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난민의 여정은 전쟁보다 참혹했다.

3살 시리아 난민 아일란 크루디의 사망으로 난민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지만 시리아 내전이 지속되는 한 비극은 이어질 것이다. 지난달 시리아 난민 71명이 헝가리에서 냉동트럭을 타고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다 질식사했다. 리비아를 떠나 이탈리아로 향하던 난민선 2척이 뒤집혀 짐칸에 있던 200명이 떼죽음을 당했다. 수많은 난민의 시신이 길거리에 버려졌지만 주변 유럽 국가들은 애써 방관했다. 국제법상 난민이 자국으로 돌아갈 경우 생명이 위험하다면 각국은 난민을 수용하고 보호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국제법 특성상 강제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다행히 최근 독일 메르켈 총리가 통 큰 난민 수용 정책을 발표했지만 독일 내부에선 신나치주의 극우파 지지자들이 반대 폭력 시위를 일으켜 내홍도 겪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난민 수용정책에 대해선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을 타개하기 위한 발 빠른 계산에서 나온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또 전범 국가인 독일이 과거사를 사죄하는 차원이라고도 해석된다. 이유야 어찌됐든 당장 자국민에게 돌아올 부담까지 감수하며 수많은 난민을 수용한다는 것은 독일의 과거사 사죄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며, 국익을 넘은 인도주의라는 점에서 분명 찬사 받을 만하다. 그러나 독일처럼 난민을 수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대규모 난민 수용 후 부작용을 우려하는 유럽국가들을 무조건 비난만 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일련의 시리아 난민 문제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지구촌이 해결을 포기한 전쟁으로 빚어진 참사”라는 논평을 낸 바 있다. 시리아 난민사태는 전쟁 당사국뿐 아니라 주변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전쟁이 지구촌에서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있다. 난민문제의 근본 해결은 난민 수용 정책이 아닌 전쟁종식인 것이다. 전쟁을 방치하면 결국 지구촌은 그 문제를 함께 떠안아야 한다. 자국의 안녕을 위해서라도 각국 정상들은 더 이상 전쟁문제 해결을 미루지 말고 강력한 억지력을 갖는 ‘전쟁종식 국제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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