

영남의 알프스에는 해인사, 송광사와 함께 삼보사찰로 꼽히는 큰 절인 통도사-통도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온 석가모니의 사리와 가사를 봉안해 불보(佛寶)사찰로 불린다-를 시작으로 운문사, 석남사, 표충사 등 문화유적지를 만날 수 있으며, 이 중 가지산에 있는 석남사는 비구니 도량으로 손꼽힌다.

가지산의 사계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것은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군락지(천연기념물 제462호)로 봄의 생명력을 한껏 뽐내고, 여름에는 석남사계곡, 학소대폭포, 호박소가 있는 요수골 등이 한여름의 무더위를 잊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디 이뿐이랴. 하늘 아래 있는 산이야, 철마다 옷을 갈아입겠지마는 가지산의 가을은 단풍으로 물든 오색의 화려함뿐 아니라 은빛 억색의 물결이 일대 장관을 이룬다. 석양에 붉게 물든 은빛 억새의 일렁임은 그야 말로 두고두고 못 잊을 추억을 남긴다.

 

 

 

 

▲ 가지산 설경. 가지산의 사계 중 아름답지 않은 계절이 있겠는가마는 눈이 내려앉아 하얗게 눈꽃을 피운 산은 그 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답다. (사진제공: 울산시청)

겨울은 또 어떠한가. 혹자는 열매와 잎을 다 털어내 자신의 속살을 훤히 내놓은 겨울 산을 보며 운치가 없다고도 하지만, 나뭇가지 위로 사뿐히 내려앉은 눈송이와 온 산을 하얗게 물들인 설경을 보며 감탄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지산의 겨울 또한 마찬가지다.

특히 쌀바위 주변에 눈 쌓인 풍경이 아름답다고 하니 사시사철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산이다.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 반구대 암각화 전경. 1982년 8월 2일 경상남도(당시 행정구역) 기념물 제 57호로 지정된 후, 다시 1995년 6월 23일 국보 285호로 지정됐다. 대곡천변에 깎아 세운 듯한 절벽의 폭 약 10m, 높이 약 3m의 판판한 바위면에 다양한 기법으로 약 300점 이상의 그림들이 새겨져 있음. 그림은 주제에 따라 크게 사람과 동물, 도구 등이 있다. 바다동물은 고래, 거북, 물개, 물새 등이고 육지 동물은 사슴, 호랑이, 표범, 멧돼지, 여우, 늑대, 족제비 등 22종 동물이 마치 도감을 그린 듯 상세하게 표현돼 있다. 세계 최초의 포경유적으로 인류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1970~71년 동국대학교 불적조사단에 의해 발견돼 학계에 보고된 울산 대곡천의 천전리 암각화와 반구대 암각화는 한국의 대표적인 선사유적이다. 한국사와 미술사 관련 서적의 첫 부분을 장식하고 있을 만큼 유명한 암각화로 울산을 대표하는 곳이기도 하다.

암각화(岩刻畵)는 선사시대 사람들이 자신의 바람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커다란 바위 등 성스러운 장소에 새긴 바위그림으로 대부분의 학자들은 “종교적 제의에 사용되는 상징언어이며, 신과 인간이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본다.

울산은 근대 동북아시아 포경의 중심지로 이와 관련된 전통문화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그래서인가. 울산에는 아직 신앙의 대상으로서 고래를 숭배하는 사당(祠堂)과 제사를 모시는 전통의식이 이어지고 있다.

 

 

 

 

▲ 반구대 암각화 그래픽. <북태평양의 독특한 선사시대 해양어로문화를 반영하고 있는 걸작품>노르웨이나 미국 캘리포니아 등 고래가 그려진 암각화가 존재하고 있지만, 반구대 암각화처럼 많은 종류의 고래와 종 구분이 가능할 만큼 상세하게 표현된 암각화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유적이다. 당시 사람들의 고래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과 빼어난 예술적 표현력을 담고 있어 반구대 암각화는 사료적 가치뿐만 아니라 선사예술에서도 보기 드문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그 생김새가 마치 거북이 모양 같은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는 높이 3m, 너비 10m의 ‘ㄱ’자 모양으로 꺾인 절벽으로 신석기시대부터 시작된 고래사냥과 종교의식의 기원지로 인류사에 매우 중요한 가치와 의미를 담고 있는 문화유산이다.

반구대 암각화의 경우 대략 7000~3500년 전 신석기시대 유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으며, 천전리 암각화는 우리나라 최초로 발견된 암각화 유적으로 대곡천 중류의 기슭 암벽에 새겨진 그림과 글씨를 이른다.

울주 천전리 각석(국보 제147호)은 신석기 말 혹은 청동기 초기 동물과 인물상 암각화, 청동기 중기 이후 것으로 보이는 추상 암각화, 철기시대 선각인물과 동물상 암각화,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에 이르는 글씨 등이 여러 층으로 겹쳐서 새겨져 있는 독특한 유적이다.

 

 

 

 

▲ 반구대 암각화 인물상 및 고래 그림
A. 입모양이 다른 고래보다 두드러지게 특징적이고 등지느러미가 없다. 좌측 13, 14, 15번B. 가슴지느러미, 꼬리 지느러미가 크다. 좌측 8번
C. 형태가 포탄처럼 미끈하게 생겼다. 좌측 1번
D. 머리가 크고 둥글다. 좌측 10번 ⓒ천지일보(뉴스천지)

안타까운 것은 현재 반구대 암각화가 사연댐으로 인해 연중 물속에 잠겼다 나왔다 하는 ‘침수와 노출’의 반복에 의해 급속하게 훼손돼 그 원형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곡천 암각화군은 2006년 문화재청 주관으로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 조사를 완료하고, 2009년 12월 문화재청 직권으로 등재 신청을 한 후, 2010년 세계문화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됐다.

그렇기에 무엇보다도 암각화가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 문화재청은 현재 1년에 절반 이상 물에 잠겨 훼손되고 있는 암각화 주변에 가변형 임시 물막이 댐(카이네틱 댐) 설치를 추진 중에 있으며, 2017년까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외에도 참으로 많은 볼거리와 이야깃거리가 숨어있어 다시 또 찾고 싶은 곳이 되어버린 울산. 한 지역에 이리도 많은 유적지와 천혜의 절경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난생 처음 와본 곳이지만, 그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낯선 듯 결코 낯설지 않은 곳. 비단 울산 지역뿐 아니라 고국산천이 주는 매력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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