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는 르네상스 미술의 전성기를 이끈 3대 거장 중 하나인 라파엘로 산치오의 성화작품을 지면에 연재한 바 있다.

미술사에 끼친 영향력에 비해 라파엘로의 작품은 다빈치나 미켈란젤로에 비해 덜 알려진 게 사실. 이에 본지는 정성길 계명대 동산의료원 명예박물관장으로부터 라파엘로 성화 80여점을 입수해 독자들에게 라파엘로의 작품세계와 일대기를 느껴볼 수 있도록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는 역사상 최초의 라파엘로 연재다.

2차 세계전쟁 등으로 그의 작품은 대부분이 소실됐거나 현재 소장 위치를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의 작품들이 1세기 혹은 2세기 전 선교용으로 제작한 유리원판 필름에 담긴 덕분에 오늘날 대중 앞에 선보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라파엘로 작품은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천문학적인 액수로 판매될 정도로 가치는 상당하다. 이번 연재를 통해 이미 공개된 적이 있거나 또는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그의 작품들이 공개된다. 37세의 나이로 요절한 비운의 천재화가 라파엘로. 그의 안타까운 생애를 위로하는 동시에 작품세계를 느껴보길 바란다.

▲ Raphael. Madonna Del Granduca. CA. 1505. Preliminary drawing for same. 라파엘. 성모자상. 1505년 제작. 같은 밑그림. 완성본과 밑그림이 유리원판에 동시에 들어가 있다. (사진제공: 정성길 명예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 Raphael. Justinian gives the Corpus Juris to Trebonianus. FrankFurt. Staedelsches Institute. (wash drawing for Justinian in Camera della Segnatura). 라파엘. 트리보니아누스에게 법전을 주는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프랑크푸르트 슈테델 미술관. (카메라 델라 세냐투라에 있는 유스티니아누스 수묵화). (사진제공: 정성길 명예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 Raphael. Study for the Muse Euterpe for Par-nassus in Stanza della Segnatura. Vienna. Albertina. (drawing). 라파엘. 서명의 방에 있는 파르나소스에 (넣을) 뮤즈 에우테르페를 위한 습작. 비엔나. 알베르티나 미술관 소장 (사진제공: 정성길 명예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흔치 않은 수묵화, 벽화 그리기 위해 노력한 흔적의 습작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이번 연재에서는 유리원판 필름에 들어간 3개의 라파엘로 작품을 소개한다. 같은 그림의 완성본과 밑그림(혹은 드로잉)이 동시에 들어간 작품, 드로잉 습작, 수묵화 작품이다.

세간에 많이 공개된 성모자상 작품으로 유리원판에는 완성본과 밑그림이 동시에 들어가 있다. 유리원판 필름 제작 목적이 선교·교육용이었기 때문에 완성본과 밑그림을 비교하면서 보려주려고 한 의도로 보인다. 완성본은 질감이나 명암, 표정 등에서 손색이 없다. 그러나 밑그림은 그야말로 습작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완성도가 덜하다.

그래도 같은 그림으로 거장의 완성본과 밑그림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완벽한 작품 속에 밑그림은 어떻게 그렸는지 누구나 궁금증을 가질 수 있다. 라파엘로의 대작이 탄생하기까지 그 바탕이 되는 밑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다음은 트리보니아누스에게 법전을 주는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의 모습을 담은 수묵화다. 유스티니아누스는 동로마 제국으로 불리는 비잔티움 제국의 황제(재위기간 527~565)로 트리보니아누스를 법무관으로 세워 유스티니아누스 법전을 편찬했다.

라파엘로가 그린 그림이 바로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트리보니아누스 법무관에게 법전을 편찬하도록 아마도 기존 법전을 건네는 모습인 듯하다. 라파엘로의 작품 중 흔치 않은 수묵화라는 점에서 색다른 느낌을 준다.

마지막 작품은 에우테르페(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뮤즈 중 음악을 맡은 여신)를 그린 습작이다. 바티칸 서명의 방에는 라파엘로가 1510년에 작업한 파르나소스가 있다. 예술의 본질과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아폴론(음악과 시를 상징하는 신)의 파르나소스를 상상한 프레스코 벽화다. 파르나소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영지이자 산이다.

파르나소스에 등장하는 에우테르페를 그리기 위해 연습했을 것으로 보이는 습작으로 보인다. 벽화에 담아내기 위해 그 전에 많은 연습과 노력을 기울였을 천재화가의 흔적을 잠시 엿볼 수 있다.

1세기 전 신비함 담긴 ‘컬러 유리원판 필름’
원본에 흡사하도록 붓으로 채색, 샌드위치형 제작

1세기 전 합성수지(플라스틱)로 제작된 흑백필름이 나오기 전까지는 유리원판 필름을 사용했다. 유리원판 필름은 인화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대중적 인기를 얻었으나 선교사업 목적으로 슬라이드 방식으로 제작된 필름은 소수의 특수한 부류만 이용했다. 슬라이드 방식은 영상 교육용으로 사용하던 필름이다.

특히 신비감을 갖게 하는 것이 컬러 유리원판 필름이다. 당시 필름은 감광도가 매우 낮은 건판으로 0.2㎜ 유리판에 감광재료를 바른 후 젤라틴 막을 입혀 촬영하면 실상과 반대인 네거티브(음화)로 찍혀지고 이것을 다시 실상과 같은 포지티브(양화)로 반전시킨 후 그 위에 원색에 가까운 칠을 해 컬러 유리 원판으로 만든 것이다.

쉽게 말하면 현품을 찍어 나온 유리로 된 흑백필름에 붓으로 색을 칠한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 유리를 덧씌워 ‘샌드위치형’으로 만든 것이다. 이같이 만들어진 슬라이드 유리원판 필름은 환등기를 통해 영상자료로 사용됐다.

이 컬러 유리원판 필름에는 특히 고흐, 피카소 등의 명화 작품 뿐 아니라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렘브란트 거장들의 성화 작품이 들어가 있다. 현품과 흡사하게 제작돼 있어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 환등기와 여러 성화작품이 담긴 유리원판 필름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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