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광복·분단 70주년이다. 그런 만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남달랐다. 그러나 남북은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등으로 인해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했다. 그러다 지난 8월 25일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를 통해 관계 개선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본지는 창간 6주년을 맞아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해법을 모색했다. 우리 민족의 염원인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 우리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야 하는지도 살펴봤다.

▲ (왼쪽부터)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명승일·정인선 기자] 아래는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과 남북관계, 통일, 외교 등에 대한 질의 응답 내용. 

― 이번 8.25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 이후 남북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나.

전현준(전): 군사적 긴장이 현저히 완화될 것이다.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사실상의 사과를 했기 때문이다. 다만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에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비정상적인 사태’를 벌인다면 남북관계는 또다시 급속히 경색될 것으로 본다.

남성욱(남): 오는 9월 초로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이 1차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이 진행되면 이후 금강산관광 재개를 논의할 수 있다. 북한이 당초 생각한 대로 이번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당장 이산가족 상봉부터 시간을 끌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남북관계가 대결에서 대화라는 기본구도가 형성되지 않을 수 있다.

홍현익(홍):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진전시켜 나가는 기반은 구축했지만,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5.24대북제재 조치를 해제해 달라는 북한의 요구와 이에 대해 원칙을 존중하는 박근혜 정부가 접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따라 남북관계가 달려 있다.

― 앞으로 5.24조치 해제나 금강산관광 재개 등도 논의할 수 있다고 보나.

전: 남북 최고당국자의 의지만 있다면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과, 5.24조치 해제 등 풀리지 않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는 남북 고위급 접촉의 교훈이다. 남북 모두 경제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그 해결책은 경제협력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남: 논의는 가능하다. 하지만 북한이 사과를 해야 하는데, 남한이 원하는 수준으로 할 수 있겠느냐는 점에서 또 한 번의 진통이 우려된다.

홍: 논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남북이 근본적인 입장을 고집하고 있어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 정부가 두 사안에 대해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와 같이 북한의 유감 표명 정도로 넘어갈 수 있다면, 논의를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남북 정상회담의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전망하나.

전: 모든 조건이 충족된다면 가능하다. 북핵문제 등 민감한 사안은 정상회담이 아니면 해결하기 어렵다. 다만 각종 장관급 회담에서 신뢰가 쌓여야 한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미지수다. 5.24조치 해제 등 각종 사안에 대한 장관급 및 실무회담에서 남북 간 합의가 쉽진 않을 것이다.

남: 현재로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이번 합의를 통해서도 북한이 남한의 벽이 높다고 봤다. 정상회담을 통해 무엇을 얻어내는 것이 과거 선례였다. 정상회담을 한다고 해서 남한이 큰 선물을 준다는 보장이 없다면, 북한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홍: 우리 정부가 5.24조치 해제 등을 풀어갈 의지가 있는지에 달려 있다. 북한이 어느 정도 성의 표시를 할 경우, 박 대통령이 통수권자로서 이를 인정하고 보수층을 설득할 의지가 있다면 정상회담까지 갈 수 있다.

― 이번 합의를 계기로 드레스덴 선언이나 통일대박론 등 박 대통령의 통일 구상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나.

전: 합의 이행이 잘된다면 남한의 대북지원이 활발하게 되고 경협도 시작될 것이다. 남한 자본과 북한 인력이 상승효과를 나타내 남북이 경제발전을 이룰 것이다. 상대방을 힘으로 제압하지 않을 것이라는 상호확신이 있어야 경협이 활성화돼 ‘대박’이 될 것이다.

남: 이번 합의처럼 남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논의한다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이번에는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꺼야 한다는 당면과제 때문에 협상장에 나왔다. 우리 정부가 주장하는 드레스덴 선언 등의 내용은 북한에 좋을 수 있지만, 현재로선 득(得)이 많다고 보지 않고 있다. 남한이 북한에 상당한 득을 주지 않는 이상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

홍: 북한은 정권체제 존속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체제를 흔들지 않고 평화공존 기조를 펼친다면, 작은 협력이라도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교류협력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즉 남북관계 정상화와 통일로 나아가려면 북한이 우리 정부의 평화공존을 신뢰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 박 대통령의 원칙이 통했다는 평가가 많은데 향후 이런 기조로 가야 한다고 보나.

전: 안보에 대해선 원칙이 중요하다. 이번 합의에서 이것이 유효성을 발휘한 게 사실이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막기 위해 대량보복 전략이 유효하다. 그러나 경협은 ‘융통성’이 필요하다. 우리가 전략적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 ‘경군분리’ 원칙을 발휘해야 한다.

남: 박 대통령이 북한의 약점을 잡아서 원칙이 관철됐다. 과연 북한의 초유의 약점인 대북 확성기 외에 다른 현안에서 지금과 같은 원칙을 강조할 경우 합의가 되겠느냐. 원칙도 중요하지만 다른 현안에서는 유연성도 불가피하다.

홍: 원칙이 통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명확한 사과를 받지 못했다. 다만 천안함 폭침이나 박왕자씨 살해사건도 이 정도의 유감 표명으로 넘어갈 수 있다면, 그렇게 가는 것이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맞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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