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 종단의 지도자와 평신도들이 종교평화시민모임 ‘사이좋게’를 창립하고 지난달 27일 종교평화를 주제로 포럼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종교평화시민모임 ‘사이좋게’ 창립기념 포럼
갈등의 벽 허물기 해법 모색… 종교인·시민 ‘평화’ 한목소리
분쟁·갈등의 불씨 산재 우려… “이웃종교 비방은 무지의 산물”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다양한 종교인들이 모여 대화와 소통으로 종교 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모임을 결성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각 종단의 지도자뿐 아니라 평신도들이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며 소통하기 위한 종교평화시민모임 ‘사이좋게’를 창립했다. ‘사이좋게’ 회원들은 지난달 말 서울 안국동 복합문화공간 W스테이지에서 창립기념 모임을 열고 ‘종교평화’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사이좋게’는 지난해 ‘주어사지’를 둘러싸고 불교계와 천주교계가 갈등을 빚자 종교인들이 모여 평화적으로 종교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취지에서 결성된 모임이다. 회원들은 종교 간 벽을 허물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이를 심도 있게 논의하는 장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갈등은 성숙한 문화로 해결”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박문수 한국가톨릭문화원 부원장은 ‘갈등을 넘어 평화로, 종교평화의 씨뿌리기’라는 주제로 말문을 열었다. 박 부원장은 ‘종교평화지수’ 제정을 위해 뛰어든 경험을 바탕으로 종교평화를 논했다.

그는 종교 간 갈등과 대립이 존재하는 현실 속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종교인들이 자신의 모습을 시민사회와 이웃종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성숙한 의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박 부원장은 “종교 갈등은 종교문화가 성숙되기 전까지 어떤 형태로든 사회적 통제아래 둘 수밖에 없다”며 “이웃 종교를 침해하는 행위를 제어하지 않으면 익숙한 습관을 고치려 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종교인들이 스스로 평화적인 방법으로 갈등 해결에 나서고, 갈등을 애초에 발생시키지 않으면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교인들이 상호 노력하는 실천 자세를 보인다”며 “종교계가 갈등을 넘어 한국 사회와 인류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종교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종교평화모임 활성화로 해법찾기

조형일 한국갈등해결센터 사무총장은 주어사 문제 해결이 종교평화의 씨앗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어사는 신유박해와 관련된 사찰이다. 이 사찰은 조선 후기 중국으로부터 전래한 천주교 자료를 공부하던 권철신 등이 1779년 주어사와 인근 천진암을 오가며 천주교 강학을 진행하다가 1801년 신유박해 당시 천주학을 공부하던 이들과 천주교인들을 보듬고 지켜 주던 스님들이 함께 수난을 당한 사건을 계기로, 조선 말 폐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천주교 측은 주어사와 천진암을 한국 천주교의 요람지이자 발상지로 보고 있다.

올해 5월 국민대통합위원회 측의 제안으로 주어사를 둘러싼 갈등 당사자들이 모였다. 수원교구 담당 신부와 용주사 신도회 장이 대화의 장에 나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조형일 사무총장은 “갈등 당사자 간 대화를 통해 종교의 평화적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내부의 의견 수렴을 거쳐 구체적 논의를 진행하기로 한 바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현재는 서로의 입장이 큰 차이를 보이고는 있지만 앞으로 공통의 관심사를 종교평화모임을 통해 그 역할을 강화해 나간다면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종교평화모임과 같은 제3자가 중립적 입장에서 역할을 수행해 도움의 손길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의 종교만 진리” 우월주의 경계

오강남 ‘경계너머 아하’ 이사장은 자기 종교만이 제일이라는 우월주의와 배타적인 시각을 경계했다. 오 이사장은 “종교인들은 나의 종교만을 유일한 진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 웃 종교를 비방하는 것이 믿음의 표시요 충성심의 발로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나의 종교와 다르면 다 틀려먹었기에 그들을 모두 개종시켜야만 한다는 것은 억지요 무지다”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주어사지뿐 아니라 서소문과 해미읍성 등 종교 간 갈등의 불씨가 전국적으로 산재해 있다”며 “이런 사실을 감안할 때 주어사지가 종교화합과 평화를 상징하는 새로운 의미의 종교평화의 성지로 우뚝 서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끝으로 포럼 참석자들은 열린마당인 ‘벽허물기’ 시간을 통해 종교지도자와 평신도, 더 나아가 모든 시민이 종교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종교평화시민모임이 현시대에 산재된 여러 종교 간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