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교육부에 대한 국회 교문위 국정감사에서 황우여 부총리가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안행위, 정종섭 장관 ‘총선 필승’ 건배사 발언 놓고 파열음
정무위, 개회 10분 만에 감사 중지… 17일 신동빈 증인 채택
교문위, 한국사 국정화 문제로 격돌… 황 총리 입장표명 촉구
복지위, 메르스 사태 증인 채택 문제 둘러싼 충돌… 추후 협상


[천지일보=정인선 기자] 제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10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주요 쟁점을 두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파행을 빚고 있다.

이번 국감은 집권 반환점에 도달한 박근혜 정부의 중간 평가 성격을 띤 데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있어 여야 간 국정 주도권 다툼이 치열한 상황이다. 게다가 노동개혁과 재벌개혁,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문제 등 핵심 쟁점이 많아 험로가 예상된다.

여야는 첫날부터 강하게 충돌했다. 행정자치부를 상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안전행정위 국감은 지난달 새누리당 연찬회에서 정종섭 장관의 ‘총선 필승’ 건배사 발언을 놓고 시작부터 파행했다.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정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감사를 거부했다.

안행위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은 정 장관의 보고 직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정 장관의 건배사 발언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로 국정감사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며 국감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이 공방으로 오후 국감에는 야당의 불참 통보로 여당 의원만 참석한 상태로 열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물리적 충돌까지 일어났던 정무위원회는 국감 개회를 선언한 지 10여분 만에 감사 중지를 선언했다.

정우택 정무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 개회를 선언한 지 10여분 만에 “원활한 감사 진행을 위해 감사 중지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감사 중지는 정무위 여당 간사인 김용태 의원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이후 여야 간사는 별도 협상을 통해 17일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면서 일단락됐다.

당초 새누리당은 신 회장을 내달 6일에 열리는 종합국감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새정치연합은 신 회장을 종합국감에 부르자는 주장은 실질적으로 증인으로 부르지 말자는 의도라고 강력하게 반발하며 공정위 국감일인 17일에 불러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신 회장의 증인 채택 문제를 두고 여야 간 논란을 빚었다. 야당은 신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법무부의 상법 개정 작업과 맞물린 재벌 구조개혁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여당은 정책적 사안을 논의하는 자리에 꼭 재벌 총수를 부를 필요가 없다고 맞섰다.

새정치연합 임내현 의원은 “신 회장을 소환해 재벌 구조개혁에 대해 질의하려 했지만, 증인 채택이 무산된 것은 아쉬운 일”이라며 “순환출자를 해서 수백개의 그룹을 지배하는 등 국민적 의혹과 지탄을 받고 있는 재벌개혁 책임자를 불러서 그 내막과 재벌 구조개혁에 대한 의견을 묻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상법에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개정안을 왜 꼭 대기업 총수에게 물어봐야 하느냐”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이건 사형제 폐지법안이 발의됐는데 증인으로 유영철과 오원춘을 부르는 것과 뭐가 다른가. 이런걸 바로 국민이 ‘갑질’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교욱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두고 정회와 속개를 거듭했다. 이날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교문위의 교육부 국정감사는 본 질의에 들어가지 못하고 의사진행 발언만 1시간 넘게 진행되다 정회와 속개가 반복되는 등 시작부터 여야 의원들이 격돌했다.

야당 의원들은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전환은 역사를 왜곡할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새정치연합 등 야당 의원들은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국정화 추진 여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요구했다.

새정치연합 유기홍 의원은 황 부총리의 모두 발언 중 의사진행 발언을 요구해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한다는 기사가 연일 넘쳐나고 독립운동가 후손, 서울대 교수들을 비롯한 학계, 현장 역사교사, 시·도교육감까지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국감을 정상적으로 진행하려면 과연 국정화 계획이 추진될 것인지, 아닌지 장관의 분명한 답변이 있어야 한다”고 추궁했다.

또 야당 의원들은 교육부가 준비한 업무보고 자료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내용이 없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교육부의 자료 미제출을 놓고 야당의 공세가 이어졌다.

새정치연합 유기홍 의원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관련해 집필기준, 초등학교 5학년 사회(역사) 교과서 실험본 등의 자료를 요구했는데 아직 안 오고 있다”며 “자료도 주지 않고 불투명한 상황에서 어떻게 정상적으로 국감을 진행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윤관석 의원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때문에 오전부터 국감이 진통을 겪고 있는데도 요청한 자료를 교육부가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며 “역사 교과서 편찬준거자료 시안 공청회가 내일(11일)인데도 아직 정리된 게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야당 의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가 계속되자 박주선 교문위원장은 “교육부가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는다는 건 감사를 쉽게 받겠다는 뜻 같은데 요구한 자료를 빠짐 없이 제출해 달라.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되면 법 규정에 따라 조치하겠다”며 감사 중지를 선언했다.

보건복지위원회도 시작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야당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최원영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김진수 청와대 비서관을 증인으로 채택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여당이 이를 거부하면서다.

새정치연합 남인순 의원은 “메르스 사태에 대해선 국정조사에 준하는 국감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 문제(증인 채택)에 대해선 국감에 들어가기 전에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새누리당 김기선 의원은 “청와대와 관련한 건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감사가 예정돼 있어 거기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여야 간 신경전이 거세지자 김춘진 보건복지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했다가 추후 증인 채택 협상을 이어간다는 전제 하에 국감을 속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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