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위원 시인

 
먼 후일의 일 같았지만 세월의 흐름은 빈틈이 없어서 20대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120일전부터 예비후보 등록을 할 수 있으니 12월 중순이면 표밭을 가는 예비후보들은 공식적으로 전장을 누비기 시작하게 된다. 아직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아 눈치 보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영향을 받지 않는 지역구에서는 드러내놓고 인물 알리기와 득표운동을 하게 되는데, 내년 총선에서 가장 이슈가 될 곳이 대구 수성갑 선거구이다.

이 지역에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 야당 후보로 두 번 나섰지만 아쉽게 분패한 바 있는 김부겸 전 의원이 표밭을 갈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에서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당협위원장에 임명됐으니 내년 총선에서 두 사람이 맞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두 거물급 정치인이 빅 매치를 하게 된다면 20대 총선 전국 지역구 중에서 가장 관심이 높은 지역이 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지역사람들도 김문수 전 지사가 수도권을 놓아두고 대구를 정했는지 갸우뚱하고 있다.

김 전 지사도 20대 총선에서 어느 지역구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많이 고민했을 것이다. 대구 수성갑구는 기왕에 야당의 김부겸 전 의원이 뿌리내리고 왕성하게 지역구 활동을 하고 있는지라 가장 국민적 관심이 있는 지역이기에 선택한 것이 아니겠는가 정치권에서는 보고 있다. 만일 수도권 등 타 지역을 선택한다면 총선 후보 중 한 사람에 지나지 않겠지만, 대구 수성갑의 김부겸 후보와 상대하게 된다면 김 전 지사가 차기 대선주자급으로서 명맥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니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심정으로 대구 수성갑 지역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지역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두 김씨 가운데 누가 최후의 승리자가 될 것인가에 대해 궁금해한다. 김부겸 전 의원이 대구에 상주하다시피하면서 지역구 주민들과 얼굴을 맞대며 지역의 어려운 일이나 지역적 현안과제를 살피면서 인기를 얻고 있는 판에, 뒤늦게 대구에 내려온 김문수 전 지사가 어렵지 않겠는가 이야기하면, 혹자는 대구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서 새누리당 정서를 감안하면 힘은 들겠지만 그래도 여당이 승리하지 않겠느냐며 반론을 펴는데, 누가 최후의 승리자가 될지 예단하기가 힘들 지경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김문수 전 지사의 느닷없는 대구 출현으로 김부겸 전 의원은 비상이 걸렸다. 지금까지 3선을 보장해준 경기도 군포시를 벗어나서 고향 대구에 내려와서 정치의 밭을 갈았다. 19대 총선에서 이한구 후보와 맞붙어 40%가 넘는 득표율을 보여 희망을 보았고, 또 지난 대구시장 선거에서는 비록 패배했지만 수성갑구 주민들로부터 47.79%라는 높은 득표율로 호응을 받았는데, 두 번의 선거를 통해 지역 내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지역사회에서 소통하는 진정성을 보여주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사실, 어떤 능력 있고 장래가 촉망되는 야당 정치인이더라도 대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선거에 나선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김부겸 전 의원이 비록 정치는 수도권에서 시작해 일찍이 3선 국회의원이 됐지만 정신적 고향은 대구다. 본래 상주 태생인 그가 대구초등학교, 대구중학교와 경북고등학교를 나왔으니 대구 사람이나 진배가 없다. 그래서 대구 시민들이 선거에서 조금만 더 마음을 열어준다면 지역구도를 깨뜨리는 것이 가능할 것 같아 내심적으로 기대를 품고 열심히 지역구를 다져왔던 것이다.

선거의 불리함을 잘 알고 있는 김부겸 전 의원은 지역구도 타파와 함께 정치쇄신을 부르짖으면서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을 바꾸려 애쓰고 있다. 얼마 전에는 우리나라 양당정치의 폐해를 지적하고, 선거기호에서 독점 체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신에게는 불리함이 없지만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양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이런 선거제도는 하루 빨리 바뀌어야 하는 게 한국정치의 선진화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그의 지론인 바, 옳은 주장이기는 하다.

김문수 전 지사도 대구에서 터를 잡았으니 여당 내 대선주자급인 그가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차피 전국적 이슈가 되기를 스스로 선택한 만큼 다음 대선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마련이어서 그 발판을 위해 20대 총선에서 정치적 생명을 내걸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양 김의 용호상박(龍虎相搏) 전쟁터가 될 대구 수성갑은 전국 총선지역 중 가장 하이라이트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를 준비하는 여야 정치권의 두 지도자 가운데, 누가 더 대한민국의 장래 지도자로서 걸맞은 리더십과 담대한 비전을 정치 현실에서 담아낼지 기대가 크다. 더군다나 박 대통령의 지난 9일 대구 방문 시 새누리당 의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팽 당한 것처럼 뒤숭숭한 대구 정가(政街)에서 어느 패가 맞아떨어질지 알 수 없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 여진(餘震)도 남아 있는 상태에서 양 김씨로 인해 대구는 때 이른 총선 전야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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