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논단] 9월의 천안문광장과 10월의 김일성광장
[통일논단] 9월의 천안문광장과 10월의 김일성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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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9월 3일 천안문광장의 열기는 식어가고 있지만 다시 10월 10일의 김일성광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노동당 창당 70주년을 맞으며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는 북한 정권 사상 최대의 군사 퍼레이드가 준비되고 있다. 김정은은 이 군사퍼레이드를 자기 시대의 개막이자 북한 ‘백두산 강국’ 건설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것이어서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집권 4년 차의 김정은이 유독 이와 같은 이벤트를 즐긴다는 것은 이미 검증됐다. 지난 2012년 김일성 100돌 군사퍼레이드와 2013년 전승 60돌 군사퍼레이드 역시 김정은의 야심찬 작품이었다.

그러나 북경 천안문광장의 군사퍼레이드와 평양 김일성광장의 군사퍼레이드를 등가로 비교하는 것은 분명 무리다. 중국은 개혁과 개방의 성과로 현대화된 무기 장비 위주의 군사굴기를 보여준 반면 북한이 보여줄 것은 3만여명에 달하는 ‘인해전술’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히든카드도 있다. 김정은은 이번에 장거리로켓(ICBM)을 분명히 쏘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지난 9월 3일 천안문광장의 지축을 울리는 인민해방군의 최첨단 무기 엔진소리를 애써 외면하려는 듯 바로 국경의 신의주에 있는 한 군수공장을 방문했다.

김정은이 방문한 공장은 측정계기를 만드는 공장으로 군수품을 함께 생산하는 공장으로 알려져 있다. 엔진 연소와 추진체 분리, 궤도 등을 측정하기 위한 장비를 생산하는 공장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 때문에 김정은의 이번 방문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공장 시찰에는 북한 로켓개발의 최고 전문가 제2자연과학원장 김춘섭과 제2경제위원장 조춘룡 등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에 관여하는 핵심 간부들이 동행했다. 또 지난 2일 열린 한중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의 북한 도발을 경고하는 메시지가 나오자 이에 대한 반발 성격도 강하다.

앞서 한국과 중국 정상은 한반도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도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다음 달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인공위성’ 발사로 포장할 가능성이 높아 남북 화해 무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천안문광장의 망루가 그대로 보여주듯 이제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보통관계가 아니다. 북한은 이제 ‘순망치한’ 즉 입술이 없으면 잇몸이 시리다는 북-중 관계에서 이탈해 중국이 뽑아버리고 싶어 하는 ‘충치’로 된 자신들의 처지를 알아야 한다.

북한의 또 다른 위기설은 재정고갈과 직결된다. 근래 북한을 탈출한 고위 인사들은 김정은이 재정고갈과 결핍으로 얼마 못가 문을 닫을 것이란 전망을 서슴없이 내놓고 있다. 약소국 북한과 비교할 바 못되나 중세 스페인이나 1990년대 일본 모두 재정적자로 쇠퇴의 길에 들어섰다. 북한의 재정적자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나 최근 김정은의 씀씀이는 분수를 넘어 선 지 오래다. 지난 2013년 이른바 ‘전승절’을 맞으며 군사퍼레이드에 김정은이 쏟아 부은 돈은 무려 3800억 원이다. 이 돈이면 북한 주민 전체가 3개월 이상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외국에서 사 올 수 있다. 그는 마식령스키장과 물놀이장 등 자신의 치적을 위해 무리한 건설을 추진하면서 북한 경제를 다시 한 번 ‘확인사살’하여 왔다. 투자에 비해 회수가 전혀 없는 이런 이벤트성 시설물들은 언젠가 폐허로 변해 김정은의 치적이 아니라 수치로 남게 될 것이다.

10월의 팡파레는 무의미하다. 김정은이 지금이라도 남북정상회담을 내실 있게 준비하면서 평화통일을 준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만나 논의했다는 평화통일의 내용은 과연 무엇인지 궁금증이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10월 10일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만약에 이번에 김정은이 장거리로켓을 쏘아 올릴 경우 한국은 다시 휴전선 대북확성기 방송의 스위치를 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는 황병서가 아니라 김정은이 판문점에 나와야 하지 않을까. 남북정상회담은 남북이 현안타결과 통일촉진에서 최고의 수단이며 최고의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접근방식이다. 10월 10일 전에 박근혜 대통령께서 그 건설적 제의를 내놓을 것을 정중히 제안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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