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인근 카페에서 진행된 배우 마동석 인터뷰. 마동석은 인터뷰 전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했다. (사진촬영: 이혜림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SNS 범죄, 이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 실제로는 더 처참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최악의 악역으로 최대한 연민을 느끼지 못하는 악인을 연기하고 싶었다. 마동석은 그렇게 관객을 ‘함정’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었다.

5년째 아이가 없는 부부 준식(조한선 분)과 소연(김민경 분)은 기분전환을 위해 외딴 섬으로 여행을 떠나고 인터넷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된 맛집에 들렀다. 허름하고 험악한 분위기가 난무하지만 이들 부부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식당주인 성철(마동석 분)로 인해 식당 빈방에서 하루 묵게 되는데. 이때부터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들과 성철과 소연은 둘만 알아들을 수 있는 묘한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한다.

영화 ‘함정’은 현대사회의 잔인한 현실을 영화적으로 빗대어 표현한 범죄 스릴러로 권형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 1일 천지일보는 서울 강남 논현동 인근 카페에서 극 중 살인범으로 분한 배우 마동석과 ‘함정’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작인 ‘살인자’에 이어 두 번째로 살인마 역에 도전한 마동석은 “약간 변태적 성향인 것 같다”며 강인한 첫 마디를 남겼다.

아무리 배우라고 해도 캐릭터를 이해하고 연기하는 입장으로선 정신적 피폐함을 피할 수 없는 노릇. ‘살인자’ 촬영 후 진행한 언론 인터뷰에서 마동석은 ‘정신적으로 매우 피폐해졌다’고까지 밝혔지만 다시 한 번 강렬한 역할을 선보이게 된 이유가 궁금해진다.

“나름의 변태적 성향이 있는 것 같다. 운동할 때도 칫솔질을 못 할 정도로 근육이 땅겨야 운동한 것 같은 기분 드는데 연기도 그런 것 같다. 운동한 시간이 지나서 근육통이 사라지면 다시 아파보고 싶은 기분 드는 것처럼 연기자로서의 성향도 이와 같은 것 같다.”

마동석이 열연한 ‘함정’ 속 성철은 캐릭터의 감정적, 영상적, 언어적 전사가 거의 없어 악행의 당위성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왜 저렇게까지 악할까’ ‘무슨 이유로 이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라는 단순한 물음이 따라붙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마동석은 ‘연민이 느껴지지 않는 추악한 악역’이라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살인자’ 때도 사연 있고 연민이 느껴지는 살인범을 연기했다. 그런데 ‘함정’ 속 성철은 끝까지 나쁜 놈이다. 캐릭터의 전사도 거의 없다. 관객의 상상에 맡기는 부분인데, 이번 캐릭터는 연민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만큼 추악한 악역이다.”

‘함정’은 현실의 잔인함을 직면하게 되면서 사람은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는지에 초점을 둔 것으로, 연쇄적인 악행을 일삼는 성철에게 연민보다는 극한의 공포를 느끼게 하므로 초현실적 공포가 무엇인지 일러주고 있다.

▲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인근 카페에서 진행된 배우 마동석 인터뷰. (사진촬영: 이혜림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근육형 몸매와 강렬한 눈빛, 여기에 날것을 그대로 옮겨 담은 듯한 어투는 오히려 내가 아는 오빠, 형, 친구 등을 연상시켜 현실적이고 친근함이 매력인 마동석. 여기에 고양이, 병아리 등 그의 동물 친구들과 함께 찍은 셀카가 온라인상에서 유명세를 얻으며 일명 ‘마요미’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

스릴러부터 드라마, 액션, 코미디, 사극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맛깔나는 연기를 펼치고 있는 마동석은 꾸미지 않는 현실감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남녀가 만날 때 당시의 어떤 지점이 끌려서 만나는 거잖아. ‘욕심나서 만난다’라고 하는 사람 없을 거야. 나도 ‘연기욕심 난다’라고 느끼기보다는 작품마다 크든 작든 끌리는 캐릭터 있다. 그럼 그걸 잡고 가는 거다. 무엇보다 배우는 자기 색이 있는 게 중요하다 생각한다. 작품마다 다른 색을 보여주려 하면 ‘연기적인 연기’를 보여 줄까 봐 현실감 있는 ‘진짜’를 보여주려 한다. 이건 지극히 내 성향이다. 그래도 영화에 따라 프레임에 따라 장르적인 카트를 따르기도 한다(웃음).”

김기덕 감독과 함께한 ‘일대일’에선 교포 1.5세대인 마동석의 리얼한 영어 대사를 들을 수 있다. 이에 할리우드 진출에 대해 살짝 물어보자 마동석은 ‘국내에서 더 잘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아직은 자신의 연기가 부족하게 느껴진다며 지금도 시나리오를 ‘파고 또 파는’ 시간을 자주 가진다고 한다. 그렇게 노력해도 현장에서 답이 나올 때도 잦고 비밀처럼 숨어 있다가 갑자기 깨닫게 될 때도 있다고 한다. 마동석에게 연기란 ‘작은 것에도 고민이 많아지는’ 지점에 이르게 해준다고.

하지만 마동석의 존재감을 증명해준 영화가 바로 천만영화 ‘베테랑’ 아닌가. 단 몇 분 등장했을 뿐인데 ‘아트박스 사장’이라는 타이틀로 ‘베테랑’의 명장면 1순위로 꼽히는 씬스틸러가 된 마동석. 여담으로 ‘아트박스 사장’ 전에 ‘올리브영 사장’ ‘비너스 사장’ 등 여러 가지 생활밀착형 가게 상호를 고민했다고 한다.

▲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인근 카페에서 진행된 배우 마동석 인터뷰. (사진촬영: 이혜림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베테랑’이 흥행이 돼서 매우 기쁘다. 오락영화이지만 액션도 있고 드라마도 있으면서도 매우 유쾌하게 끝을 맺는 ‘베테랑’의 흥행은 개인적으로 바랐고 응원했던 바다. ‘킹스맨’이 국내에서 흥행했을 때도 매우 기분 좋았다. 첩보액션 장르가 흥행되는 걸 보니 관객과 영화인 모두의 장르적 선택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장르의 다양함, ‘함정’에서도 느껴시길 바란다.”

한편 마동석 조한선 주연 ‘함정’은 오는 10일 개봉한다.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9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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