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대학 표절기준 필요… 심사 후 모든 조치해야”
“탈출 전략은 없어… 학계의 치열한 반성만 살 길”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이어서. 반면 김지찬·송병현 교수는 자신들의 저작물에 대해 표절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백석대학교 송병현 교수는 자신이 집필한 ‘엑스포지멘터리’에 대해 인용원칙을 이유로 들며 누구나 아는 기정사실이라든지 학계에서 보편화된 지식 등은 따로 인용을 표기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학교 측은 송 교수 문제가 불거지자 관련해 예비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총신대학교 김지찬 교수도 논란이 된 ‘요단강에서 바벨론 물가까지: 구약 역사서의 문예적-신학적 서론’를 찍은 출판사 측에 “공정한 관행에 합치하게,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방법으로 인용했기에 표절을 한 적이 없다”는 반박 해명을 했다. 그리고 같은 학교 구약학 교수들은 김 교수를 지지하는 성명까지 냈다.
이에 표절 의혹을 제기한 이성하 목사는 교수들의 집단행동에 분노하며 공개토론을 제안하는 등 팽팽하게 맞섰다.
◆“신학교수, 권력의 유혹 때문에 표절”
한국개신교 신학자들의 저서가 이처럼 줄줄이 표절 시비에 휘말리는 이유는 뭘까. 한일장신대학교 신학부 차정식 교수는 지난 27일 ‘표절과 한국교회’ 포럼에 참석해 그 원인을 설명했다. 그는 “표절은 신학계뿐 아니라 다른 학문분야에서도 유사한 패턴으로 드러나지만 신학계가 특히 심한 것 같다”며 “교단과 신학교육기관 자체의 영세성과 폐쇄성으로 인해 일반 대학의 보편타당한 준칙을 그대로 준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신학대학의 표절 사건이 혹 불거져도 학교 자체의 명예에 먹칠할까 봐 쉬쉬하며 자체 내에서 미봉적으로 대응하려는 태도 역시 표절 관행에 대한 그간의 헐렁한 태도와 무관치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동안 여러 신학교수들의 저서에 대해 표절 의혹을 제기해온 이성하 목사도 이 자리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했다.
그는 “일반 대학교의 교수보다 신학대학의 교수는 불가침의 권력에 더 쉽게 유혹된다”며 “학자로서의 권력만이 아니라 안수 받은 종, 목회자들의 스승, 교단의 얼굴이자 자랑, 어른으로서 신학교 교수가 누리는 권력이 가볍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신성한 권력에 도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고 개탄했다.
그는 “표절을 탈출하기 위한 전략은 없다”면서도 대안으로 ‘학계의 치열한 반성’을 꼽으며 ▲학회나 대학별로 선진국 수준으로 표절 기준 세울 것 ▲표절논란이 된 저서와 논문에 대한 적극적인 심사로 회원제명이나 경고 등 모든 조치 취할 것 ▲표절에 대한 제보를 학회나 대학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할 것 등을 제시했다.