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박성웅이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파툼 카페에서 본지와 영화 ‘오피스’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촬영: 이혜림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작품마다 씬을 잡아먹고 나아가 영화 전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캐릭터가 있다. 주연이 아니더라도 연출이 아니더라도 ‘맞아, 이 영화는 그 배우가 살렸어’ 혹은 ‘그 영화는 딱 그 배우의 것’이라며 여운 깊은 인상을 심어주는 배우를 우리는 흔히 씬스틸러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박성웅 만큼 출연 작품을 모두 ‘박성웅화’로 만들어 버리는 매력 있는 씬스틸러가 또 있을까?

큰 키에 강렬한 인상은 자칫 불량한 이미지로 낙인찍힐 수 있으나 자신만의 음색, 눈빛 그리고 인간미로 반전 매력을 선보이는 박성웅. 지난 3일 개봉한 ‘오피스’에서 박성웅은 그동안 악역에서 보여줬던 잔인하고 차가운 인상을 벗어나 현실밀착형 형사 최종훈을 통해 색다른 인간미를 선사한다. 기자는 지금 ‘오피스’를 거슬러 그의 데뷔작 ‘넘버3’까지, 작품으로 들어보는 배우 박성웅의 이야기 전하려 한다.

◆ ‘넘버3’, 최민식과의 특별한 인연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근 카페에서 천지일보 만난 박성웅은 그동안의 작품을 짚어보며 자신만의 연기관을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성웅이 한국외대 법대 출신으로 사시를 준비하다 연기자로 전향한 것은 익히 유명한 이야기다. 극단에서 활동하며 연기자 준비를 하던 박성웅은 3년간 부모님께 이 사실을 전하지 못했고 시간이 지나 자신이 무대에 오르는 연극에 부모님을 초대하면서 커밍아웃을 했다고.

‘열심히 해라’라고 아들의 꿈을 지지해 주신 부모님, 그 이후로 첫 대사를 맡았던 작품이 바로 ‘넘버3’다. 첫 영화 단역에 바로 첫 대사를 할 수 있었다(그것도 꽤 긴 대사)는 것은 아직도 놀라운 일이다.

“그때 (최)민식 형님과 같이 출연했었죠. ‘신세계’ 하면서 형님한테 그때 출연했었다고 하니깐 반가워 하셨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해요. 저도 그땐 단역이었고 민식 형님도 점점 입지를 굳혀가던 시절이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잠시 둘 다 주춤했던 것 같거든요. 근데 ‘신세계’에서 저나 민식 형님이나 불꽃을 터트린 느낌이랄까? 두 사람 인연이 신기해요. 아무튼, 저는 민식 형님 정말 좋아합니다(웃음).”

▲ 박성웅이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파툼 카페에서 본지와 영화 ‘오피스’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촬영: 이혜림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 ‘태왕사신기’ 모두가 가족이 됐다

주무치와 달비가 결혼했다. 실제로! 광개토대왕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 배용준, 이지아 등과 함께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주무치와 달비 커플. 이 작품에서 신인이던 박성웅은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특히 상대역인 달비로 출연했던 신은정과는 작품이 끝난 후 실제로 커플이 돼 결혼에도 골인했다.

현재는 극중 커플이 실제 커플이 돼 결혼에 성사했다는 팩트가 가장 눈길을 끌지만 사실 박성웅의 연기변신도 놓칠 수 없는 작품이다.

데뷔작과 전작 ‘무영검’에서 강한 남성을 뽐내는 강렬한 캐릭터를 보여왔던 박성웅은 ‘태왕사신기’에선 겉으론 차갑고 무섭지만 속은 따뜻한 인간미 넘치는 주무치로 열연하며 색다른 모습을 선사했다.

“출연진, 연출진 모두 가족이에요. 아시다시피 거기서 아내도 만났고. 여기서도 신기한 인연이 있다면 극중에서 제가 백호의 신물로 등장했는데 실제 아내(신은정)가 호랑이 띠, 아들은 60년만에 돌아오는 백호의 띠예요. 여러 인연과 에피소드가 다양한 ‘태왕사신기’는 가족과도 같은 작품이죠.”

