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명승일·정인선 기자] 아래는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과 남북관계, 통일, 외교 등에 대한 질의 응답 내용.
― 이번 8.25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 이후 남북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나.
전현준(전): 군사적 긴장이 현저히 완화될 것이다.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사실상의 사과를 했기 때문이다. 다만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에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비정상적인 사태’를 벌인다면 남북관계는 또다시 급속히 경색될 것으로 본다.
남성욱(남): 오는 9월 초로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이 1차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이 진행되면 이후 금강산관광 재개를 논의할 수 있다. 북한이 당초 생각한 대로 이번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당장 이산가족 상봉부터 시간을 끌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남북관계가 대결에서 대화라는 기본구도가 형성되지 않을 수 있다.
홍현익(홍):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진전시켜 나가는 기반은 구축했지만,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5.24대북제재 조치를 해제해 달라는 북한의 요구와 이에 대해 원칙을 존중하는 박근혜 정부가 접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따라 남북관계가 달려 있다.
― 앞으로 5.24조치 해제나 금강산관광 재개 등도 논의할 수 있다고 보나.
전: 남북 최고당국자의 의지만 있다면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과, 5.24조치 해제 등 풀리지 않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는 남북 고위급 접촉의 교훈이다. 남북 모두 경제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그 해결책은 경제협력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남: 논의는 가능하다. 하지만 북한이 사과를 해야 하는데, 남한이 원하는 수준으로 할 수 있겠느냐는 점에서 또 한 번의 진통이 우려된다.
홍: 논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남북이 근본적인 입장을 고집하고 있어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 정부가 두 사안에 대해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와 같이 북한의 유감 표명 정도로 넘어갈 수 있다면, 논의를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남북 정상회담의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전망하나.
전: 모든 조건이 충족된다면 가능하다. 북핵문제 등 민감한 사안은 정상회담이 아니면 해결하기 어렵다. 다만 각종 장관급 회담에서 신뢰가 쌓여야 한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미지수다. 5.24조치 해제 등 각종 사안에 대한 장관급 및 실무회담에서 남북 간 합의가 쉽진 않을 것이다.
남: 현재로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이번 합의를 통해서도 북한이 남한의 벽이 높다고 봤다. 정상회담을 통해 무엇을 얻어내는 것이 과거 선례였다. 정상회담을 한다고 해서 남한이 큰 선물을 준다는 보장이 없다면, 북한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홍: 우리 정부가 5.24조치 해제 등을 풀어갈 의지가 있는지에 달려 있다. 북한이 어느 정도 성의 표시를 할 경우, 박 대통령이 통수권자로서 이를 인정하고 보수층을 설득할 의지가 있다면 정상회담까지 갈 수 있다.
― 이번 합의를 계기로 드레스덴 선언이나 통일대박론 등 박 대통령의 통일 구상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나.
전: 합의 이행이 잘된다면 남한의 대북지원이 활발하게 되고 경협도 시작될 것이다. 남한 자본과 북한 인력이 상승효과를 나타내 남북이 경제발전을 이룰 것이다. 상대방을 힘으로 제압하지 않을 것이라는 상호확신이 있어야 경협이 활성화돼 ‘대박’이 될 것이다.
남: 이번 합의처럼 남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논의한다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이번에는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꺼야 한다는 당면과제 때문에 협상장에 나왔다. 우리 정부가 주장하는 드레스덴 선언 등의 내용은 북한에 좋을 수 있지만, 현재로선 득(得)이 많다고 보지 않고 있다. 남한이 북한에 상당한 득을 주지 않는 이상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
홍: 북한은 정권체제 존속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체제를 흔들지 않고 평화공존 기조를 펼친다면, 작은 협력이라도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교류협력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즉 남북관계 정상화와 통일로 나아가려면 북한이 우리 정부의 평화공존을 신뢰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 박 대통령의 원칙이 통했다는 평가가 많은데 향후 이런 기조로 가야 한다고 보나.
전: 안보에 대해선 원칙이 중요하다. 이번 합의에서 이것이 유효성을 발휘한 게 사실이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막기 위해 대량보복 전략이 유효하다. 그러나 경협은 ‘융통성’이 필요하다. 우리가 전략적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 ‘경군분리’ 원칙을 발휘해야 한다.
남: 박 대통령이 북한의 약점을 잡아서 원칙이 관철됐다. 과연 북한의 초유의 약점인 대북 확성기 외에 다른 현안에서 지금과 같은 원칙을 강조할 경우 합의가 되겠느냐. 원칙도 중요하지만 다른 현안에서는 유연성도 불가피하다.
홍: 원칙이 통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명확한 사과를 받지 못했다. 다만 천안함 폭침이나 박왕자씨 살해사건도 이 정도의 유감 표명으로 넘어갈 수 있다면, 그렇게 가는 것이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맞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