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은 더는 안 돼” 차별 논란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호주 정부가 시리아 난민 수용과 관련해 기독교계 소수민족을 우선 배려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호주 무슬림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토니 애벗 호주 총리는 9일 시리아 난민 추가 수용계획을 공개하면서 박해받는 소수민족 출신의 여성과 어린이, 가족들에 초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애벗 총리의 발언에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지만, 호주 언론은 정부 고위 각료들이 이미 시리아의 기독교계 소수민족과 이라크 소수민족인 야지디족에 우선권을 부여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집권 자유당의 에릭 아베츠 상원 원내대표나 연립정부 내 국민당의 조지 크리스텐센 의원도 전날 시리아 기독교계가 가장 어려움에 처한 만큼 우선 배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하원의원은 공영 ABC 방송에 연립정부 내 일부가 애벗 총리에게 보낸 메시지는 “무슬림은 더는 안 된다”라는 것이 명확하다고 전했다. 가톨릭 시드니 교구의 앤서니 피셔 대주교도 정부의 생각에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기독교계 특별대우 방침이 전해지자 호주 무슬림이 발끈했고, 야당도 자칫 종교와 민족을 차별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시드니 이슬람 공동체 지도자인 아흐메드 킬라니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 전에 그의 종교가 무엇인지 먼저 묻는 일은 없다”며 편견에 가득 차 불안을 조장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또 킬라니는 정부가 말로는 젊은이들의 급진화를 우려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난민 수용 과정에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하는 것을 보고 젊은 무슬림들이 어떤 생각을 할지 우려된다는 뜻도 표시했다.

무슬림 여성단체 관계자인 마하 아보 역시 “인종이나 종교에 따른 선호는 누구나 동등하다는 호주의 가치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호주 시리아 공동체 내 무슬림과 기독계교 사이의 불화 가능성을 우려했다.

빌 쇼튼 대표 등 야당인 노동당 인사들도 가장 취약한 계층을 우선 돌본다는 방침에는 동의하면서도 특정 종교를 우선해 돌본다는 것에는 차별로 비쳐지지 때문에 정부가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시드니 기독교계는 시리아의 기독교계 소수민족이 민족청소에 해당하는 고통을 겪은 만큼 어떤 식으로든 그들을 우선 지원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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