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정부예산안 386조 7000억원 중에서 12개 세부 분야 배분액을 보면 보건복지·노동 등 복지분야 예산이 112조 9000억원으로 가장 많다. 그 다음이 일반·지방행정 예산이며, 교육예산도 53조 2000억원으로 세 번째로 많다. 규모만 따져놓고 볼 때에 복지예산, 교육예산이 다른 부문 예산보다 중점 배정된 것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국민의 복지에 대한 요구 증대로 세부사업 가짓수가 많고 쓰임새가 급증한 상태다보니 실제적인 사업집행에서 여유가 없는 편이다.

교육예산이 많다고는 하나 올해예산 대비 4.5%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대통령 핵심공약 사업인 누리과정과 고교 무상교육에 관한 사업 등 일부 주요사업들이 예산에 반영되지 않아서 정책 추진에 애로가 예상되고 있다. 또 사회 수요 맞춤형 인재 양성을 위해 시도되는 대학재정지원사업 예산이 일단 확보에는 성공했으나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교육부에서는 이 사업들을 위해 예산을 편성했지만 기획재정부가 사정하는 과정에서 내년도 예산에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던 것인데, 두 개 부처가 셈법이 달라서 그런 현상이 발생하게 됐다.

누리과정과 고교 무상교육에 관한 사업에 대해서 교육부, 기재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첨예하게 대립해왔고, 임시방편으로 지자체가 지방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지방의 불만은 여전히 크다.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의 지방채 이자 지원을 위해 3825억원을 만 3~5세 영·유아의 보육료와 교육비를 무상 지원하는 누리과정 예산 지원을 요구했지만 기재부는 거절했다. 그 이유는 금년 중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시행령을 고쳐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의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할 방안이기 때문이다.

고교 무상교육도 그런 맥락인 바, 누리과정에 대한 주체가 국가냐, 지자체이냐에 따라 국비 또는 지방비로 재정 지원할 문제여서 논란이 있어왔다. 기재부의 국비 지원 거절에도 불구하고 지자체와 시도교육감들은 대통령이 공약으로 앞세웠던 사항이니만큼 누리과정예산은 시도 교육청에 재정 부담을 떠넘기면 안 된다며, 고교 무상교육의 주체는 국가이므로 국비 부담이 맞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입법인 시행령으로 재정 부담을 지방으로 돌린다는 것에 대해 법상 문제까지 이의제기하고 있는 시점에서 내년도 예산편성에서부터 주요 교육정책들이 줄줄이 후퇴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으니 교육당국이 예산 탓으로 돌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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