◆ ‘신세계’ 중구,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다

벌써 상영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패러디 등 다양하게 대중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신세계’에 대해 박성웅은 “배우로서의 전환점이자 뛰어 넘어야할 작품”이라고 평했다.

‘신세계’는 첩보 느와르 액션 영화의 현대적 해석과 한국 정서에 맞는 캐릭터 구성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신선함을 보였다. 모두가 주연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각 캐릭터는 살아 있었고 느와르의 폭발성만 밀어붙이기 보다는 중간중간 절제된 연출은 오히려 더 감각적인 메시지를 주기 충분했다.

특히 ‘중구’라는 캐릭터는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발견이었다. 자신의 야욕을 과감하게 드러내면서도 체면은 절대 구기지 않는 중구의 활약은 박성웅의 재발견과도 맞닿아 있었다.

‘살려는 드릴게’ ‘죽기 딱 좋은 날씨’ 등 감칠맛 나는 박서웅의 연기는 ‘신세계’를 박성웅 것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중구 패러디물이요? 인터넷에서 많이 봤죠. 영화 개봉 후에 반응이 폭발적이더라구요. 그래서 ‘이렇게 큰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나?’라는 생각이 들었죠(웃음). 배우로서는 전환점이 된 작품이지만 이제는 뛰어 넘어야 할 작품이기도 해요.”

◆ ‘오피스’ 모두가 공감할 잠재된 폭력을 고발하다

“매번 연기의 폭을 넓히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해요. 여러 작품에서 쎈 역할을 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악역전문으로 볼 수 있겠지만, 이번 ‘오피스’에선 넘을 수 없는 벽에 봉착해 결국 현실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형사 최종훈을 통해 또 다른 박성웅을 만나볼 수 있을 거예요.”

‘오피스’는 일가족을 살해한 다음 회사로 출근한 김병국 과장(배성우 분)의 행적을 추적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뤘다. 스릴러 장르에 오피스 문화에 녹아든 잠재든 폭력을 고발하고 있어 개봉 전부터 ‘생활밀착형 스릴러’로 극찬 받았다.
여기에 정의를 구현하고 싶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답답함을 안고 살아가는 형사 최종훈을 연기한 박성웅의 연기는 그동안 인상 깊게 보여준 ‘쎈 캐릭터’와는 사뭇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오피스’에서 제가 약한 모습을 보인다고요? 매우 현실적이었던 거죠. 열심히는 하는데 상사 마음도 모르고 무턱대고 열심히 하다가 현실에 부딪히면서 또 상사 뜻도 잘 캐치 못하는, 정말 죽어라 일만하는 최종훈인 거죠. 사실 ‘오피스’가 말하는 것은 오피스 문화에 녹아 든 잠재된 폭력을 고발하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라도 현실과 타협하는 최종훈의 역할은 중요한 포인트라고 볼 수 있어요.”

▲ 배우 박성웅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파툼 카페에서 본지와 영화 ‘오피스’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촬영: 이혜림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미국에선 한 때 ‘CSI 효과’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강력범죄를 극중에선 3일 혹은 몇 시간만에 해결하면서 현실에서도 빠른 사건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는 대중의 기대가 만들어낸 효과다. 한마디로 정의를 구현하는 이들의 기대치를 극대화한 에피소드인데 이는 관객의 입장에서도 다르지 않다.

형사가 주인공인 범죄액션 극에선 형사가 모든 걸 마무리 지어줄 것이라 기대하지만 ‘오피스’ 속 형사 최종훈은 철저히 현실적이다. 그렇기에 더 가깝게 느껴지고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일지도.

이렇게 박성웅은 ‘오피스’를 통해 한 꺼풀 더 자유로운 연기를 펼치고 있었다.

한편 박성웅 고아성 배성주 주연의 ‘오피스’는 지난 3일 개봉해 절찬 상영 중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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