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불경 비교연구학자 민희식 박사가 자신의 프랑스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유학시절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는 중동 지역 주민들이 한국 선교사들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며 그 이유에 대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성경·불경 비교연구학자 민희식 박사

“성경·불경 일부 80~90% 일치하기도
불교·기독교 어쩌면 같은 종교 아닐까”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불경이나 성경이나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됐죠. 결국 불교와 기독교가 같은 종교인데 그걸 모르고 있었던 거죠. 기독교의 핵심은 사랑이죠. 가장 중요한 게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인데 불경도 내가 깨닫고 주위 사람을 도와주면 평화로워질 수 있다는 겁니다.”

전쟁으로 얼룩진 인류사를 들여다보며 고뇌하고 이를 해결할 방법이 종교에 있다는 확신으로 불경과 성경을 비교 연구하며 일평생을 바친 비교 연구학자 민희식 박사의 조언이다.

민 박사는 불교 집안에서 태어나 청년 시절 프랑스 유학을 하며 불어로 번역된 불경과 성경 공부에 심취했다. 매일 아침 경서를 정독할 정도로 매진했다. 그러나 아침마다 성경을 읽었지만 갈수록 늘어가는 의문에 대한 답은 얻어낼 수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성경은 모르는 내용이 너무 많다”고 토로하면서 “반면 법화경은 이해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그는 불경과 성경을 비교하며 읽던 중 80~90% 일치하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리고 불교와 기독교가 같은 종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불경과 성경의 공통점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1960년대 초 귀국해서 발표했다. 하지만 반응은 냉랭했다. 오히려 당시 모두가 그를 미친 사람 취급했다는 것이다. 일부 종교인들은 그를 정신병원에 넣어야 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종교전쟁을 보면 내 것 네 것으로 싸우는 것”이라며 “일테면 중세 유럽사회에서는 신교와 구교가 대립해 그 이데올로기 하나 때문에 마녀 재판으로 죄가 없는 여성들을 다 죽였다. 그렇게 잔인할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민 박사는 종교가 하나 되기 위해 다른 종교의 경전도 알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 유학을 갔는데, 이 사람들이 호소하는 말이 있어요. 이 사람들이 하는 말이 먹을 것만 주지 말고 자신들의 친구가 돼 달라는 겁니다. 자신들이 하는 이야기도 들어달라는 호소입니다.”

그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은 국민 대다수가 이슬람교를 신봉하고 있기에 종교적 교리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먼저 이슬람교에도 귀를 기울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종교를 믿으라고 강요하기 전에 현지인들이 믿어온 종교도 공부하고 난 후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따끔한 지적이다. 이렇게 서로의 종교를 알아간 다음 각자 대화를 통해 더 좋은 종교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 목회자들의 특징이 성경 설교를 현지인들이 잘 들어주면 좋아하면서도, 현지인들의 이슬람 지도자들의 이야기는 전혀 들어주지 않으니 주민들이 경계심을 갖게 되는 것이죠. 결국 사이는 멀어지고, 종교 화합보다는 분쟁의 씨앗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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